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

오래 전에 이 사람 음반을 처음 사서는 이름을 어찌 읽지 못해 고심하다가 저렇게 읽고 말았습니다.
웃지 맙시다. 그 땐 난감해서 고민 꽤나 했구만요.

첼로에 막 재미를 붙여가던 때여서 이름 값으로 이것저것 꽤나 사 들였고 지금도 이 사람 음반이 몇 개 남아있긴 합니다만 이제는 별로 매력을 못 느낍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처음 접한 것도 로스트로포비치의 2번 3번이 커플링 된 한 장짜리 음반이었지요.
대개 그런 경우에는 각인이 되어서라도 손이 자주 갈 법한데 처음 몇 번 들어보고는 그만 그대로입니다.


그 때 내 돈 주고 샀던 한 장짜리는 예비군들 골라 쓸어낼 때 쫓겨 나가고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라이센스 샘플 엘피 두 장짜리 시커먼 음반만 갖고 있는데 그것 마저도 안 꺼내본 지가 제법 됐네요. 간혹 생각이 날 때면 푸르니에를 듣거나 뱅가드에서 나온 야니그로에 손이 가지 웬만해서는 좀처럼 잘 안듣게 되어버렸습니다.



녹음이 적은 편이 아니어서 어딜 가나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자주 눈에 띄는데 내가 아직 보질 못해 그런 건지 이 영감님의 앙상블 연주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연주 스타일이 워낙에 튀는 성향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또한 그리 정이 안 가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힘차고 화려한 보잉으로 인한 대편성의 협주곡 같은 것은 아주 멋진 음반도 더러 있지요. 대표적으로 카라얀이랑 협연한 드볼작 협주곡 같은 건 아주 압권입니다. 그를 거장이라 칭하는 이유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지요.  


하지만 독주곡이나 이런 데서는 그리 매력이 없습니다. 한 십년 전쯤에 요란하게 광고까지 하면서 나온 바하 무반주 첼로조곡에서는 그만 아주 실망을 하고야 말았고. (이것도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습니다만.)
그가 젊어서 녹음했다던 무반주 첼로조곡 2/5번 커플링 음반에서는 좀 아슬아슬하나마 열기 같은 것도 느껴져서 괜찮았는데 만년에 녹음한 그 유명한 시디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백화점식 양념 불고기 같은 느낌으로 내 장서에서는 고만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소문난 잔치.


하여간 이 음스티 영감님의 연주는 내 욕심에는 늘 2 % 가 부족합니다. 싫어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썩 애착이 가는 것도 아닌 불가근 불가원. 내게는 꼭 그만큼의 영감님입니다.
아무튼 그놈의 음스티라는 얄궂은 이름 때문에 고심참담을 했던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꺼내 봤습니다. 그래도 그 뒤에 나온 어떤 영감님 이름보다는 발음이 좀 나은 편이었지요. 예프게니 음라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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