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 지자 말자 서쪽 하늘에 나타나는 저 별이 금성이라더라. 
지금이 지구와 가깝게 있는 때라서 저리 밝게 보인다나.
다른 별들이 나타나기도 전부터 일찌감치 저리 밝게 빛나고 있다. 
 
3월 말 경까지 서쪽으로 점점 기울어지다가
태양과 아주 가까워지면 해질 무렵에만 잠깐 보이다가 이후로 몇 달은 보기가 힘들어진다. 
해질 무렵이면 꼭 눈에 띄길래 사진으로 남겨 봤다. 

그런데 컴퓨터에 걸어서 봤더니 빈 하늘에 저 별만 있는 게 아니라 또 누군가가 하나 더 찍혔다. 
사진을 찍을 때는 전혀 못 그꼈었는데 언제 끼어들었을까.
처음에는 무슨 UFO인가 싶어 확대를 해 봤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어스름하게 날개 형상이 보이는 걸 보면
아마도 지나가던 비행기겠지.


이건 이삼년 전의 사진인데 왼쪽 상단에 이상한 물체가 하나 있다. 
잡지 같은 데서 본 UFO 형상과 비슷하길래 몇 사람에게 보여봤더니 누구는 그런 것 같다기도 하고 또 헬리콥터가 찍힌 거라는 사람도 있고. 새라는 사람도 있네. 새는 아닌 것 같구만 그래.


확대 해 봤다.
사진 찍을 당시에는 헬리콥터 같은 것이 날아다니지는 않았는데. 글쎄올시다. 뭐든 상관은 없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앵글을 하늘로 치켜 드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날아다니는 것들이 간혹 찍히기는 한다. 그 중 두어 번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형상을 보기도 했고.
한 때는 UFO며 초고대문명 같은 것에 관심을 두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게 뭐든 별 상관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내가 주장하고 믿는다고 해서 있는 것이 없어지거나 없던 일들이 생겨나지는 않을테니까. 또 어떤 사실이 바뀌거나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고.
하지만 여전히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저것들이 대체 뭘까.  

늘 곁에 끼고 살아서 별로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 바다지만 오늘같은 날은 바다라는 존재에 은근히 마음이 좀 쓰입니다. 해안선까지 이렇게 높은 파도가 들이닥치는 걸 보면 오늘 바닷 속에 뭔 일이 있나봅니다.

방파제 위에 서 있어도 부서진 포말들이 날아듭니다. 
바람하고 파도는 별로 상관이 없던데 오늘은 둘 다 힘 좀 쓰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고 있다가 높은 파도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 흔히 볼 수는 없는 바다 날씨였습니다.


좀 더 멋진 그림을 기대했는데 솜씨가 그만 여기까지입니다. 춥기도 꽤 춥고 바람도 불고 그래서.... @@...






늘 일찍 자고 싶어도 늘 늦다.
몸이 곤하여 자리에 누워 그냥 그대로 잠들면 얼마나 좋으리. 오랜만에 숙면으로 몸을 개운하게 하고싶다.

'삼쾌'만 되어지면 아이는 별 걱정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잘 안다. 쾌식, 쾌변, 쾌면이다. 지극히 타당하고 합당한 말이다. 육아의 기법(?)중에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백한 거의 최고의 금언이다. 더욱이 어른에게조차 더 이상의 첨언이 필요 없을 건강의 삼원색이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얼마나 몸이 개운할까!

나는 잠이 짧은 것이 체질화 되어버린 데다 그나마 잠귀마저 밝아서 좀처럼 숙면에 빠져들지를 못한다. 그런데 편법이기는 하나 방법이 있기는 있다. 심신이 부대낄 때 적량의 알콜을 첨가하면 그만 벼락같이 코를 골며 서너 시간을 뻗어버린다. (코를 곤다는 것은 들은 풍문일 뿐 도저히 내가 확인 할 길이 없다.) 다만 가까운 사람들이 음주가무 뒤에는 내 곁에 자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걸로 봐서는 낭설은 아닌 듯하다.

나는 잠들기가 힘들어지는 밤이면 자주 술을 찾는다. 속병이 나서 한동안 술을 멀리 했더니 이제는 술이 적적해서 나를 찾는 모양이다. 그래. 반갑구나. 기왕에 만났으니 천년만년 살고지고.
뭔 놈의 술을 참 겁나게도 마셔댔던 시절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저 놈 술 세더라고 추켜세우면 무슨 벼슬 얻은 듯 우쭐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고 한심한 일이다. 그리 철딱서니 없이 살다가 결국은 몸이 견디지를 못하고 서른 안팎 언저리에서 두어 번 호된 꼴을 보고야 말았다.
그 뒤로 술이 거의 일할 정도로 꺾여버렸다. 이제는 술이 무섭다.
지금도 굳이 작정을 하자면 어지간한 주량으로 마시고 즐길 수는 있으되 그 뒷날이 도대체 수습이 안 되니까. 썩어도 준치라고 몇 번 버텨봤지만 이제는 뒷날을 생각하면 그만 손사래를 치고 꽁무니를 뺀다. 자연히 술잔에 손이 뜸 할 밖에.

게다가 그다지 강건하지 못한 체질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한 밤의 유흥이 끝난 뒤 쪼개질 듯 지끈거리는 머리에 물기 하나 없이 종잇장처럼 말라 비틀어진 혓바닥, 목구멍에서는 썩은 홍시냄새가 진동하는데다 시도 때도 없이 아랫배가 사르르 뒤틀려 오는 아침을 맞노라면 뭐 굳이 지옥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나는 지옥이 있다면 두통 지옥하고 설사 지옥이 그 중 무서울 거라고 생각한다.
설사....... 무섭다. 그거 며칠 하고나면 살이 쑥 내린다. 핼쓱해지고말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술을 저주하거나 원망해 본 적은 없다. 염병할, 그 팍팍하던 시절을, 그 팍팍하던 시대를 눈물어린 술잔 없이 어찌 살아왔을 거란 건가 말이다.

아. 이 역시 장삼이사 핫바지 출신의 범부임에 지껄이는 헛소리인 것은 잘 알고 있다. 누구라 그 황량한 시절에 그런 무용담 한 보따리 품지 않은 자, 그런 아릿한 기억들 전설처럼 가슴에 품고 허위허위 살아오지 않은 사람 있을까보냐. 낯 간지러운 무용담은 각설하자. 다만, 기왕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술버릇. 이거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자랑하고자 해서도 안 되고 자랑하고자 할 건덕지도 안 되는 사안이지만 나는 이것에 특히나 민감하다.
일단, 부푸
는 풍선껌처럼 풀 세운 목에 턱을 땡기고 장광설에 도덕 강의까지 겸하는 대가연 형. 이건 아주 거룩하다. 술자리가 지겨워져서 가능한 빨리 파하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독특한 방법으로 동석의 인사들에게 아주 많은 것을 깨우쳐 주는 계몽주의 형도 있다. 그 방법이 매우 역동적이고 역설적인 것이 특이하다. 반면교사 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도 때도 없이 으르릉거리며 털을 세우고 근육을 부풀리는 투사형도 있다. 때로는 실제 물리적으로 놀기도 한다. 종국에는 인간이 비닐 봉지에 담긴 고깃덩어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음을 처절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콤플렉스로 똘똘 무장한 꽈배기 형도 있다. 이 유형은 때때로 가시가 돋혀 있는 경우가 많다. 꽤 신간스럽고 많이 짜증스러운 경우다.

모든 것을 망라해서 완전히 망가지고 마는 종합 선물세트도 있다. 이는 심신이 같이 그러하므로 동석의 인물들을 취중에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 중 압권이 될만한 유형은 중언부언 형이다. 했던 이야기 또 하고 자는 척하면 깨워서 하고 변소 가면 따라 오면서 하고 딴 짓하면 소매 끌고 가서 또 한다. 그냥 한 두 번 겪고 나면 같이 안 마신다. 그게 피차에 이롭다.

깨고 나면 멀쩡한 사람이지만 술만 취하면 금수로 변하는 몇 가지 인품들은 정말 싫다.
에라 인간아 취중 인품이 그따위 밖에 안 되냐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그런 건 정말 싫다. 왜 취중에는 내 빈정을 상해 가면서까지 필요 이상으로 관대해져야 하지? 나는 주석은 무조건 유쾌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돈 날리며, 시간 죽이며, 건강까지 담보로 해 놓고 벌이는 술판이 기분마저 오지게 망가진다면 그게 어디 멀쩡한 사람이 자진해서 할 짓인가 말이다. 나는 그리 믿는다. 술에 씻겨서 화장이 지워지는 거라고.

하긴 유독 화장이 진해서 좀처럼 분칠이 지워지지 않는 유형도 있을 수 있겠다. 탱탱 큰 소리치는 내가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뭐 하지만 그 정도 세척에도 벗겨지지 않는 변장 수준의 특수 화장이라면 일생을 그리 살아도 별 탓할 일은 없지 않을까! ......☜호언 장담이 뒤끝이 좋은 경우는 대체로 없는데....

그렇다고 앞 뒤 싹둑 잘라 낸 맨드름이가 어디 있나. 나도 과거를 들춰보면 낯 뜨겁고 망신스러운 전과가 더러더러 담장에 호박같이 대롱대롱 달려 있기는 하다. 그런 주제에 반찬 투정 하듯 시치미 떼고 앉아서 남 탓하는 것도 사실 남사스럽고 웃기는 노릇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사는 것도 사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술자리만큼은 결사적으로 유쾌하게, 필사적으로, 목숨 걸고, 환장할 만큼 즐겁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 미망인지, 삶이라는 것이 미망 속에 허우적거리는 것인지, 이것인지 저것인지도 모르는 것이 미망인지, 아둔한 머리로 뭘 알겠노라고 애써봤자 손에 잡히는 것은 없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결사적으로 유쾌하게!! 

하여튼 술이란 게 요물이지.
소화제, 마취제, 수면제, 하제, 독약에 마약에 때로는 미약으로도 쓰이는 걸 보면.....
그래도 인간세계에 술이란 물건이 없었다면 아마도 다들 사이보그 같이 맨질맨질한 얼굴로 네모 반듯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아, 그건 좀 끔찍하다. 차라리 술주정이라도 하는 게 나을지. 그래도 저 재활용도 안될 더러운 버릇들은 좀 안봤으면 해. 정말 싫거든.

사실은 어젯 밤에도 잠이 안 와서 혼자 한 잔 했다. 소싯적 같이 소금 놓고 깡술 먹는 호기는 꿈도 못 꾸고 안주가 없어서 급조한 얄궂은 안주로 먹었더니 아직도 뱃속이 편찮다. 그래서 또 헛소릴 하는 건가 보다.
저 산은 꿈쩍도 않는데 나는 왜 바람에 깃발처럼 나부끼고 혼자 앓고 있는지 속이 상하고 울적해서, 그래서 마셨다. 마시고 나서 깨어보니 꼭 나 혼자만 손해 본 것 같아서 공연히 술에다 시비를 걸어 보는 거지. 너 또 마실 거냐고.




자전거 타러 나가자는 성화를 못이겨 애매한 시간에 저녁 나들이를 합니다.
이웃 동네 친구까지 있어서 가기 싫다는 티도 못내고 따라 나섰습니다.
마을 뒤를 돌아 회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노가다입니다. 아이고 죽겠다고 엄살이 늘어집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막 넘어가는 햇살에다 저녁 하늘이 그럴듯 합니다만 오늘 저녁 산보에서 그나마 좋았던 시간은 여기까지였습니다. 해가 떨어질 무렵부터는 아직은 꽤 춥습니다. 




저녁밥 챙겨 먹기가 애매한 시간이라 나온김에 저녁 먹고 들어간다고 동네 분식집에 들어가 늑장을 부렸더니 돌아오는 길이 어두워졌습니다.
춥고 손도 시리고 안그래도 나오기 싫었던 마음까지 겹쳐서 그만 나들이가 싫어집니다. 거기다가 귀찮은 생각이 겹쳐서 짜증이 나고 마음이 부대낍니다.  와중에 어린 놈이 징징 어리광을 핍니다.

'아빠 너무 추워요.'
'.................'
'아빠, 너무 춥다니까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
'자전거 타러 나오자고 했던 사람이 너잖아.'
'.............'
'자꾸 그렇게 엄살 피고 징징거리면 또 자전거 타러 나올 수 있겠어?'
'.............'



하루 걸러 하루 건너뛰면서 잠을 설치고 밤낮을 바꾸면서 몸을 부대꼈더니 컨디션이 아주 바닥입니다.

오늘도 오후 내내 죽은 듯이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났더니 몸은 피곤하고 으슬으슬 추운데 어린놈은 무작정 나가자고 졸라대고... 공연히 내 심사가 사나운걸 꼬맹이한테 화풀이를 하고는 지는 지대로 풀이 죽고 나는 나대로 우울하고 마음이 쓰여서 그만 입을 다물었습니다.

일부러 바쁜척 분망하게 수선을 떨어보기도 하고 그다지 절실히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탐하면서 즐거운 척 너스레를 떨며 머릿 속을 비워보려 하지만 무망한 시간에는 어김없이 그 빈틈으로 덮어 두었던 생각, 잊고 싶은 생각들이 비집고 올라옵니다. 뭐, 속은 젓을 담더라도 견디는 데는 이력이 났으니 또 오래 견디다보면 언젠가는 이것도 조금씩 무뎌지게 되겠지요. 그 어떤 것들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참 잘 했네요. 살아 온 세월 값으로 그래도 그만큼은 눌러 앉힐 수 있어서. 젠장.  
어쩌겠습니까. 그냥 살던대로 그렇게 살아야지요. 사람이 시간을 이길 수 없으니 언젠가는 불던 바람도 잦아들고 딱지도 아물겠지요.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 언젠가는. 
  

꼬맹이와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차가운 저녁 바람에 꽁꽁 얼었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보니 동쪽 하늘에는 흰 달이 떴습니다. 보름달인가요? 
우리 동네는 동쪽에 산이 없어서 달이 일찍 보입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의 동쪽 하늘은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달이 허여멀건 게 심심하고 닝닝해 보입니다. 물에서 건져 올린 달이라 허옇게 불었나봅니다.
 

서쪽 하늘에는 노을이 집니다. 오늘 노을은 별로 예쁘지도 않고 그저 그렇습니다.  
어딜 가는 비행기인지 비행운이 꽤 깁니다.
떠나기에는 미련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모양입니다. 닻을 내린 사람들이거나 덫에 묶인 사람들이거나.
아직은 바깥 바람이 꽤 차갑습니다.  


사진을 올리고보니 서쪽 하늘에 별이 하나 찍혔습니다. 아주 작고 희미합니다.
찾아 보려면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키워야 합니다. 
  




DA16-45

올림푸스 구식 카메라를 몇년간 들고 다니다가 느닷없이 펜탁스로 갈아 탔습니다. 
펜탁스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 구식 수동 렌즈를 쓸 수 있다는 것과 짙고 무거운 발색(이라고들 주장하는)에 대한 기대감.
첫번째 이유는 아마도 내가 구닥다리라서 그럴 겁니다.
워낙에 구식 물건들을 좋아하다보니 일단 렌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도 무조건 무겁고 투박한 옛날 수동 렌즈가 더 멋져 보입니다. 오 갈 데 없는 고물 취향이지요.
하지만 펜탁스에 조금씩 익숙해 질수록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펜탁스를 선택하게 된 두 가지 이유가 한꺼번에 충족이 됩니다. 
구식 수동 렌즈가 내게 보여주는 색에 말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 컴퓨터에 사진이 쌓여 갈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은 기분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나는 속으로만 혼자 신나서 깨춤을 춥니다.
'그것 봐!  잘 한거야!' 

아니, 뭐 별 것 아닌 사진을 두고 너스레가 장황하구나, 싶으시겠지만 막눈에 막손이라 그냥 주먹 댄 눈으로  그리 여기고 삽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흔히들 생각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남기기'위한 수단입니다. 내가 보고 느낀 대로를 남길 수 있을만큼의 솜씨만 되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앞으로 솜씨가 많이 늘어서 나도 눈으로 시를 쓸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거 아무나 되는 것 아니지요. 그냥 그림 일기나 쓸 수 있을만큼 찍어내면 그것으로 좋습니다. 


꼬맹이의 생일 파티를 마치고 멀리 사는 친구를 데려다 주러 작은 어촌까지 왔다가 잔잔한 내항의 수면에 비친 저녁 하늘 색깔을 몇 장 찍었습니다.



내가 본 그대로, 아니, 그보다 약간, 아주 조금 더 호들갑스럽게 나왔습니다. 드디어 내 카메라와 대화가 된다는 이야기지요. 자, 그래서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히 행복하기로 합니다. 
굿모닝 Pentax !    굿모닝 candy !




오늘은 우리집 꼬맹이 생일이다.
학교를 마치고 책가방을 맨 채로 열명이 들이닥쳤다.

 예약해놓은 파티를 마치고 시끌벅적 먹어 치우고

이번에는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난리 법석.

그리고는 동네 뒷산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저그 집이라고 우리집 꼬맹이가 대장짓 해 먹고 그 뒤로 친한 순서대로 조르르... 머스마들은 꼴등병...
무슨 동네 탐험대라고 깃발까지 만들어 들고는 산기슭을 헤매고 댕긴다.

해가 기울도록 놀다가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먼 데 사는 놈은 내가 차로 데려다 주고
그러고 나니 머리가 띵 하게 아프단다. 얼마나 들떠서 놀았던지.

'아빠는 선물을 따로따로 받는 게 좋아요 아니면 친구들꺼 다 합쳐서 하나로 받는 게 좋아요?'
'아부지는 생일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왜요?'
'어렸을 때 생일 파티를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왜 생일 파티를 안해요?'
'.....................'

이런 시대에도 어린이 날이 아직 있어야 할까? 
이미 자식이 상전이 되어버린 시대. 이성을 잃은 자식 사랑과 얄팍한 상업주의가 결탁한 이 시대의 어린이날. 
아, 그래도 꼬맹이 생일날인데 이런 심란하고 무거운 주제는 다음 기회에. 오늘은 생일 축하만.

돼지야, 니가 내 딸로 태어난 것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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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러냐?
잘 자라. 
(어릴때 하도 통통해서 붙인 아명이 돼지다. 아주 통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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