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핀 앵두꽃을 찍었다.
보기에 괜찮은 듯 해서 조금 매만지다가 별 생각 없이 채도를 죽여보았다.
꽃의 이미지는 사라져버리고 꽃이라는 형태와 개념만 남은 셈이 되었다.
미묘한 느낌.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일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아니,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바라고 기다리던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이런 등신.
어렵든 쉽든. 그것은 내 몫의 것이 아니다.
등 뒤에서 닫히는 문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겠지. 듣기 싫어서 귀를 막았거나.
이제 알았나? 시간은 잔인한 것이다.

무망한 기대는 사람을 상하게 한다. 
무망한 기대로 열어 두었던 창이라면 닫아야지. 닫아야 할 것 같다.
나는 몽상가였을까?
또 하나를 접는구나.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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