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구식 카메라를 몇년간 들고 다니다가 느닷없이 펜탁스로 갈아 탔습니다. 
펜탁스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 구식 수동 렌즈를 쓸 수 있다는 것과 짙고 무거운 발색(이라고들 주장하는)에 대한 기대감.
첫번째 이유는 아마도 내가 구닥다리라서 그럴 겁니다.
워낙에 구식 물건들을 좋아하다보니 일단 렌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도 무조건 무겁고 투박한 옛날 수동 렌즈가 더 멋져 보입니다. 오 갈 데 없는 고물 취향이지요.
하지만 펜탁스에 조금씩 익숙해 질수록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펜탁스를 선택하게 된 두 가지 이유가 한꺼번에 충족이 됩니다. 
구식 수동 렌즈가 내게 보여주는 색에 말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 컴퓨터에 사진이 쌓여 갈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은 기분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나는 속으로만 혼자 신나서 깨춤을 춥니다.
'그것 봐!  잘 한거야!' 

아니, 뭐 별 것 아닌 사진을 두고 너스레가 장황하구나, 싶으시겠지만 막눈에 막손이라 그냥 주먹 댄 눈으로  그리 여기고 삽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흔히들 생각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남기기'위한 수단입니다. 내가 보고 느낀 대로를 남길 수 있을만큼의 솜씨만 되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앞으로 솜씨가 많이 늘어서 나도 눈으로 시를 쓸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거 아무나 되는 것 아니지요. 그냥 그림 일기나 쓸 수 있을만큼 찍어내면 그것으로 좋습니다. 


꼬맹이의 생일 파티를 마치고 멀리 사는 친구를 데려다 주러 작은 어촌까지 왔다가 잔잔한 내항의 수면에 비친 저녁 하늘 색깔을 몇 장 찍었습니다.



내가 본 그대로, 아니, 그보다 약간, 아주 조금 더 호들갑스럽게 나왔습니다. 드디어 내 카메라와 대화가 된다는 이야기지요. 자, 그래서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히 행복하기로 합니다. 
굿모닝 Pentax !    굿모닝 can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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