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사장님이 아니라는데 자꾸 사장님이라고)
게 좀 사 가라는 아주머니들의 아우성을 꿋꿋이 물리치고 찍은 컷.
사진을 찍는 내 바로 뒤로 두 사람의 아주머니가 외발 리어카에 대게를 한 짐 싣고 서 있었지만.
항구 쪽 난전에서 맞은편의 등대를 보고.
이번에는 나와 바로 앞의 배 사이에 활어 파는 아지매가 나를 빤히 올려다 보면서 호객...
내항에서 보이는 바깥 바다.
마스트가 높직한 배는 아마도 돈 받고 태워 준다던 요트형 유람선이라는 그 배.
큰 놈이 오면 가벼운 나들이 삼아서 저 배 한 번 타 볼까?
닻.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마도로스표 닻 모양이 아니라 무슨 호미처럼 생긴 닻. 하지만 나는 배를 타는 것이 무섭다.
단단하지 못한 바닥에 떠 있는 것도 그렇고
얼핏 뱃전 너머로 깜깜한 바다 속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그 온갖 놈의 무시무시한 상상 때문에.
사는 곳이 바다 근처라 자주 보기는 하지만
배라는 물상 자체도 그렇거니와
배가 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뭘 한다는 것이 나는 도무지 요령이 잡히질 않는다.
배는 아마도 내게는 풍경일 뿐 일생 낯 선 대상.
어제는 큰 아이를 데리러 갔다 왔습니다. 가던 중에 시간이 좀 남아서 바닷가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내 또래거나 나보다 조금 어리거나 한 정도의 사나이가 하나 다가왔습니다.
‘뭐 하시는 분인데 사진을 찍으십니까?’
힐끗 쳐다보고 그냥 무시를 해버렸습니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잘 알고, 많이 싫어합니다. 긴한 용건도 없으면서 은근히 턱을 치켜 들고 사람을 간보는 타입.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면 나도 웃는 얼굴로 답할 줄 압니다. 카메라를 들고 변두리 동네를 어슬렁거리다보면
‘거, 뭐 좋은 게 있어서 그리 찍습니까.’ 하고 물어오는 사람들은 더러 있습니다. 그럼 나도 좋은 얼굴로 답 해 드립니다.
‘지나가다가 보기 좋아서 그럽니다.’ 하고.
하지만 대뜸 목에 풀 세우고 접근하면 그냥 무시해버립니다. 십 중 팔구 말도 안 되는 지분 내세우면서 참견해 댈 허세들이 분명하니까. 제 딴에는 턱 치켜들고 시작했는데 뭐라거나 말거나 씹어버렸더니 기분이 좀 상했던 모양입니다.
‘사진을 왜 찍으시냐고요.’ ‘왜 그러시는지부터 말씀 하셔야지?’
좀 귀찮은 생각도 들고 이런 상황이 지겨워서 좀 비틀어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몇 장을 더 찍고 확인을 한 후에 돌아서서 차에 오르는데 이 친구 수첩 꺼내들고 내 차 번호를 적는 시늉을 합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픽 웃고는 물었습니다.
‘거 차 번호는 왜 적고 그러슈?’ ‘내가 동네 청년회장이고 새마을 지도잔데 동네에 수상한 사람이 보이거나 하면 감시하고 신고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고, 대단한 분이셨구만. 거, 잘 보고 또박또박 적어 노세요. 숫자 틀릴라.’
빈정대는 기색이 느껴졌는지 얼굴이 좀 불편해 보입니다. 이런 상대에게 더 이상 이야기 할 건덕지도 없고 길게 끌어서 나도 유쾌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그럼 계속 욕보세요.’ 한 마디 던져 주고 출발 해버렸습니다. 가면서 백미러로 들여다보니, 이 완장맨, 멍 하니 선 채로 내 차 꽁무니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못됐습니까? 뭐, 인정합니다. 내 성질머리가 솜털같이 보드라운 편은 아니니까. 하지만 아직도 저런 완장들이 목에 풀 세우고 다니는 꼴을 보면 용납이 잘 안됩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참 더디게 개명합니다. 아니, 거꾸로 가는 건지? 이래저래 많이 갑갑합니다.
이건 완장 없는 동네에서 찍었습니다. 갑갑한 이야기를 꺼낸 것, 품앗이 용입니다. 부디 더 갑갑해지지는 않으시기를.
악보를 보고 익히고 되새겨서 힘써 빚어낸다고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 아니고 말고.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울컥하고 쏟아져버리는 이것이다. 내가 미치는 것은. 연주가 어떻고 곡의 해석이 어떻고를 따지기 전에.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그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아니, 그것이 존재하기도 전에. 무심한 척 슬쩍 당겼다가 놓아버리는 완급은 아주 넋이 달아나고 .
그의 음악은 음악 이전의 것이다. 그의 음악은... 모든 연주자를 망라해서 음악의 원형질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
인간에게 왜 음악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는 사람. 조금만 더 나은 음질로, 스테레오는 바라지도 않지만, 조금만 양호한 환경에서 녹음한 음원으로 남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나도 동의한다. 백 번 천 번이고 동의를 하지만
그나마 그의 음악이 이런 정도로나마 우리 곁에 남아있어 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아아. 카잘스. 나는 그가 느린 템포만 잡아도 무턱대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바하의 아다지오.
바하가 듣는다면 다짜고짜 덥석 껴안아버릴 것 같은 카잘스의 바하. 그래서 이번만큼은 바하가 아닌 카잘스의 아다지오로.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狗商 윤영모 씀. 제목 없음.
비 오는 날은 비만 바라보고 비만 생각한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그럼 넌 비만 생각 해.
나는 비가 오면 비만 빼고 온갖 것이 다 생각 나.
오늘은 雨요일이야.
술을 멀리 하면 술이 나를 찾아 헤멜지도 몰라. 나 찾지 마.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狗商이 사람 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