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丈禪師는 一日不事면 一日不食이라는 계율을 만들고 지킨 선사이다.
어느 날 선사가 밭에 나가 제자들과 일을 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한 제자가 큰 소리로 웃더니 손을 털고 절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선사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장하다! 저 놈이 드디어 진리의 문에 들었구나.’


그날 저녁 선사는 그 제자를 불러 물었다.


“제자야 너는 어떤 도리를 깨쳤길래 그렇게 크게 웃었더냐?”

“.......저는 일을 하던 중 배가 고파 참을 수가 없었는데 그때 마침 밥을 먹으라는 북소리를 듣고 신이 나서 웃었습니다. 그래서 절에 돌아와 밥을 먹었을 뿐입니다.“

선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
덕망 높은 선사도 때때로 헛다리를 짚는 모양이다.
나같은 불한당이 그 스승이었다면 속으로 생각하기는 뭘 생각해,
손 털고 일어서는 놈을 그 자리에서 붙잡아서는, 이런 싹수 없는 놈, 일 안하고 어딜 내빼냐...... 대번에 패대기를 쳐버리지.

남의 속내를 짐작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며 선문답이라는 것이 갑남을녀, 장삼이사가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뜻도 되겠다.
또한, 때때로 선문답이랍시는 글들을 보노라면 그 뜻이 필요 이상으로 심오한 데가 있다.
그렇지.
말 그대로 참 심오하기는 한데, 거기에서 나는 참 궁금한 것이 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은 고사하고 지가 하는 말 뜻이라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아예 둘 다 제 생각만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남보기에는 그럴싸하게 도통한 시늉만 하고 있든지.

내가 눈 앞에 놓인 밥그릇밖에 못보는 잡놈이라 그런지도 몰라.
아니면 밥그릇 포장하는 기술이 모자라든지.
뭐 어쨌든 바람 먼지 자욱한 이 사바세계에서는 그 놈의 아리송한 선문답은 안봤으면 해서 말이지.
사람이 사람이다보니 살다보면 서로 꼬이기도 하고 뒤틀리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언성 높이고 삿대질 할 때도 있지. 더러 툭탁거리기도 하고.
그런 때 뒷구멍에 슬그머니 고개 내 밀고는 뭔가 있음직해 보이되
실은 밥도 아니고 막걸리도 아닌 소릴 툭 던져놓고
저 혼자 뒷짐 지고 먼산 보는 사람이 있지.
옆에서 보자하면 참 거시기 하다.


평소에 패싸움은 개싸움이라 치부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것보다는 차라리 좀 시끄럽더라도 멱살잡이가 낫다.
개새끼 소새끼 눈탱이 밤탱이가 돼도 최소한 사람 냄새는 나거든.
꼭 할 말이 없거나 내공이 딸린다면 입 닥치고 조용히 있어주면 그것으로 좋을 때도 많아.
거룩하거나, 혹은 심오한 선문답은 도사들끼리만 했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
아니면 이 좋은 봄날에 절구경이라도 가서 먼 산 보고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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