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쁘시구만.'
'어! 아이고.. 하마 운동 갔다 오시는기라?'

'지금 일 나가실라고?'
'아이라, 그물 손질만 해노마 일이야 은제 나가든지 뭘... 에헤이.. 어제 오싯으마 좋았을걸'

'왜요?'
'고래 한마리 건졌거든'

'어이쿠나! 얼마나 되는데?'
'한 사미터 반... '

'횡재 하셨네. 한턱 내셔야지!'
'한턱이나마나 속이 상해서 이불 디비쓰고 하루 내 누우있다 나왔구마요'

'....?'
'그그지께 바람 불었제, 다음날도 못나가고 이틀이나 물속에 담가놓고 있어노이......
선도가 떨어져 육회거리 안된다고 한 돈천만원 날아갔다요.'

'아이고...글쿠나... 하루 이틀 상관에 돈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구나...
뭐 그래도 안걸린것보다 좋지 뭘.'
'그야 글체. 흐흐흐...'


황보씨의 어깨는 둥글고 두텁고 겸손하다. 요즘은 저런 어깨를 가진 사내가 잘 없다.
그의 아내도 둥글다.
그의 아내 김씨는 십여년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회생했는데 아직도 걸음이나 말이 좀 어눌하다.
그래도 두 내외는 여전히 참 둥글다.

황보씨와 그의 아내 김씨는 내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은 잠깐도 쉬지않는다.
그물에 끼어 털려지지않은 부산물들을 떼어내는 작업중이다.

'그물에서 뜯어내는 것이 솔찮구만. 저것만해도 한사흘 밥 반찬은 되것다.'
'아이고 베라벨끼 다 걸리와요. 한약 껍디기, 주스 깡통, 비니루봉다리에 생리대까지 올라온다니까요.'
'그것 참.'

'요기가 밑바닥이고 요기가 물에 뜨고 .... 그래 조수가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마 게도 걸리고 말미잘도 걸리고...
괴기 잡는거야 뭐... 털어내고 나서 손질하는거이 일이라..'

평소에는 부끄럼을 타는 듯 말도 잘 없는 사내가 보따리가 끌러졌는지 이야기가 한참 풀어진다.
말이 어눌한 그의 아내는 한마디 끼어들라다가 잘리고 또 끼어들라다가 잘리고.. 그래도 자꾸 웃기만한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사람이 좋아 잠시 앉아서 곁다리 끼고싶은데 
걷던 서슬이라 그런지 한참 서 있었더니 등짝이 어슬어슬해지는 것이 겨우 나아가는 감기 덧칠라, 
하지만 반갑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순하게 웃는 얼굴 마주보니
내생각만 한듯 얌체같은 느낌이 들어 좀 미안해진다.
그래도 뭐 어쩌냐. 내몸 내가 챙겨야지...... 

'그럼 나는 인자 가보께요. 고생하이소.'
'어! 가마 있어보소. .....국아! 거 비니루 봉다리 하나 갖고 오이라'

국이는 이 집 큰아들이다. 큰아들은 국이, 작은 아들은 혁이.
아버지나 아들들이나 다 외자 이름이다.

'멫마리 안돼요. 콩나물 넣고 국이나 한냄비 끼리 드시라고.'

연신 아가리를 뻐끔거리는 아구가 다섯마리다.

'이것 참, 애써 잡은 걸 공으로 자꾸 얻어먹어서 어째요.'
'참, 그런 소리 마소. 내가 일부러 갖다디리지는 몬해도 마침 오싯으니 나놔 묵는기지..'
'아이고... 그럼 덕분에 또 맛있게 잘 먹지요 뭐. 고맙습니다.'

부경리 선창에서 우리집까지는 걷자면 한 삼십분 걸린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거워졌다.
이것 장만해서 한나절 슬쩍 바람 쐬었다가 무우 삐져넣고 콩나물 넣고 두부 서너토막 띄워서 맑은 탕을........
황보씨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가 다 행복해졌다.


.....
아구가 공짜로 생겨서 행복한거라고?  

흥.....  



200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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