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또 다른 패거리

정체불명(학과 불명)의 여학생 패거리.
바쁜 점심시간에 여섯인지 일곱인지 우르르 들어와서 테이블 두 개 차지하고는
'나는 안 마실래요.' '나도' '나도'....... 맨 마지막에 남은 여학생,
'그라모 내는 마시야 되나? 가스나들... 아저씨, 나도 안마시고 싶은데.'

이런 정신없는 놈들, 커피 마시기 싫다면서 커피 집에는 뭐하러 왔노? 공원으로 가거라.
그날 내가 그 패거리들에게 커피 팔았을까요 안 팔았을까요.
그건 비밀이랍니다.


9. 어떤 여선생

어쩌다 마감 시간 다 돼서 들어와서는 바 에 앉아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마감 설겆이 하느라 정신없는 노총각 쥔장얼굴만 빤히 쳐다보던 어떤 여선생.
'선생님, 마칠 시간입니다.'
'아저씨, 마감 하고 차 한 잔 하러 가실래요?'

세상에, 찻집에 앉아서 찻집 쥔더러 차 한 잔 하러 가자니.
그리고 그 시각에 어디 가서 차를 마신단 건지.
그날 그 여선생이랑 나는 찻집에를 갔을까요 술집에를 갔을까요.
아니면 안녕히 가세요 내 쫓고 문 닫았을까요.

그러게 이십년이나 지난 이야기에 참 시덥잖은 비밀도 많아요.


10. 큰 곰.

모 음대 성악과 학생.
친구 따라 어찌어찌 알고 와서는 내 찻집 단골 귀신이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음역이 드문 베이스바리톤이랍니다.

베이스바리톤을 뽑을려니 덩치는 산 만 한데 하는 짓은 꼭 개구쟁이.
간혹 마감 후에 같이 한 잔 하러 가기도 했지요.
한 잔 걸치고 어쩌다 기분 내키면 그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천둥산 박달재를 뽑는데
아, 여자 아니라도 뿅 가게 황홀합니다. 거짓말 안보태고 그 술집 유리창이 덜덜 떨리는데 그 날 그 술집에 있던 술꾼들 벌떡 일어서서 박수치고 앵콜 부르고 난리 났습니다.
그날 그 술꾼들 유사 이래로 성악가가 부르는 천둥산 박달재는 처음 들어 봤을테니까.
기회가 된다면 성악가가 부르는 뽕짝을 꼭 한 번 들어보시도록. 정말 근사하답니다.

지금은 내 고향 인근 어느 여고에서 훈장질 한다던데 결혼 직후에 잠시 보고 못 본지 십 여년도 훌쩍 넘어버렸네요. 그런데 명색이 성악과 출신인데 도무지 가곡이나 아리아를 부르는 꼴을 못봤습니다.
맨날 부르는 게 뽕짝이나 꺾어 제끼고. 하기사 그 친구 고돌이도 얼마나 재미있게 친다고.


11. 작은 곰

큰 곰이랑 이름이 성만 다르고 이름이 같아서 작은 곰이기도 하고
생긴 것도 좀 못생긴 오동통이라 얼추 근사치에 가까운 별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긴 건 대충 생겼는데(진수야, 혹시 보거든 따지러 와라.) 기타 솜씨는 일품이라 아주 좋았지요. 노래도 잘 하고.

때때로 죽이 맞는 날이면 오디오 꺼버리고 나랑 둘이서 사이먼과 가펑클 흉내도 내 보고 트윈 폴리오 노래도 불러보고 재미가 좋았지요.
여러 방면으로 재주도 많고 감각이 좋아서 내 아쉬울 때면 수시로 손을 빌리기도 한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게다가 가슴팍은 여려 터져서 내가 찻집 그만 둘 무렵에 모 과의 여학생에게 꽂힌 채로 아주 가슴을 젓담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12. 오리(도날드 박)

단골 의대생. 궁뎅이가 오리 궁둥이라고 별명이 그만 도날드가 되어버린 비운의 사나이.
내 커피가 맛있다고 장부 만들어놓고 월말 계산하던 괴짜.
언젠가 마감 후에 몇이 어울려 포장마차에서 한 잔 나누는데, 말끝에 우연히 고등학교 때 어쩌고저쩌고.....

'?....오리씨, Z고 나왔어요?'
'예.'
'몇 회 졸업생이이시세요?' (말이 좀 새기 시작하지요?)
'55회 졸업인데요.....?'
'........................................내는 46횐데...'
'........!.... 아이고 행님!!!.'

그리하여 그날 밤 무담시 떡이 되도록 퍼 마셨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시방은 울산 어디선가 산부인과 개업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13. 코끼리 커플

뚱뚱이 의대생 커플.
남녀 공히 그리 보기에 나쁘지 않을만큼 뚱보였는데 사람들이 참 어질고 겸손해서 찻집에 들어서기만 해도 아주 즐겁고 반가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씩 앞에 놓고 둘이 육중한 몸을 기울여 머리 맞대고 소근대는데 그거 가만 보다가 하도 귀엽고 우스워서 코끼리 커플이라고 진짜 별명을 지었더랬습니다. 코끼리 아저씨와 고래 아가씨...
내가 찻집을 그만 둘 무렵 결혼을 했다든가 약혼을 했다든가 소문을 들은 듯한데 기억이 아심하여 확신은 못합니다.그래도 아마 틀림없이 하고야 말았을겁니다.
그렇게 닮기도 어렵지요. 남매라 우겨도 될듯 했는데 안했다면 천명을 거스르는 일이 아닐까요.



##손님 이야기를 듣고는 성질 못된 누군가는 도대체 9번 에피소드는 믿을 수가 없다며 거품을 물기도 했으며,
순전히 이미지 구축을 위한 소설이 아니냐고 눈을 부릅뜨고 기염을 토했는데,
아니, 나도 한 때는 모모한 사람들처럼 꽤나 인기도 있고 거시기 했답니다.
권불십년에 화무십일홍이라 지금이야 또 나잇값은 해야 하니 그저 그만하지요 뭘.  gggg...




1. 천사.

그 때 내 찻집 테이블은 표면이 아주 매끄러웠습니다.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표면. 유리처럼 반들반들한 탁자에는 손만 갖다 대도 지문이 남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앉은 자리는 반드시 흔적이 남게 마련이지요. 손님이 나가고 탁자를 정리할라치면 적잖이 성가십니다. 뭔 탁자를 이따위로 장만했냔 말입니다.
.... 제작할 때 착오가 생긴 걸 사람 좋은 척, 그냥 좋은 게 좋다고 쓰기로 해놓고선 뒤늦게 타박이지요.

하여튼 흩어진 설탕이며 크림 같은 건 기본이고 담뱃재며 흘린 커피 자국에 손자국까지,
하다 못해 물걸레로 닦으면 물 자국이 그대로 남는 탓에 반드시 마른 걸레로 반들반들할 때까지 마무리를 해야 깨끗해집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 화장기 없는 맨얼굴의 아가씨가 앉았던 자리는 도대체 사람의 흔적이 없어요.
혹시나 해서 머리를 옆으로 처박고 역광으로 살펴봐도 거울같이 반들반들 반짝반짝.
도대체 사람이 앉았는지 귀신이 앉았는지.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마시고 난 커피 잔 바닥에 옅은 갈색으로 남은 커피 한 방울. 설탕 통이며 크림 통을 열어봐도 숟가락 자국도 없어요.
갈 데 없는 천사네 뭐. 화장기 없이 수수한 얼굴이며 늘 단정한 매무새도 얼마나 예뻤는지.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내 찻집의 단골손님이더니 어느 날 그냥 조금씩 뜸 해지다가 회자정리,
인간사가 늘 그렇듯이 그 뒤로 종무소식이지요.
늘 목욕탕에서 갓 나온 천사 같다고 생각해서 참 보기좋았던 처자였습니다.


2. 이브 몽땅

그 사나이가 들어오면 커피 한 잔을 갖다 주고 잠시 한 숨 돌린 후에 나는 음반을 갈아 끼우지요. 말 안해도 자동입니다.
무슨 음반이냐고요?

이브 몽땅이 부른 '파리의 하늘 밑'.



간혹 다른 곡을 얹어 달라고 예의 바르게 부탁하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 찻집에 올 때마다 그 곡은 반드시 듣고서야 일어서던 사나이지요.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크지 않은 키에 늘 모직 콤비 자켓을 입고 나타나던 그 사나이 말입니다.
언젠가
뭔 사연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과 같이 좋아했던 곡이라던데
늘 혼자 와서 조용히 앉아 담배 하나 피워 물고 이브 몽땅의 그 노래를 지그시 듣고는
나갈 때마다 좋은 음반을 갖고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치사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 사나이, 내가 찻집 그만 두기 전에 서울로 발령 받아 간다고 인사하고 갔는데
아. 그 사나이,
가슴 아린 옛사랑 이제는 가슴에 묻어두고
좋은 사람 만나서 알콩달콩 따시게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가슴 아린 옛사랑은 낡은 편지처럼 가슴에 묻어 두고 그리 따시게 살고 있을 걸요.
아주 멋을 제대로 알고 있는 로맨틱한 사나이였다니까요.


3. 깐깐한 의대생

키 크고 얼굴 멀건 의대생.
혼자 와서도 꼭 6인용 커다란 원탁을 차지하고 앉아서 아주 두-꺼운 의학 원서 펴놓고 시커먼 뿔테 안경 만지작거리며 혼자 구시렁구시렁 커피 한 잔으로 두 시간 이상 때우고 나가던 커피 귀신.
커피 맛에는 아마 웬만큼 꿰고 있었던지,
혹 싸이폰에서 시간을 조금 넘겼거나 드리퍼에서 내렸다가 다시 끓인 커피는 귀신같이 알고 바꿔달라던
아, 그 지긋지긋한 배암의 혓바닥.

그래도 커피 장사 몇 년에 타성에 젖어 게을러지던 내게 경각심을 깨워주던 손님이었습니다.
지금쯤은 나이 사십 넘은 중견 의사가 돼서 어딘가에서 허연 가운 입고 그윽하게 폼 잡고 있겠지요.
여전히 까다롭기 그지없는 입맛으로 커피 즐기고 있을까 몰라.
그 까다로운 성벽으로 환자 보자면 나쁜 소리는 안들을 것 같은데.


4. 술 귀신

반드시 술에 쩔어서야 문 열고 들어서던 사나이.
뭔 아는 척을 그리도 하고 싶은지
시시콜콜 구석구석 듣도 보도 못한 얄궂은 음악들만 찾아서 수첩에 빼곡이 메모를 해 갖고 와서는 나더러 얹어달라고, 아니, 찻집에 이런 음악도 있냐 없냐 맨날 억지 부리던 사나이.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죽치고 앉아 한 곡 끝나면 또 한 곡, 끝없이 주머니에 부시럭부시럭 메모 꺼내며 듣도 보도 못한 곡명 주저리 외고 앉아서 아는 체 할려고 무진 애쓰던 사나이.

에이 참, 내 커피 한 잔 덜 팔아도 밥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겠지,
아이고 지겨워서, 넌 인제 내 집에 고만 와라 하고 내 쫓아버렸던 사나이.
귀신은 뭐 하고 있었을까 그런 인간들 좀 안 잡아가고.


5. 그 여자

학생도 아니고 선생도 아니고
(의대, 미대, 음대만 남아있던 캠퍼스 앞이라 손님의 대부분이 학생 아니면 교수였음.)
아주 막돼먹은 느낌은 아닌데 짙은 화장으로 야릇하게 묘한 분위기의 여인네.
아주 세련된 옷차림에 유창한 서울 말로 촌놈 기죽이던 그 여인네.
언젠가 밤늦게 와서는 오늘 밤 소파에서 좀 자고 가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었는데.
어마 뜨거라,
노총각 혼자 기거하는 찻집에 그 어인 해괴한 말씀이냐고
간곡히 고사하여 겨우 돌려보내고 돌아서서는,
이런 젠장, 이십년이 다 되도록 생각 할 때마다 후회가 막심하네요. 그것 참. @@.....


6. 숙희(?) 숙현(?)

찻집에 손님도 없고 음악도 지겹고 할 때면 간혹 기타 꺼내서 혼자 노래 부르곤 했었는데
하필 그 때 들어와서 턱 괴고 앉아 내 노래 끝날 때까지 다 듣고는 아련한 눈빛으로
'노래에서 가을 냄새가 나요.'

아니, 사람 얼굴 처음 보나, 왜 남의 총각 얼굴은 빤히 쳐다보고 앉아서 일도 못하게.
뭔가 그럴싸할 가능성이 농후했건만
늘 단짝 친구랑 같이 와서 수다 떨고 나가는 바람에 고만 그러고 말았지요.
그러게 혼자 오면 어디 덧나나 몰라.


7. 꼬맹이들 떼거리

올망졸망한 음악과 여학생 다수.
장가도 못간 날더러 맨날 아저씨라며 빵이며 주전부리 잔뜩 사 들고 와서는
두 세 시간씩 떠들고는 탁자 위에 껍데기 수북하게 쌓아놓고 나가던 녀석들입니다.
수업 언제냐 나 밥 좀 먹고 오께. 아예 주방까지 맡기고 나갈 만큼 친했던 단골들이었지요.

애구. 저 철없는 것들이 언제 선생이 될라나 싶었는데 손가락 꼽아보니 아따, 그 녀석들도 지금은 마흔 언저리 넘어섰네요. 보나마나 더러더러 제법 머리 큰 아들딸도 두엇 있을테고.
아이고, 참, 세월은 잘도 갑니다. 언제 어디쯤 한 번 볼 수나 있을라는지. 세월아 네월아 그럼 나는 대체 얼마큼 늙었을까요.



# 한 이십년 전에 몇 년간 찻집을 했었습니다.
돈은 별로 못벌었었지만 참 좋았던 때라 그 때 익혔던 얼굴들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만나봐야겠다, 이런 건 아니고 한 번쯤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정도로..
아직도 생각나는 재미있는 손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날 입때껏 나는 나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무엇에 관심을 두고 무엇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하는지를 모른다. 아니면 천성이 게을러서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도무지 귀찮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보면 매사에 그 때 그 때 순간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만으로 혼자 기초도 없는 공중누각을 짓고 사는 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고.

나는 일단 웅크리고 앉으면 표정이나 행동거지만 봐서는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다면서 니 노선이 뭐냐 정체를 밝혀라 그런 말을 더러 듣는다. 말하자면 일종의 포커페이스라는 이야긴데 아마도 살아 온 세월동안 이리저리 다치고 넘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습득한 방어본능이리라 짐작만 하고 있다. 다만 내가 직접 연관된 사안에는 포커페이스는 백리나 천리나 멀리 벗겨져 달아나버리고 도무지 중심조차 못 잡고 허둥댄다는 것은 일단 비밀이지만, 어찌됐든 나는 겉보기에 참 재미가 없고 닝닝한 사람이다.

무슨 신기한 볼거리가 있어 저것 좀 보라고 다들 난리법석 야단을 해도 어지간해서는 멀거러니 응 그렇구나 하고 맥 빠진 반응으로 일관해서 김을 빼버리기 일쑤고 온 나라가 들썩이던 축구나 야구를 볼 때도 가슴 속은 조마조마해서 자반 뒤집기를 하는데 겉으로는 도무지 표정이나 말로 나타내지를 못한다. 일부러 그런다는 게 아니라 저절로 그리 된다. 그러니 남들이 볼 때는 도대체 열정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밖에.

하지만 나 혼자 몰래 열어보는 가슴팍은 일없는 바람에 온 밤을 혼자 서성이기도 하고 인적 없는 골짜기의 마른 가랑잎처럼 저 혼자 풀썩 뒤집히기도 하는, 나름대로 나 홀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다만 때에 따라서, 혹은 경우에 따라서 그런 변화를 섣불리 내보이기 싫어한다는 것 뿐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가슴팍까지 버썩 메말랐다고 손가락질 하지는 말자.

누구나 마찬가지로 나 또한 세상을 보는 기준을 나름대로 가지고는 있지만 나는 큰 줄기로 봤을 때 만사를 유기체로 이해하는 습관이 있다.
요 수삼년 안에 나라가 들썩일만한 일이 정치판에서 더러 있었다. 그 요란한 난리벅구통을 멀거니 지켜보면서도 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데도 일단은 크게 열성이 없었다. 그저 그 당시의 내 의사에 따라서 어느 한 쪽에 투표를 하든지 기권을 하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닐 때는 무효표를 만들어서 나름대로 야유를 하는 것이 내 정치 성향의 거의 전부다.

당시의 내 상황이나 오락가락하던 상태에 따라 사보타지를 하기도 하고 일단 머리부터 디밀며 쇠고집을 부릴 때는 있어도 나 또한 다중 속의 한 세포에 불과한 존재이므로 머리통이나 팔다리가 가자면 가고 서자면 설 수 밖에 없는 것이 소시민의 가장 온순한 삶의 형태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꼭 맞는 지도자를 선택한다.'
얼마나 멋진 말이냐. 개살구 민주주의에 관한 한 내가 금과옥조로 받들어 모시는 금언이다.

좋다, 저 놈은 분명히 때려죽일 놈이니 저 따위가 선민으로 뽑힌다면 멀쩡한 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라거나, 오로지 저 근사하고 멋진 놈을 보필하여 위대한 역사 창조에 일생을 걸어보리라, 뭐 이런 시나리오는 내 사전에는 애시당초 택도 없는 이야기란 거다.
혹시나 그렇다면 결과론에 기대어 면피를 하려는 수작이 아니냐, 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열정이나 의로움도 없이 흥타령이나 하고 자빠져서 이삭줍기나 하는 잡배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하지만 나도 젊어 피가 끓을 때는 같잖게도 뭔가를 도모해본답시고 꿍꿍이를 굴려도 보고 시대에 절망하여 소주병 꿰 차고 울분으로 밤을 하얗게 새어도 보고 그러다가 시껍을 먹고 꼬랑지가 빠져라 내빼기도 하고 뭐 그저 그런 남들 만한 청춘도 겪어 본 적은 있다.
다만 어느 한 시점에서 나름대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그놈의 물 큰 정치노름판에서 오랫동안 얼쩡거리는 놈들은 그 심도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 일백 이십 프로 도둑놈 아니면 사기꾼이라는 가열찬 확신을 뼛골에 깊이 새겨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도둑질을 하건 사기를 치고 댕기건 내사 그럴 수 있는 재목도 아니고 능력도 없으니 도둑놈이건 사기꾼이건 제 식구들 먹여 살리는데 소홀하지만 않으면 가장으로 인정하겠다는 기특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사나희 이 세상 태어나서 한 살림 듬뿍 챙기고 싶거든 욕바가지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 그 판에서 초지일관 얼쩡거려 보든지, 그럴 의사도 능력도 없거든 잘난 체 흰소리 지껄이고 사는 대신 다소 배고프게 살 각오를 해야 한다.
흑묘든 백묘든 딴 짓 하지 말고 쥐나 잡으란 이야기다. 걸레쪼가리 같은 정치판에서 정의나 이상 따위를 기대하는 얼빠진 생각은 최소한 하지 않겠다는 각성이기도 하고. 

아, 그렇지만 지금도 그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적지 않은 성원을 보내는 이들을 폄하하거나 업신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그들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만약 그 중 누군가가 날더러, ‘이 비겁하고 게으른 자야 너는 왜 위대한 역사 창조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거룩한 비난을 날린다면 나는 그에게 되묻고 싶다. ‘아침은 챙겨 드셨습니까?’ 

늬들이 존중받고 싶으면 늬들도 나를 존중하라는 이야기다. 먹고 살고 새끼들 기르고 하는 일에 궁리를 하다보면, 그 자질구레한 먹고 살기나 새끼들 기르는 일이 그놈의 위대한 역사 창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때때로 내게 골치 아픈 화두를 던지는 오디오만 해도 그렇다.
오디오라는 마물에 마음을 빼앗겨 삼십년 가까이 귀신 나올듯한 고물딱지들을 주물딱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태 내 취향이 어떠하므로 나는 반드시 그 소리를 향해 일로매진해야 한다는 그런 줄기가 아직 없다. 환경적인 여건이나 경제적인 이유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지간만 하면,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다. 다만 생긴 것에 많이 좌우가 되는 편이라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이나 내 기준으로 가벼워보이는 물건은 아무리 소리가 좋아도 일단은 눈 밖에 난다.

물론 소리를 가리는 취향도 아주 없지는 않아서 늘씬하고 미끈한 소리보다는 조금 삭은 듯한 조금은 까칠까칠한 소리를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앞이건 뒤건 그 질만 우수하다면 싫어할 이유는 없다. 다만 어느 것이 조금 더 낫다는 정도에서 그치는 거지.
오히려 그러한 차이보다는 한 곡 얹어놓고 자다 깨다 눈을 들었을 때 내 시각적 욕구를 저으기 만족시켜주는 그런 편안한 색조나 질감, 적당히 감각 친화적인 모양들에 좀 더 민감한 편이다. 그렇다면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일까?

뭐 그렇더라도 싸구려 티가 역력한 천편일률 날림공사 판넬을 쳐다보고 있느니 나는 차라리 삐걱삐걱 고물딱지라도 감격시대의 그윽한 정취가 가득한 한 시대 이전의 쇳덩어리를 보듬고 사는 쪽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생긴 것이 고만고만하고 무게가 그럭저럭 하다면, 그리고 좌우의 발란스가 깨지지만 않는다면 나는 그만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그래도 어쩌다가 더러 한 번씩 뜬금없는 고집을 부리자 하면 주변 사람들이 복장이 무너져라 가슴을 칠만큼 어구쇠로 불통이기는 하다. 그것이 매우 보편타당하고 불편부당한 그런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내 생각만으로 혼자 밥통을 굴려서 만든 고집일 경우에는 거의 반드시 삶의 한 귀퉁이가 너덜너덜 넝마가 될 때까지 끝을 보고야 만다. 한 번 꽂히면 모두 다 던져요.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는 말이다. 하긴 그 고집도 나이 들면서 웬만큼 무디어지고 마모가 되기는 했지만.

이 나이쯤 되면 내 맘대로 못한다. 내가 세상에 내 놓은 새끼들이 눈앞에 밟히면 그게 뭐든 끽 소리 못하고 접어야 한다. 발등에다 못을 박아놓고 싶어도 안돼요. 거기다가 살아 온 세월도 이고지고 가야하니까. 그러게 어느 날 한밤중 조용한 시간에 지나간 세월들이 나를 돌아보며 슬쩍 말을 걸더라.

-이것 봐, 온갖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의 누적이 만들어 낸 평범함의 무게가 장난인줄 아나? 그대의 지금의 고단하기 짝이 없는 꼬라지도 그 쓸데없는 똥고집의 파편에 부상을 입은 결과일지도 모를걸.-

하기사 그 무게에 납짝 깔려서 압사 당하지 않은 것 만해도 천만 다행인 일일 지도 모른다.
좌우지간 나는 아직까지도 도대체 내 주된 관심사를 모른니다. 모른다는 것이 나를 찔러대거나 닦달 하지 않으므로 굳이 알고 싶어 안달하지는 않지만 생각의 저 밑바닥에서는 막연하나마 어떤 종류의 자괴감이 없지는 않다.
아직은 좀 더 살아가야할 이 세상에 내가 몸과 마음을 던져서 진력해야 할 그 무엇이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바람 부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나그네처럼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일까?

아니, 의식주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에 관련한 삶의 당연한 명제는 일단 제껴 두기로 하자. 먹고 사는데 관계된 거룩한 일상이야 다시 말 해 뭐 할까. 그것마저도 다 던져버리고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방담을 하자면 잡배건 위인이건 간에 어지간한 경지에는 올라서야만 보도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뉘가 모르겠냐고. 
혹 조금 안다 치더라도 삶이란 것이 글이나 말로 풀어내기에는 너무 벅차지 않느냔 말이지. 아니면 뒷심이 딸려 그냥 모른 체하는 것일 수도 있고.

 


뭘 해도 손에 안 잡히는 날이 있다.
앉아도 선 듯 서도 앉은 듯 까닭 없이 가슴만 설렁거려 서성거리기만 하고.
요 며칠 그래.
그냥 그런 날인가보다 뭐 그리 생각은 하지만.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날은 가고 또 오고, 그리하여 낮과 밤이 합하여 하루가 되고.
또 하루 이틀 지나가고
눈 감은 새에 찾아오는 세월은 하나 둘 어깨에 무겁게 내려 앉을 것이고.
보내지 않으면 기다림도 없고 기다리지 않으면 내일도 없지.
세월은 본시 온전한데
가없는 무단한 세월을 쪼개고 갈라 붙여 줄 긋고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인 것이지.

봄은 아직 올 생각 없는데 나는 봄을 어찌 보내나 벌써 숨이 차다.
또 한 고비 크게 굽이쳐 꺾여지나 보다.
세월이 내게 오고 가는 것일까 내가 세월 속에 왔다 가는 것일까.
까닭없이 억이 막히면 어디 외진 곳 찾아 가서 아이처럼 악악 울어버릴까.
나이 들어 뭔 짓이냐고 흉 될까.
그러게 나이 들면 흉 될 일도 참 많아. 남이사 울든 말든.


.........




흐리다.
흐리고 춥고 쓸쓸하다.

이런 날은 부디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
낮에도 전등불을 밝힌 저자 거리에서 반가운 이들을 만나 하등 쓸모없는 말들을 지껄이며 시간을 낭비하고, 
그리하여 이윽고 비라도 슬금슬금 뿌려지면,
아아, 비로소 나도 가슴 설레는 사랑을 해야만 하는데.
아주 따뜻하고 편안하고 반짝거리고 세련된 부드러운 연인과의 불타는 연정이었으면 좋겠는데.
기왕에 한다면 말이지. 

어쨌든 이런 날이다.
흐리고 춥고 쓸쓸하고 외로운 날이다.
Famous blue raincoat. 코헨의 노래다. 레오나드 코헨. 지독한 노래.
이 소도둑놈 같은 친구는, 아, 정말 어쩌자고 이렇게 끝없이 쓸쓸한 노래를 지어 불렀을까.

저 흐린 하늘 중간 어디 쯤에 떠도는 어쿠스틱 기타,
지극히 고요한 눈 덮인 벌판 위를 유령처럼 떠다니는 듯한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인네의 목소리. 
저 여인이 혹시 제인일까. 아닐까.
요즘 들어 자꾸 달착지근한 여자 목소리가 듣고 싶다. 아무래도 내가 바람이 든 모양이다.
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이 음반이 꽂혀 있는 너덜너덜한 엘피 꽂이를 뒤적이려면 구겨서 밀쳐놓은 이불을 치워야 하고
이불을 구겨 던지는 장소는 하필이면 그 누런 판때기가 있는 구석 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래서 이 음반을 찾아 걸지 않으면
코헨의 왼쪽 어깨너머에서 부르는 그 여자 가수의 절창을 찾아 들을 수가 없는데.
저 소도둑놈 같은 친구는 왜 이렇게 끝없이 쓸쓸한 노래를 지어 불렀을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정말 어쩌자고 이런 날에.

 famous blue raincoat

It"s four in the moring, the end of december
I"m writing you now just to see if you"r better
New york is cold but i like where i"m living
There"s music on clinton street all thru the evening
I hear that you"r building your little house
deep in the desert
You"r living for nothing now
I hope you"re keeping some kind of record
Yes and jane came by with a lock of your hair
She said that you gave it to her
That night that planneded to go clear
Did you ever go clear?
The last time we saw you, you looked so much older
Your famous blue raincoat was torn at the shoulder
You"d been to the station to meet every train
You came home alon without lili marlene
And you treated my woman to a flake of your life
And when she came back she was nobodys wife
Well., i see you there with a rose in your teeth
One more thin gypsy thief
Well, i see jane"s awake
She sends her regards
And what can i tell you my brother, my killer
What can i possibly say
I guess that i miss you, i guess i forgive you
I"m glad you stood in my way.
If you ever come by here for jane or for me
Well, your enemy is sleeping and his woman is free
Yes, and thanks for the trouble you took from her eyes
I thought it was there for good so i never tried.
And jane came by with a lock of your hair
She said that you gave it to her
That night you planned to go clear
Sincerely, a friend





날씨가 추워지려는지 제법 큰 바람이 분다. 바람 설겆이를 하러 나갔더니 바람에 동네 뒤 대숲이 우수수 눕고 난리가 났는데 웬 참새들이 옆집 텃밭에 오글거리고 있다.

전선 위에 앉은 놈들은 바람을 못이겨서 고개를 돌리고 자세를 잘 못 잡은 놈은 깃털이 뒤집혀서 아주 스타일을 구겼다.
 
꾀 많은 몇 놈들은 이웃집 텃밭에 내려 앉아 두릅나무 끄트머리에 조롱조롱 달렸다. 

새들은 바람이 불면 모두 한 방향을 본다.

아마도 깃털이 뒤집히는 것이 싫어서 그런가보다 짐작하지만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어쩐지 새들이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을 보고 뭔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 본다.
뭔 쓸데없이 감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살면서 또 어느만큼은 부러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뭐 어떨까봐.
내일은 추워진단다. 다시 추워질 바람이라 그런지 오늘 바람은 많이 신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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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꼬맹이랑 애 엄마가 '설거지'로 써야한다고, 것도 모르냐고 잔소리를 한다.
몰라서 그리 쓴 것이 아니라 그냥 예전에 쓰던 대로 고집을 부려 본 것임.
'장맛비'라든지 '무'라든지 이런 경우와 같이 절실한 이유도 없이 말과 글을 뜯어고치는 짓들을 싫어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법상으로도 '설겆이'가 맞다고 생각하는 고집불통 구닥다리라서 그렇다 왜.  


학꽁치 편을 끝으로 파란닷컴에서 연재하던 식객이 끝났다. 책으로, 웹으로, 참 재미있게 읽었다. 2002년 9월 2일부터 시작해서 6년 3개월 동안 연재 되었단다.
종이 만화로 간행 된 것은 두 번 세 번을 읽었고 동아일보에 연재가 되었다는데 정작 동아일보에서는 못보고 파란닷컴의 카툰 사이트에서 쭉 봤다. 우리나라 만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를 통틀어 기념해야 할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허영만의 만화는 ‘강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슨 야구만화를 시작으로 쭉 애독자였는데 사실 무당거미나 각시탈같은 시리즈를 봤을 때만 해도 참 자연스럽게 잘 그린다, 스토리라인도 짜임새가 있어 여느 만화들처럼 비현실적이거나 과장스럽지 않아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오 한강’이라는 단행본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이 사람은 천재구나. 그리고 꽤 바닥이 깊은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허영만의 사물을 보는 시각과 그것을 단순화시켜 드러내는  뛰어난 그림 솜씨에 매료 되고 말았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만화가가 아니라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만져 주고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건강한 웃음도 줄 수 있는 숨어 있는 위트와 재치도 남달라서 허영만의 만화를 볼 때는 참 따뜻하고 행복하다.
그런 따뜻함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기준과 생각이 담겨 있는, 결코 가볍게 보이지는 않는 작품의 무게감 또한 만만찮아서 자료 수집에만 해도 아마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치밀하고 방대한 자료수집 없이는 결코 이렇게 자연스럽고 읽기 쉬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니까. 또한 자료수집을 아무리 잘 했더라도 그것을 독자들에게 이렇게 알기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보는 사람이 저절로 미소 짓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려 낸다는 것은 허영만이 아니라면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

식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난 소감은 '아직 그가 그려내야 할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다.
물론 그 많은 음식들 중에는 조금씩 빠지고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식객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 내가 늘 먹고 만지는 익숙한 음식들 몇 가지는 좀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그 음식에 접근하는데 별로 부족함이 없을만큼 충분히 섬세하고 친절하다. 식객을 보고 난 뒤로 먹어 보고 싶은 음식이 아주 많아졌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식객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읽을 때 따라오는 즐거움이나 행복함은 더 큰 덤이고.
하여튼 식객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허영만은 우리에게 큰 빚을 지게 됐다. '아직 그가 그려내야 할 음식'이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이런 천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허영만의 만화가 없었더라면 살아가는 재미가 크게 한 부분 모자랐을 거 같아서 그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쪼록 충분히 쉬시고 빨리 재충전을 해서 아직 결혼도 못한 진수와 성찬이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식객 후편을 만들어내시든지 굳이 식객이 아니더라도  또 우리들의 의표를 찌르는 멋진 작품을 쓰시기를 기원한다. 사랑합니다.
http://media.paran.com/scartoon/cartoonview.php?id=car_087&ord=11&men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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