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뜰에 노는 땅을 개간(?)해서 남새를 갈아 먹기로 했다.
내리 몇 해를 묵혀놨던 땅이라 풀만 무성하다.
비온 다음날로 날을 받아서 연한 놈은 뽑아 던지고 질긴 놈은 호미로 찍고..
풀뿌리가 엉머구리로 얼키설키 호미 대가리가 걸려서 일이 안된다.
겨우 풀 걷어냈다 싶으면 돌밭이 덜거럭 삐거덕.

내리 박기만하면 빠각빠각 걸리는 자갈로 인하야 이미 천원짜리 최신형 호미 하나를 해 먹고야 말았다. 이런 젠장. 

이삼일 풀 뽑고 돌 뽑아내느라 용을 썼더니 수 년전에 주사 몇 방으로 땜질해놓은 허리가 수상타.
아서라. 남새 몇 포기 뜯어 먹을라다가 구들지고 자리보전할라.
호미 던지고 대충 먼지 터느라 툭탁거리는데 지나가던 발걸음이 인기척을 한다.


-‘머어를 심굴라꼬요.’
-아, 예. 들깨라도 뿌려보까 싶어서요.

골목 어귀 좀팽이 영감네 아주머니다.

-‘마카 돌밭이라 들깨나 숨가야 되겠니더.’
-그러게요. 하도 돌이 많아서.

-‘그래도 하마 곱게 잘 했니더. 영 돌밭이드마.’
-뭐, 할 줄은 모르고 숭내만 냅니다.

-‘..... 돌밭에 너무 심쓰지 마소... 우리 영감도 젊어 그래 씨가 빠지게 일만 하다가...’
-.?..

-‘우리 영감 절고 댕기는 거 봤제요. 인자는 인나도 몬하고 방구석에 저래 짊어지고 있어요. 거, 황사 마이 왔던 날에요.’

발걸음을 옮길듯 말듯하다가 들고 있던 다라이를 길에 내려놓고는 먼데 산을 보면서 허리를 펴고 한숨 한 번 쉬고 시작한 아주머니의 넋두리다.


-‘...하마 묵던 약이 다됐다고 약타러 간다카글래, 바람도 누렇키 저리 씨기 부는데 바람 잔 날에 가소 말맀드마 저런 더런녀러 쏘가지, 부애를 내고 픽 나가데요. 그 날에 고만 아다리가 돼서 중간에 오도가도 몬하고 자빠져서 눈이 희꾼해서 말도 한마디 몬하고.. 온 얼굴에 풍인지 머인지 깨같은 기 쏘시락하이 올라와서 보도 몬하고.. 그래 포항 빙원에 응급실로 실꼬 갔드이, 젊어 하도 일을 마이해서 더 낫기는 몬하고 인자 들일도 말고 조심하라카데요.
뭔 일을 하고잡아(하고싶어서) 그래 마이하는 사람이 어데있능교.
자석새끼들 공부시키고 출세 시킬라꼬 죽으나사나 지게지고 댕깄지요.

아들이고 딸이고 다 옛말이지 대학 시키고 대학나온 며느리 봐 봤자 다 헛일이시더.
아랫녘에 뉘는 중학 나온 며느리 봤어도 시부모 봉양이 그럴 수가 없는데 대학 나와서 높은 공부한 며느리 얻었디이 수주이 높아 무식한 부모하고는 말도 잘 안 통하고 글니더.

산비딱에 돌 파내고 뻬가 뿡그라지도록 일해서 공부시키봐야 인자는 부모 봉양도 구찮고 저그는 저그대로 잘났고. 소용엄니더...‘

-그럼 아저씨가 시방 운신을 못하시는가요.

-‘그래 조신하이 드러눕어마 있었으마 하마 삽짝은 걸어 댕길낀데 조런녀러 영감태기 그 새를 몬참고 니아카에 소 매서 끄꼬 가다가 고랑에 자빠진 채로 소가 니아카를 밀고 가삐리서 다리에 뼈가 보이도록 조지놨제요. 인자는 살이 오그라들어 다리를 피도 몬하고 오그리도 몬하고 ......
저라다가 죽지요 멀. 하마 칠십 여덜인데 낼모레 팔십 아인교... 마 소용 엄니더... 들깨나 흩어서 이파리나 따묵고 그라소. 너무 애쓰지 마소. 다 소용엄니더...’


연전에 인물 허연 두 아들 내외 손자손녀 앞세우고 명절 나들이에 입이 귀에 걸렸더니 그 새 먼 일이 있었나보다. 꾸부정한 아주머니 옆 얼굴을 보자하니 허여멀금 신수 괜찮던 얼굴이 그래 그런지 좀 거죽하다.
뭐라고 거들기도 그렇고 말리기도 그래서 고만 던져 놨던 호미 다시 들고 돌 골라내는 시늉을 하고 있자니 다라이 다시 집어들고 주섬주섬 둑길을 오르면서 다짐을 둔다.

-‘성새임요. 이양 대강하소. 들깨야 엔간하마 잘 올라오지요.’
-예, 그러지요 뭐.

공연히 마음이 선듯해서 호미 다시 쥔 김에 잔돌 몇 개 더 골라내고 있자니 그 아주머니 다라이에 뭔 푸성귀 담아 이고 어느새 둑길 따라 돌아 내려오는데 그 새 한 숨 돌렸는지 목소리가 조금 낫네.

-‘낳기 뿌리 노소. 자아 우에는 하마 모종했는데 성새임은 쪼매 늦었니더. 드문 거 보담사 솎아내는 기 낫제. 어린 것들은 솎아서 무치 묵으마 돼요. 하마 곱기 잘 했니더.’



오며 가며 툭툭 던지고 간 말에 나 혼자 괜히 뒤숭숭해져서 호미 쥔 채로 멍청하게 아주머니 뒷모습만 좇다가 나도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중얼거려봤다.

.....
그러게 사람이란 짐승은 꼭 나이 들면서야 게우시 눈이 띄고 귀가 틔는지.

하기사 그 중에 아주 늙어서도 지 발 끄트머리만 내려다보고 자슥들 속 썩이는 밴댕이들도 없지는 않더라마는.
희거나 껌거나 간에 아버지 세상 뜨시고 난 담에야 도 닦은 듯 흰소리 주절거리는 나도 똑같지 뭘.
아지매는 괜히 오다가다 엉뚱한 소리 해쌓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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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은 음악광이고 오디오쟁이라고 주변 여기저기 실속없는 입소문만 나서는 때때로 몇 곡 선곡해서 녹음 좀 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생일 선물도 있고 학기말에 아이들 담임 선생님께 드릴 선물도 있지만 그 중 잦은 것은 태교 음악이다.
애들 엄마는 내 오디오의 건강 증진에는 인색하면서 이런 때는 본전 뽑자고 덤빈다.

‘구룡포에 뉘 선생이 임신했다던데...’
‘포항 허 선생도 배 불렀다더라.’

.......... 그래서 어쩌라고? @@...
........

무릇 선물이란 마음을 담은 물품을 무상으로 주고받는 일이므로 그 물품의 내용을 두고 음이다 양이다 옥신각신 할 필요가 도대체 없으니 선물을 주고 받는 다는 것은 불문곡직하고 대체로 매우 바람직한 행위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인데다가 더더우기 음악을 선물 한다는 일은 고금에 그 짝을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아름다운 일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사안이 애매한 경우에는 제목이 그럴싸한 얇직하거나 헐직한 책이라든지 아니면 대충 줏어다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나 이런 것들을 수시때때로 남발하고는 있지만, 뭐, 이런 경우에는 모른척 안그런척 그거 꼭 해야되냐? 슬쩍 한 번 튕겨 본다. 

내가 고장난 오디오 붙들고 머리카락 빠져가며 고심할 때나 
밤이 늦도록 삐그덕 거리는 오디오 만지면서 진땀 뺄때 그대는 가재미눈으로 날 쳐다보지 않았던가?
염치도 좋구나. 그래놓고 시방 나한테 일거리 하청을 준다는 것인지?
....... 뭐 대충 이런 심사다.

애 엄마는 기계치다.
명색이 오디오쟁이와 한 지붕 밑에서 근 이십년을 살아왔으나 아직까지도 조금이나마 복잡하게 생긴 기기는 아이고 무시라, 아예 만져 볼 생각을 안하는데다가 앞으로도 그것이 개선될 기미는 조금도 없다.
지는 거실에서 바느질하고 내가 마당에서 김치독 묻을 땅 파고 있는 아름다운 구도에서도,
보소, 소리가 너무 시끄러바요,
소리 줄여 달라고 굳이 창문 열고 날 찾는다.

-‘거, 오른 쪽 맨 밑에 누런 앰프 도랑태 다섯개 중에 가운데 껏이 보륨이야~
........아이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것네. 이런 쇠불알! 왼짝으로 돌리야 된다니깐!!!’

목이 쉬도록 쎄가 빠지게 석달 열흘을 가르쳐 줘 봤자 며칠 안가서 또 마당에 있는 나를 부른다.

‘담이 저그 아부지이~~ 소리가 너무 커요오~~~’

그러니 뭐 하나 녹음 할라치면 나한테 떫은 소리를 못할 밖에는.

나는 테이프 녹음은 자타공인 실력파다.... 라고 말하고싶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오디오나 음악에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우위에 불과한
순전히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또한
다들 아시다시피 테이프 녹음은 그 음원이 엘피 일 경우에는 거의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의 중노동에 속한다.
특히 한 삼십분 이상 걸리는 대곡일 경우 노심초사 근근히 녹음을 하던 중, 끝날 때 쯤해서 틱! 하고 한 번 튀고나면
아아..... 무상하다. 

그래서 나는 옛적부터 데크 앞에 앉아서 씨름할 때는 공연히 몹시 어려운 작업을 하는드끼 필요 이상으로 인상 팍 구기고 앉아서 모가지에 힘이 뻣뻣하게 들어 간 채로 억시기 튕기는 경향이 있다. 
아, 물론 애 엄마도 지 부탁으로 녹음 할 때는 다소 뜰브나마나 서포트에 진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평소에 소 닭 보듯 하다가 그런 때면 내 주변을 뱅뱅 돌면서 비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는 이야기다.
일진이 좋다면야, 엇주구리, 더러 뜬금없이 사과도 깎아주고 시키잖은 커피도 한 잔 갖다준다.

그런데.... 요즘은 녹음 매체의 주종이 시디로 옮겨졌으니 조금은 편해 졌나?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 녹음 과정이야 시디가 비할바없이 간편하다.
시간도 단축 되고 프로그램 띄워서 한꺼번에 집어 넣어 놓으면
시간하고 남은 공간까지 주르르 나오니 테이프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이긴 하다.
그러나 엘피를 시디로 옮기고 싶을 경우에는
일반 가정에서의 그것은 순전히 실시간 노가다이매 일견 매우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 소요 장비의 이동과 설치 또한 허리 부실한 중년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며, 게다가 녹음 중에 에러가 나면 아예 갖다 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 물론 다소의 디지털 기기를 구비한다면 그 작업의 난이도가 현저히 수월해지며 그 편집의 묘 또한 콧노래가 나올만큼 손쉬워진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모르는 바 아니나.... 
모든 것은 그것이면 다 해결 된다. ... 그것... 

아무튼 그래서 음으로 양으로 그 놈의 태교음악 편집을 더러 하게 되는데,
말을 그리 꺼냈으니 태교음악이지 그냥 그렇구나 흘려 놓고 듣는다는데 의의를 둔다면 몰라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반신반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반에 반신도 안 한다.

우리집 큰 놈이 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깐에는 최대한 신경 써서 '태교 음악' 테이프를 대여섯개 만들었었다.
사나희 태어나 처음으로 아부지가 된다는데 그 아니 들뜨고 설레일소냐.
내가 날마다 경배하여 마지않는 B짜 항렬 영감들은 물론이요 동서고금을 통해 태교에 최고로 좋다는 M모씨의 음악까지 최대한 주옥같은 곡으로 엄선....
애들 엄마도 첫 아이 때라 그랬는지 작은 놈 뱃속에 들었을때모냥 대충 한 잔 걸치고 들어오는 일도 없이 매우 경건하였으며, 뭐 어쨌거나 그놈의 테이프가 마르고 닳도록 참 열심히도 많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테이프, '짱구 음악'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금도 집구석 어딘가에 구불러 댕긴다....

그런데....  
태어나는 놈은 순전히 지 성질대로 태어나는 벱인지 아니면 우리집 큰 놈이 돌연변인지
이 놈이 철들면서 미치고 환장하는 음악이란 게....
........ 말도 하기 싫다.

도대체 귀신 씨나락 까묵는 랩인지 힙합인지 
아,
언제나 그렇듯이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므로
힙합 매니아들의 항의나 질타는 접수 못한다. (☜ 당연히 보험이다....)
  
하여간에 음악이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어쨌는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최소한 태교 음악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알든 모르든 뱃속에 있을 때 지 엄마가 듣던 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친근감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자기 스스로 음악을 선택 할 수 없었던 유아기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흘려놓은 음악에 대해서 친화적으로 다가 온 적은 거의 없었던 듯하니 부애가 나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 사람의 품성을 만들어 준다는 가설에는 콧방귀다.
그것도 매우 강력한 콧김을 동반한 콧방구다.

저간의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그놈의 허울좋은 태교음악이란 것에 대한 내 견해는 이렇다.
오로지 타고 나기를 음악을 좋아하게 타고 나서
살다 보니 또 어찌어찌 음악을 접할 기회도 생기고,
그러다 보면 잠재된 감수성이 촉발.... 어쩌구.... 그런 주의자다.      

기회가 있어 코딱지만 한 놈들 여럿 앉혀놓고
별 다른 예고나 설명 없이 고전음악을 흘려 놓아보는 실험을 몇 번 해본적이 있다.
열에 칠팔은 틀림 없이 졸거나 주리를 틀거나 딴짓이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한 두 놈쯤 신통하게 듣고 있는 경우가 있다.
끝나고 물어 보면 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그 곡에 대한 그럴싸한 인상도 없지않고.

하지만 나는 그 한 두 놈이 저그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그 엄마들이 거룩하고 숭고한 음악을 들으며 태교를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태교 음악 무용론자다.
차라리 임산부의 정서 순화나 심리적 평정을 위해 고요하고 편안한 음악을 찾는다면
그거야 뭐 굳이 반대할 명분도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나 사상이나 철학은 사실 별 상관이 없다.
그 누군가가 ‘태교음악’이라는 선물을 필요로 한다면,
그리고 그‘필요’의 날짜가 서서히 촉박해지면,
나는 그 목적과 시기에 부합하는 그렇고 그런 그럴듯한 음악들을 쎄가 빠지게 고르고 추려낸 다음
그 누군가를 위한 태교 음악이라는 근사한 제목이 붙을 시디를 편집하고, 꿉고, 껍디기를 만들고....
견마지로를 다하여 밤새 뺑이를 친다....

자유 민주주의라고?
....개 풀 뜯어묵는 소리.
세상살이가 대개 그러하듯이 황량한 변방, 적막한 깡촌 마을의 겨울에도
그 사상과 행위의 자유는 제한 되어 있다. 그것도 매우.
.............물론 앞서 이야기 했듯이 가뭄에 콩나드끼 때때로 뻐기거나 튕겨보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익히들 아시다시피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사태는 나의 책임이며.....
또한 역시 짐작 하시다시피... 짐짓 튕겨보는 그 시간 또한 나의 바램보다는 매우 짧다...



기름을 쳤더니 너무 많이 쳤는지.


졸리네.

손님. 등속 조인트가 터졌습니다.
좀 더 빨리 달리신다면 기름기 싹 빠진 삼십육만원짜리 우두둑,
허연 뼈다귀를 보실 수 있으십니다.
고객님, 모레 아침 열시 삼십분에 정비 예약을 잡아드릴까요 딩동.
띵띵 얼어붙은 국도변에 색소폰으로 녹아내리는 에릭 사티.

색소폰은 섹시폰이다.
빨간 아랫 입술 지그시 빼어물고 끈적끈적 느끼한 여인
체감 온도 영하 십 사도에 시속 구십키로로 녹아 내리는 재즈 색소폰

지구가 돌기는 도는지
조인트에 기름칠 안해도 돌기는 도는지
얼었던 몸을 알콜로 녹이면 뇌도 같이 녹는다. 흐물흐물 멀건 스프로 녹아내리지.

여보세요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시면 즉심에 회부됩니다. 존말할 때 힘차게 불어보시겠습니까.
이런 염병. 거기는 조수석이라니까. 너부터 불어 봐. 등신.

사티를 따라 드비시도 녹아내리는 영하 십사도의 칠번 국도

대방무우大方無隅
대음희성大音希聲
폰테는 차창 밖으로 겉돌고
어여쁜 둘체 폰테, 그 숨넘어가는 애드립을 잘 들어보라니까

이반 레베로프? 넌 아웃이야.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카루소가 아니지.
몸통이 크면 소리통도 크지만 그에 따라 밥통도 커져.

투 아웃입니다. 공유파일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 잘못 놀리면 일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못할 수도 있습니다.

뚱땡이 건재상의 토끼는 간 밤에 얼어죽고
뚱땡이 건재상의 어린 딸은 토끼를 보듬고 운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얼어붙은 지구 껍데기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떤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여기가 대체 어디쯤이야? 영하 십사도에 조인트가 뚝 부러지면 낭패야.
핸드폰이 살아있나 잘 살펴 봐.

이것 봐.
아무데서나 재즈 바스를 뜯지 말라니까.  
바다는 오른 쪽에서 허옇게 이빨을 까 뒤집고 산은 왼쪽에서 엎드려 웅크리고 울지.

....
아닙니다. 나는 울지 않습니다. 우는 것은 바람입니다.
..............
조옷도.
실은 바람도 울지 않지요.
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이 울음 소리를 듣고 싶을 뿐.
 대체 왜 그래요?
..

기름을 치면 기름도 언다.
이런 날은 별이 볼만 할 걸.
그래도 마당에 나가기는 싫어.
어느 새 꽤 늙어버린 거 같아 공연히 심란해서 그래.








국어학자 여러분들 케케묵은 사이시옷 하나 찾아내신다고 고생 진땅 하셨습니다.
월급 받아먹고 일안한다 소리 들으까봐서 애 많이 쓰시는구만.

연전에는 무우가 길다고 싹둑 짤라 무로 만들어놓더니  
짜장면 불어터질까봐 자장면으로 바꿔놓고.. 큰 일 한다 큰 일 해..
말은 괴물이 돼서 살아 날뛰는데 글은 화석이 돼가는구나.

거, 만장하신 박사 여러분들,
장맛비 궁리할 시간 있거든 '틀리다'와 '다르다'가 다른지 틀린지 그거나 바로 붙들어매노면 좋겠구만.
또 있네.
일을 않했는지 안했는지 그것도 좀 살펴 보든지 말든지.
어이가 없는 건지 어의가 없는 건지 그런 것도 좀 챙겨 보고 말이지...  


씰데읍는 시비나 걸어쌓는 걸 보니 일 없냐고요?
우요일이라 빈둥빈둥 테레비를 보자하니
그놈의 '장맛비' 써놓고 억지로 발음하시느라고 쎄가 빠지길래 백줴 깝깝쯩이 나서 그러요. 머, 뜰브요?  


1.
어제 그제 동네 가게에 뭐 사러 갔더니 쥔장 아지매 왈,

‘서애임요. 차 한잔 하실라능교?’
-잌? 사나이도 없는데 나랑 둘이서?


접때도 몇 번 차 한잔 하자는 걸 매번 바뿌다, 안한다, 그랬더니
아따, 누가 잡아묵나. 안잡아묵으께 커피나 한잔 하고 가소...
눈을 흘기면서 사람 무시하냐 어쩌구 그러길래
아이고 참, 차 한잔 거절하다가 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
콧구녕만한 동네라 입소문이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만한 일로 사람 무시할(?)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그 집 문턱에 궁디만 걸치고 앉아서 잽싸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왔구만
오늘도 뭐 사러갔더니 또 그러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은 붙잽히면 진짜로 잡아먹힐 거 같애서 몹시 바쁜 척하고 내뺐지요마는.
거 참, 부부지간에 피차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오고가는 길손도 아닌데 대체 왜 그래.
거 은근히 부담스럽구만.


2.
우리 동네 농민후계자 하나는 나만 보면 눈을 내리깔고 외면을 해요.
지하고 싸운 일도 없고 지 밥그릇 뺏아먹은 적도 없는데 공연히 그래요.

내가 집짓고 처음 이사왔던 십 오륙년 전쯤 여름날,
마을 풀베기 안나왔다고 아침부터 술에 꼴은채로 우리집 마당에 서서
지깐에는 제법 텃세하느라고 꼬장 부리드만 그날 이후로 아직도 그래요.
아니, 간도 안맞는 꼬장은 지가 부렸지 내가 부렸나. 참 별꼴을 다 보네.

언젠가 한번은 쓰레기봉지를 내다놓는데, 지나가던 그 친구 하는 말이,
거기다 놓으면 어쩌냐, 들고양이가 물어뜯고 어질러지고... 주절주절...
그럼 저 다른 쓰레기봉지들은 다 뭐냐 그랬더니
다른 사람꺼는 이전부터 내놓던거라 괜찮다고... 이게 대체 뭔 말인지 막걸린지..
그럼 동네 쓰레기 여기 말고 어디다 내놓냐 물었더니 우물쭈물...

생트집에 기가 막히기도 하고
백주대낮에 얼굴 맞대고 어구쇠를 놓으면서 부끄런줄도 모르는 그 희안한 인품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만 턱을 빼딱하게 해서 쳐다보노라니
차마 내 눈을 바로 못쳐다보고 엉거주춤 지나가며 꼭 한마디는 하고 갑디다.

'하여튼 쓰레기 거기다 내노면 안돼요.'

...... 이사온지 십오년이다. 아직도 텃세하냐? 등신같이.

인자는 나이도 마흔은 족히 넘어섰을껀데 뭐 나한테 섭섭한 거 있었나?
아니면 내가 뭐 혼자 먹고 니는 안주드냐?
애먼 사람한테 꼬장 부릴 정이 있거든 장개갈 생각이나 허든지.
한 세상 사노라면 참 별별 가엾은 영혼을 다 만나요.

3.
동네 끝집 사내가 고만 딴 여자랑 정분이 났다는데
조강지처는 집에다 내버려 두고 딴 동네다 살림 차렸다요.
맨날 트랙터로 논 갈아엎던 사람이 뜬금 없이 물차(활어차) 끌고 다니더라는 소문에
아따, 농사도 만만찮게 많은 사람이 그 농사 다 내뿔고 갈만치 이뿐 여잔가보다 그랬더니
더러 본 사람들 말로는 박색이라던데 뭘.

참 착하고 순한 그 아지매는 우리집 애 엄마하고도 그럭저럭 가까운 편이라 그런지
나도 어느정도는 아지매 쪽으로 기울기는 기울지만
아내는 때때로 사내가 못마땅해서 대놓고 혀를 차며 답답해하지요.

그래도 아서라 말아라.
국물도 한 방울 안 튕긴 주제에 뉘라서 부부간의 일을 알것이며
아니라도 남녀상열지사를 뉘가 왈가왈부하랴 설레발은 쳐놨습니다마는.

그래도 참 못할 짓인 것이.
쇠뿔 끄트머리같은 좁은 동네라 때때로 농삿일때매 더러 내 집앞을 지나기도 하는데
그 편에서도 될 수 있으면 날 외면하랴,
내 편에서도 그 내막을 모르는체 하랴, 참 거시기하고 그래요.


나 또한 내 딴에는 자칭, 시대의 로맨티스트라,
사람으로 살아가자면
때때로 스스로 거역할 수 없는 괴이한 열정에 이끌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요마는
코 앞에서 참 어찌할 수 없이 난처한 꼴을 실시간으로 두고 보자하니
그저 조강지처랑 같이 늙어가면서
머리 굵어가는 자식들하고 옥신각신 밀고 땡기고 그리 사는 것이 그래도 그 중 나은 삶인지
아니면 참 이제 오갈데 없이 저물어가는 신세에 불꽃같은 사랑을 만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세월 이 한 몸 재가 될 때까지 태워보는 것도 한번 해 볼만한 것인지
이건지 저건지 희거나 검거나 희거나 말거나....
오밤중에 비는 추적추적.. 괜히 가슴만 답답하고 쓸쓸한 것이 참 거시기하고 그래요.

'아침부터 바쁘시구만.'
'어! 아이고.. 하마 운동 갔다 오시는기라?'

'지금 일 나가실라고?'
'아이라, 그물 손질만 해노마 일이야 은제 나가든지 뭘... 에헤이.. 어제 오싯으마 좋았을걸'

'왜요?'
'고래 한마리 건졌거든'

'어이쿠나! 얼마나 되는데?'
'한 사미터 반... '

'횡재 하셨네. 한턱 내셔야지!'
'한턱이나마나 속이 상해서 이불 디비쓰고 하루 내 누우있다 나왔구마요'

'....?'
'그그지께 바람 불었제, 다음날도 못나가고 이틀이나 물속에 담가놓고 있어노이......
선도가 떨어져 육회거리 안된다고 한 돈천만원 날아갔다요.'

'아이고...글쿠나... 하루 이틀 상관에 돈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구나...
뭐 그래도 안걸린것보다 좋지 뭘.'
'그야 글체. 흐흐흐...'


황보씨의 어깨는 둥글고 두텁고 겸손하다. 요즘은 저런 어깨를 가진 사내가 잘 없다.
그의 아내도 둥글다.
그의 아내 김씨는 십여년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회생했는데 아직도 걸음이나 말이 좀 어눌하다.
그래도 두 내외는 여전히 참 둥글다.

황보씨와 그의 아내 김씨는 내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은 잠깐도 쉬지않는다.
그물에 끼어 털려지지않은 부산물들을 떼어내는 작업중이다.

'그물에서 뜯어내는 것이 솔찮구만. 저것만해도 한사흘 밥 반찬은 되것다.'
'아이고 베라벨끼 다 걸리와요. 한약 껍디기, 주스 깡통, 비니루봉다리에 생리대까지 올라온다니까요.'
'그것 참.'

'요기가 밑바닥이고 요기가 물에 뜨고 .... 그래 조수가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마 게도 걸리고 말미잘도 걸리고...
괴기 잡는거야 뭐... 털어내고 나서 손질하는거이 일이라..'

평소에는 부끄럼을 타는 듯 말도 잘 없는 사내가 보따리가 끌러졌는지 이야기가 한참 풀어진다.
말이 어눌한 그의 아내는 한마디 끼어들라다가 잘리고 또 끼어들라다가 잘리고.. 그래도 자꾸 웃기만한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사람이 좋아 잠시 앉아서 곁다리 끼고싶은데 
걷던 서슬이라 그런지 한참 서 있었더니 등짝이 어슬어슬해지는 것이 겨우 나아가는 감기 덧칠라, 
하지만 반갑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순하게 웃는 얼굴 마주보니
내생각만 한듯 얌체같은 느낌이 들어 좀 미안해진다.
그래도 뭐 어쩌냐. 내몸 내가 챙겨야지...... 

'그럼 나는 인자 가보께요. 고생하이소.'
'어! 가마 있어보소. .....국아! 거 비니루 봉다리 하나 갖고 오이라'

국이는 이 집 큰아들이다. 큰아들은 국이, 작은 아들은 혁이.
아버지나 아들들이나 다 외자 이름이다.

'멫마리 안돼요. 콩나물 넣고 국이나 한냄비 끼리 드시라고.'

연신 아가리를 뻐끔거리는 아구가 다섯마리다.

'이것 참, 애써 잡은 걸 공으로 자꾸 얻어먹어서 어째요.'
'참, 그런 소리 마소. 내가 일부러 갖다디리지는 몬해도 마침 오싯으니 나놔 묵는기지..'
'아이고... 그럼 덕분에 또 맛있게 잘 먹지요 뭐. 고맙습니다.'

부경리 선창에서 우리집까지는 걷자면 한 삼십분 걸린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거워졌다.
이것 장만해서 한나절 슬쩍 바람 쐬었다가 무우 삐져넣고 콩나물 넣고 두부 서너토막 띄워서 맑은 탕을........
황보씨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가 다 행복해졌다.


.....
아구가 공짜로 생겨서 행복한거라고?  

흥.....  



2006. 11. 21




반쯤은 충동적으로 나섰던 경주 나들이

정작 처음에 가려고 했던 안압지는 시간에 쫓겨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예정에 없이 만났던 남지 선생님 따라갔던 슈만과 클라라 

르노와르? kiss me? @@........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조지안을 보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디오쟁이 증후군이다.
처음에 언뜻 보고는 파트리션인줄 알았다.
묶어 둘 앰프가 환중이라 소리는 못들어봤다. 하긴 소란스러운 까페에서 그 소리 들어 본들.

처음 가 봤는데 꽤 알려진 까페란다. 늦은 시각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대학생에서 중장년까지 손님들도 계층이 고르다. 괜찮네.

나와 마주 보이는 탁자. 공간 배치가 버성거리지 않고 편안하다. 

뒷 벽의 샤갈과 맞은 편의 진열장이 겹쳐져서 묘하게 이중노출 같은 느낌이 난다. 
편안한 까페다.

담아. 오월 외출 때 같이 가자. 아빠가 커피 사 주께. 모카가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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