몇 해만에 보는 첫 일출.
해마다 거의 그렇듯이 올 해도 낮게 깔린 구름 위로 솟는 해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새해 첫 일출이라 생각하니 그런대로 볼만 했다.
식구들이 모두 게으름을 피는 바람에 혼자 차를 끌고 나가서 보고 왔다.
나도 혼자 나간 김에 차 안에서 게으름을 피면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돌아왔다.
아들의 약혼녀와 격렬한 사랑에 빠진 한 정치가의 몰락을 그린 '데미지'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우리는 때때로 알 수 없는 열정에 휩싸이게 된다' 라는 대사가 나온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원래 열정이라는 것은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열정인 것이고.
열정은 한 인간을 견디기 힘든 고통 속으로 밀어 넣지만 인간은 삶이 꺾이고 부서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열정에 항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고통은 극한의 희열과 스스로의 열망을 수반한 고통이기 때문에.
그래서 열정이란 것은 때때로 한 인간을 그 속에 매몰시켜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형태로든 크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열정은 항거 할 수 없는 유혹을 동반하는 고통이다.
어제 큰 바람에 새도 날개짓이 겨워 나뭇가지를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서너 집 건너 휘청이는 감나무 가지만 한사코 붙들고 대숲 앞의 제 둥지로 거슬러가지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린채 세찬 바람에 깃털만 부대끼고 있었다
이런 날이면 태어났던 곳으로 되돌아가기도 저만큼 힘들까
바람에 마음만 다 날려 보내고 바람 설거지 핑계 삼아 우두커니 마당에 서서 쑥대머리로 그 바람 다 맞던 날
머지않아 모두들 죽어 갈 것이다
그릇들은 새 것들로 차 오르고, 그러나 낡은 것들의 자리는 헐어 없어질 것이다
묵은 것이 자취도 없이 소멸되어 공황된 중에도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때로는 비를 뿌릴 것이며 그 이후의 모든 삶에도 따뜻한 바람을 휘감을 것이다
입춘도 지나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날쌔게 나르는 물새들
내 떠난 뒤에도 물새들은 날아 오를 것이고 백로는 강 가운데서 무심히 고기를 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