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쳤더니 너무 많이 쳤는지.


졸리네.

손님. 등속 조인트가 터졌습니다.
좀 더 빨리 달리신다면 기름기 싹 빠진 삼십육만원짜리 우두둑,
허연 뼈다귀를 보실 수 있으십니다.
고객님, 모레 아침 열시 삼십분에 정비 예약을 잡아드릴까요 딩동.
띵띵 얼어붙은 국도변에 색소폰으로 녹아내리는 에릭 사티.

색소폰은 섹시폰이다.
빨간 아랫 입술 지그시 빼어물고 끈적끈적 느끼한 여인
체감 온도 영하 십 사도에 시속 구십키로로 녹아 내리는 재즈 색소폰

지구가 돌기는 도는지
조인트에 기름칠 안해도 돌기는 도는지
얼었던 몸을 알콜로 녹이면 뇌도 같이 녹는다. 흐물흐물 멀건 스프로 녹아내리지.

여보세요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시면 즉심에 회부됩니다. 존말할 때 힘차게 불어보시겠습니까.
이런 염병. 거기는 조수석이라니까. 너부터 불어 봐. 등신.

사티를 따라 드비시도 녹아내리는 영하 십사도의 칠번 국도

대방무우大方無隅
대음희성大音希聲
폰테는 차창 밖으로 겉돌고
어여쁜 둘체 폰테, 그 숨넘어가는 애드립을 잘 들어보라니까

이반 레베로프? 넌 아웃이야.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카루소가 아니지.
몸통이 크면 소리통도 크지만 그에 따라 밥통도 커져.

투 아웃입니다. 공유파일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 잘못 놀리면 일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못할 수도 있습니다.

뚱땡이 건재상의 토끼는 간 밤에 얼어죽고
뚱땡이 건재상의 어린 딸은 토끼를 보듬고 운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얼어붙은 지구 껍데기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떤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여기가 대체 어디쯤이야? 영하 십사도에 조인트가 뚝 부러지면 낭패야.
핸드폰이 살아있나 잘 살펴 봐.

이것 봐.
아무데서나 재즈 바스를 뜯지 말라니까.  
바다는 오른 쪽에서 허옇게 이빨을 까 뒤집고 산은 왼쪽에서 엎드려 웅크리고 울지.

....
아닙니다. 나는 울지 않습니다. 우는 것은 바람입니다.
..............
조옷도.
실은 바람도 울지 않지요.
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이 울음 소리를 듣고 싶을 뿐.
 대체 왜 그래요?
..

기름을 치면 기름도 언다.
이런 날은 별이 볼만 할 걸.
그래도 마당에 나가기는 싫어.
어느 새 꽤 늙어버린 거 같아 공연히 심란해서 그래.








국어학자 여러분들 케케묵은 사이시옷 하나 찾아내신다고 고생 진땅 하셨습니다.
월급 받아먹고 일안한다 소리 들으까봐서 애 많이 쓰시는구만.

연전에는 무우가 길다고 싹둑 짤라 무로 만들어놓더니  
짜장면 불어터질까봐 자장면으로 바꿔놓고.. 큰 일 한다 큰 일 해..
말은 괴물이 돼서 살아 날뛰는데 글은 화석이 돼가는구나.

거, 만장하신 박사 여러분들,
장맛비 궁리할 시간 있거든 '틀리다'와 '다르다'가 다른지 틀린지 그거나 바로 붙들어매노면 좋겠구만.
또 있네.
일을 않했는지 안했는지 그것도 좀 살펴 보든지 말든지.
어이가 없는 건지 어의가 없는 건지 그런 것도 좀 챙겨 보고 말이지...  


씰데읍는 시비나 걸어쌓는 걸 보니 일 없냐고요?
우요일이라 빈둥빈둥 테레비를 보자하니
그놈의 '장맛비' 써놓고 억지로 발음하시느라고 쎄가 빠지길래 백줴 깝깝쯩이 나서 그러요. 머, 뜰브요?  


1.
어제 그제 동네 가게에 뭐 사러 갔더니 쥔장 아지매 왈,

‘서애임요. 차 한잔 하실라능교?’
-잌? 사나이도 없는데 나랑 둘이서?


접때도 몇 번 차 한잔 하자는 걸 매번 바뿌다, 안한다, 그랬더니
아따, 누가 잡아묵나. 안잡아묵으께 커피나 한잔 하고 가소...
눈을 흘기면서 사람 무시하냐 어쩌구 그러길래
아이고 참, 차 한잔 거절하다가 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
콧구녕만한 동네라 입소문이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만한 일로 사람 무시할(?)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그 집 문턱에 궁디만 걸치고 앉아서 잽싸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왔구만
오늘도 뭐 사러갔더니 또 그러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은 붙잽히면 진짜로 잡아먹힐 거 같애서 몹시 바쁜 척하고 내뺐지요마는.
거 참, 부부지간에 피차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오고가는 길손도 아닌데 대체 왜 그래.
거 은근히 부담스럽구만.


2.
우리 동네 농민후계자 하나는 나만 보면 눈을 내리깔고 외면을 해요.
지하고 싸운 일도 없고 지 밥그릇 뺏아먹은 적도 없는데 공연히 그래요.

내가 집짓고 처음 이사왔던 십 오륙년 전쯤 여름날,
마을 풀베기 안나왔다고 아침부터 술에 꼴은채로 우리집 마당에 서서
지깐에는 제법 텃세하느라고 꼬장 부리드만 그날 이후로 아직도 그래요.
아니, 간도 안맞는 꼬장은 지가 부렸지 내가 부렸나. 참 별꼴을 다 보네.

언젠가 한번은 쓰레기봉지를 내다놓는데, 지나가던 그 친구 하는 말이,
거기다 놓으면 어쩌냐, 들고양이가 물어뜯고 어질러지고... 주절주절...
그럼 저 다른 쓰레기봉지들은 다 뭐냐 그랬더니
다른 사람꺼는 이전부터 내놓던거라 괜찮다고... 이게 대체 뭔 말인지 막걸린지..
그럼 동네 쓰레기 여기 말고 어디다 내놓냐 물었더니 우물쭈물...

생트집에 기가 막히기도 하고
백주대낮에 얼굴 맞대고 어구쇠를 놓으면서 부끄런줄도 모르는 그 희안한 인품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만 턱을 빼딱하게 해서 쳐다보노라니
차마 내 눈을 바로 못쳐다보고 엉거주춤 지나가며 꼭 한마디는 하고 갑디다.

'하여튼 쓰레기 거기다 내노면 안돼요.'

...... 이사온지 십오년이다. 아직도 텃세하냐? 등신같이.

인자는 나이도 마흔은 족히 넘어섰을껀데 뭐 나한테 섭섭한 거 있었나?
아니면 내가 뭐 혼자 먹고 니는 안주드냐?
애먼 사람한테 꼬장 부릴 정이 있거든 장개갈 생각이나 허든지.
한 세상 사노라면 참 별별 가엾은 영혼을 다 만나요.

3.
동네 끝집 사내가 고만 딴 여자랑 정분이 났다는데
조강지처는 집에다 내버려 두고 딴 동네다 살림 차렸다요.
맨날 트랙터로 논 갈아엎던 사람이 뜬금 없이 물차(활어차) 끌고 다니더라는 소문에
아따, 농사도 만만찮게 많은 사람이 그 농사 다 내뿔고 갈만치 이뿐 여잔가보다 그랬더니
더러 본 사람들 말로는 박색이라던데 뭘.

참 착하고 순한 그 아지매는 우리집 애 엄마하고도 그럭저럭 가까운 편이라 그런지
나도 어느정도는 아지매 쪽으로 기울기는 기울지만
아내는 때때로 사내가 못마땅해서 대놓고 혀를 차며 답답해하지요.

그래도 아서라 말아라.
국물도 한 방울 안 튕긴 주제에 뉘라서 부부간의 일을 알것이며
아니라도 남녀상열지사를 뉘가 왈가왈부하랴 설레발은 쳐놨습니다마는.

그래도 참 못할 짓인 것이.
쇠뿔 끄트머리같은 좁은 동네라 때때로 농삿일때매 더러 내 집앞을 지나기도 하는데
그 편에서도 될 수 있으면 날 외면하랴,
내 편에서도 그 내막을 모르는체 하랴, 참 거시기하고 그래요.


나 또한 내 딴에는 자칭, 시대의 로맨티스트라,
사람으로 살아가자면
때때로 스스로 거역할 수 없는 괴이한 열정에 이끌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요마는
코 앞에서 참 어찌할 수 없이 난처한 꼴을 실시간으로 두고 보자하니
그저 조강지처랑 같이 늙어가면서
머리 굵어가는 자식들하고 옥신각신 밀고 땡기고 그리 사는 것이 그래도 그 중 나은 삶인지
아니면 참 이제 오갈데 없이 저물어가는 신세에 불꽃같은 사랑을 만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세월 이 한 몸 재가 될 때까지 태워보는 것도 한번 해 볼만한 것인지
이건지 저건지 희거나 검거나 희거나 말거나....
오밤중에 비는 추적추적.. 괜히 가슴만 답답하고 쓸쓸한 것이 참 거시기하고 그래요.

'아침부터 바쁘시구만.'
'어! 아이고.. 하마 운동 갔다 오시는기라?'

'지금 일 나가실라고?'
'아이라, 그물 손질만 해노마 일이야 은제 나가든지 뭘... 에헤이.. 어제 오싯으마 좋았을걸'

'왜요?'
'고래 한마리 건졌거든'

'어이쿠나! 얼마나 되는데?'
'한 사미터 반... '

'횡재 하셨네. 한턱 내셔야지!'
'한턱이나마나 속이 상해서 이불 디비쓰고 하루 내 누우있다 나왔구마요'

'....?'
'그그지께 바람 불었제, 다음날도 못나가고 이틀이나 물속에 담가놓고 있어노이......
선도가 떨어져 육회거리 안된다고 한 돈천만원 날아갔다요.'

'아이고...글쿠나... 하루 이틀 상관에 돈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구나...
뭐 그래도 안걸린것보다 좋지 뭘.'
'그야 글체. 흐흐흐...'


황보씨의 어깨는 둥글고 두텁고 겸손하다. 요즘은 저런 어깨를 가진 사내가 잘 없다.
그의 아내도 둥글다.
그의 아내 김씨는 십여년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회생했는데 아직도 걸음이나 말이 좀 어눌하다.
그래도 두 내외는 여전히 참 둥글다.

황보씨와 그의 아내 김씨는 내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은 잠깐도 쉬지않는다.
그물에 끼어 털려지지않은 부산물들을 떼어내는 작업중이다.

'그물에서 뜯어내는 것이 솔찮구만. 저것만해도 한사흘 밥 반찬은 되것다.'
'아이고 베라벨끼 다 걸리와요. 한약 껍디기, 주스 깡통, 비니루봉다리에 생리대까지 올라온다니까요.'
'그것 참.'

'요기가 밑바닥이고 요기가 물에 뜨고 .... 그래 조수가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마 게도 걸리고 말미잘도 걸리고...
괴기 잡는거야 뭐... 털어내고 나서 손질하는거이 일이라..'

평소에는 부끄럼을 타는 듯 말도 잘 없는 사내가 보따리가 끌러졌는지 이야기가 한참 풀어진다.
말이 어눌한 그의 아내는 한마디 끼어들라다가 잘리고 또 끼어들라다가 잘리고.. 그래도 자꾸 웃기만한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사람이 좋아 잠시 앉아서 곁다리 끼고싶은데 
걷던 서슬이라 그런지 한참 서 있었더니 등짝이 어슬어슬해지는 것이 겨우 나아가는 감기 덧칠라, 
하지만 반갑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순하게 웃는 얼굴 마주보니
내생각만 한듯 얌체같은 느낌이 들어 좀 미안해진다.
그래도 뭐 어쩌냐. 내몸 내가 챙겨야지...... 

'그럼 나는 인자 가보께요. 고생하이소.'
'어! 가마 있어보소. .....국아! 거 비니루 봉다리 하나 갖고 오이라'

국이는 이 집 큰아들이다. 큰아들은 국이, 작은 아들은 혁이.
아버지나 아들들이나 다 외자 이름이다.

'멫마리 안돼요. 콩나물 넣고 국이나 한냄비 끼리 드시라고.'

연신 아가리를 뻐끔거리는 아구가 다섯마리다.

'이것 참, 애써 잡은 걸 공으로 자꾸 얻어먹어서 어째요.'
'참, 그런 소리 마소. 내가 일부러 갖다디리지는 몬해도 마침 오싯으니 나놔 묵는기지..'
'아이고... 그럼 덕분에 또 맛있게 잘 먹지요 뭐. 고맙습니다.'

부경리 선창에서 우리집까지는 걷자면 한 삼십분 걸린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거워졌다.
이것 장만해서 한나절 슬쩍 바람 쐬었다가 무우 삐져넣고 콩나물 넣고 두부 서너토막 띄워서 맑은 탕을........
황보씨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가 다 행복해졌다.


.....
아구가 공짜로 생겨서 행복한거라고?  

흥.....  



2006. 11. 21




반쯤은 충동적으로 나섰던 경주 나들이

정작 처음에 가려고 했던 안압지는 시간에 쫓겨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예정에 없이 만났던 남지 선생님 따라갔던 슈만과 클라라 

르노와르? kiss me? @@........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조지안을 보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디오쟁이 증후군이다.
처음에 언뜻 보고는 파트리션인줄 알았다.
묶어 둘 앰프가 환중이라 소리는 못들어봤다. 하긴 소란스러운 까페에서 그 소리 들어 본들.

처음 가 봤는데 꽤 알려진 까페란다. 늦은 시각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대학생에서 중장년까지 손님들도 계층이 고르다. 괜찮네.

나와 마주 보이는 탁자. 공간 배치가 버성거리지 않고 편안하다. 

뒷 벽의 샤갈과 맞은 편의 진열장이 겹쳐져서 묘하게 이중노출 같은 느낌이 난다. 
편안한 까페다.

담아. 오월 외출 때 같이 가자. 아빠가 커피 사 주께. 모카가 괜찮더라.  

                                     내용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호프만의 뱃노래

사장님,(사장님이 아니라는데 자꾸 사장님이라고)
게 좀 사 가라는 아주머니들의 아우성을 꿋꿋이 물리치고 찍은 컷.
사진을 찍는 내 바로 뒤로 두 사람의 아주머니가 외발 리어카에 대게를 한 짐 싣고 서 있었지만.

항구 쪽 난전에서 맞은편의 등대를 보고.
이번에는 나와 바로 앞의 배 사이에 활어 파는 아지매가 나를 빤히 올려다 보면서 호객...

내항에서 보이는 바깥 바다.
마스트가 높직한 배는 아마도 돈 받고 태워 준다던 요트형 유람선이라는 그 배.
큰 놈이 오면 가벼운 나들이 삼아서 저 배 한 번 타 볼까?

닻.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마도로스표 닻 모양이 아니라 무슨 호미처럼 생긴 닻.

하지만 나는 배를 타는 것이 무섭다.
단단하지 못한 바닥에 떠 있는 것도 그렇고
얼핏 뱃전 너머로 깜깜한 바다 속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그 온갖 놈의 무시무시한 상상 때문에.
사는 곳이 바다 근처라 자주 보기는 하지만
배라는 물상 자체도 그렇거니와 
배가 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뭘 한다는 것이 나는 도무지 요령이 잡히질 않는다.
배는 아마도 내게는 풍경일 뿐 일생 낯 선 대상.

저녁하늘


산보 가자고 조르는 어린놈에게 못이겨 억지로 따라 나섰다가 얻은 그림.
생각보다는 너무 밝게 나왔지만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걸어 두기로 한다.

겉 옷 없이 나서기는 아직은 좀 쌀쌀한 4월의 저녁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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