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중상이라 처음 며칠은 정말 넋이 나갈만큼 바빴었지요.
입원한지 사나흘 쯤 꼼짝 못하던 환자 둘 눕혀놓고 정신없던 날이었습니다.
애 엄마 수발하랴 큰 놈 수발하랴 2인실 양쪽으로 침대에 눕혀 놓고 동분서주 진을 빼고 있자하니
그 때 다섯살이던 어린놈이 지 애비를 물끄러미 보며 한마디 툭 던집디다.
'아빠가 아팠으면 좋겠다.'
'?....'
'아빠가 아프면 가만 누워 있을 수 있잖아. 힘들게 일 안해도 되고 다른 사람이 물도 떠 주고 밥도 먹여주고....'
다섯 살 어린 놈에게 듣기에는 너무 벅찬 말이라 두고두고 생각이 납니다.
꽤 괜찮은 놈이지요?
병원에서 먹고 살던 그 때
어느 날 아침 나절 병실 바닥에서 바둑이 끌어안고 늦잠 자던 놈입니다.
어제 저녁에 이 놈이 뜬금없이 불쑥 말합니다.
'혼자 자는 거 언제부터 해 봐요?'
젖먹이때부터 지금까지 지 애비 팔베개를 해야 잠이 오는 놈이라
그 말이 기특하긴 한데 갑자기 겨드랑이가 썰렁해집니다.
그래서 어젯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 방에 이불 따로 펴고 혼자 잠을 잤습니다.
아, 물론 잠이 들 때까지는 아빠가 옆에 누워서 팔베개를 해 줘야 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거나 일기 불순할 때는 언제든지 안방에서 자도 좋다는 조건입니다만.
속은 여려도 구김 없이 꽤 씩씩하게 잘 자라는 것이 고마운 놈입니다.
요즘은 자전거 타고 학교 갑니다. 간혹 자전거 처박고 무르팍에 멍도 들고 그럽니다.
요새는 공부가 좀 하기 싫어지나 봅니다.
뭐 어때요.
공부건 사랑이건 제 물미가 터져야 하는 겁니다. 또 그래야 행복하고.
저 놈이 혼자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곁에 있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