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 가은읍
근현대 문화재인가 뭔가로 지정이 되었다는데
보존이 아니라 방치 되어있는 폐역사

가은역사.

플랫폼에 야적되어 있는 침목.
콜타르 칠 조차 다 말라붙어서 거의 폐목..

발자국을 찍기 전에.

기차가 다니지않는 철길은 쓸쓸하다.

가은역.
한 때 驛이었었던 驛.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오래 된 철길을 좋아하고
폐역사는 더 많이 좋아하는데
일정이 예정보다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도착하자말자 다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어서 많이 아쉽고 아까웠음.
눈 내린 가은역을 언제 다시 와 볼 수는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34번 국도변의 연탄재.
포럼에 올렸더니 누군가가 '호빵모자 연탄'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유쾌한 작명 센스.

마지막 연탄재 사진은 주피터9 85미리.
나머지는 모두 미르 39미리.



밤중에 자다가 깨 보니 큰 놈 방에 불이 켜져있더라.

'네 시가 다 됐는데 안 자고 뭐하냐' 나무랬더니
'잘꺼야'
얼렁뚱땅 부시럭거리며 뭔가 덮어 놓는다.
짐작 가는 게 있어 그런가 보다 했더니 오늘 아침에 저걸 불쑥 건네 준다.
뭐 용돈이라고는 코딱지 만큼이니 뭘 사다 놓지는 못 할 것이고
편지라도 쓰나보다 생각 했었는데 뜻밖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센스가 있는 놈이다. '심풀' 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제깐에는 꽤나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한데
아침 아홉시에 나서야 할 놈이 저거 만드니라고 새벽까지 안자고 ....
아닌 듯 슬쩍 들뜬 듯 기분이 좋다.

사람이 나서 살다 죽는 것을 어찌 짐작 할까마는
가만 생각 해 보면 미래를 짐작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른다.
누가 그러더라. 누군가에게 미래를 보여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미래를 빼앗는 거라고.  
그래 뭐, 그럴려면 말이 그런 거지 보여 줄 수나 있으려고. 그러니 그러려니, 믿고 사는 거겠지.
살아 온 날이 아까우니 살아 갈 날은 아껴서 살아야겠다.
오늘따라 묵은 사람들이 귀하다.


2006년 1월 14일


2006년 설날.
아버지 산소에서 세배드릴 준비를 하는데...

너 왜 우냐?............???...

급기야는 애비 품에 안겨서 대성통곡....

할아버지 산소에 꽃이 헌 꽃이라서 그랬답니다.  

그 말에 지 엄마까지 눈이 빨개져서 울고....

결국 지 엄마 손 잡고 꽃 사러 갔다 옵니다.

나쁜 놈........
기특하기는 하다마는..... 그 덕에 애비는 불효막심하게 되어버렸잖아...

별난 놈의 효손 덕에 할아버지는 새 꽃으로 단장하고.

지 엄마 손 잡고 흔들흔들........ 이제 얼굴이 좀 나아졌습니다.

기분이 나아졌으니 할아버지한테 술도 한 잔 드리고....

            할아버지 입이 어디야?
            이제 본색으로 돌아왔습니다.


2006년 2월 1일 그해 설 날,
고향에 늦게 도착해서 갈 길 바쁘다고 대충 절만 한 번 하고 돌아올려다가
어린 놈 덕분에 크게 한 수 접혔습니다.
그러게 뭐든지 엄벙덤벙하다가는 후환이 자심합니다.

생각이 엉뚱한데다 심성이 여려서 툭하면 눈물이라 걱정이지만
애비가 보기에는 꽤 괜찮은 놈입니다.

타성에 젖어가는 때 묻은 중년... 그 김에 반성도 하고..
겸사겸사 늦둥이 새끼 자랑도 겸해서 오래 지난 글 하나 찾아 복사해서 올려놓습니다.

뜬금없이 술이 땡기길래 참 오랜만에 맥주를 한 잔 하고, 앗따, 낮술이라 제법이구나, 얼떨떨 해 있는데....
작은 놈이 방학숙제를 도와 달라네. 요리 숙제란다.

옳거니! 요리라면 또 내가 한 요리 하지. 어디보자 뭘 만드나.
저녁에 먹을 찌개를 만들래 했더니 싫단다. 좀 특별한 요리를 하자는데.

궁리궁리 하다가 언뜻 생각 난것이 뜬금없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수삼년 전에 봤던 꽤 괜찮았던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또 그 속에 등장하는 음식 이름이기도 하지.
그렇지. 그런 음식이 있다더라. 맞아. 게다가 토마토는 채소라던데 뭘!

마침 냉장고에는 토마토가 가득.
준비물은 밀가루, 소금, 달걀, 토마토.
어린 놈 데리고 넣어라, 저어라, 잘라라, 얼렁뚱땅 지글지글 지져냈더니..


....
.....
모양이.. 참....
뚝배기보다 장맛이더라도 어느 정도껏이라야지.
...
뭐 그래도 일단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
참...
...
마누래 오기전에 얼른 갖다 버려야겠다. 이런 젠장..


영화 속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만들어서 먹었을까?
낮술 끝머리라 요리가 이지경이 된 것일까?
아니라면,
혹시나 그린 토마토가 아닌 완숙 토마토라서 이지경일까........



덤으로,
곁다리로 출연한 이 영화는 추천.
페미 영화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참 괜찮은 영화.

캐시 베이츠.

캐시 베이츠의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대사 중 각인처럼 날아와서 박히던 말.
/'때로는 악마가 되는 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름 끼치던 공감..


딸과 헤어지는 마지막 신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던 대배우.
내가 알기로는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배우. 

.........
뚱땡이 아줌마의 크고 영롱하지도 않은 눈이 뭐가 아름답냐고?
.........
캐시베이츠의 깊고 그윽하다 못해 섹시하기까지 한 푸른 눈을 
새까만 인조 눈썹 속에 만화처럼 뗑그렇게 박아 놓은 성형 사이보그들의 유리알 눈에다가 도무지 비교하지 말지어다. 

2006. 8. 22
 



올 해 막바지에 아내의 작업실이었던 뒷방을 치우고 큰 놈의 공부방을 꾸몄다.
큰 놈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전적으로 존중한다.
모든 결정은 결국 제 몫이고 그 책임도 또한 제 몫이기 때문이다. 실패도 아니고 보류도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큰 놈은 이제 삶, 혹은 현실이라는 큰 그림을 진지하게 볼 수 있을 나이가 되었다.  

작은 놈은 어제 오늘 연거푸 코피를 흘렸다.
활동량이 꽤 많아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이 부실한 것은 아닌지.
늦가을에도 살이 내릴만큼 호되게 앓아서 긴장을 시키더니. 
 
아내와 나도 늦가을 언저리에 조금씩 앓았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 다 조금씩 더 건강해지자.


2009년이 다 갔다.
이맘때가 되면 공연히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분주해지지만 
새 날이 시작 될 하루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마지막 날에 뛰쳐 나온 생명도 있고
오늘 하루를 아쉬워하며 숨진 생명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과 내일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날이다.
그러니 가 없는 시간에다 줄 긋고 매기면서 눈물 짓고 한숨 짓는 사람의 일은 때로 부질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새해다. 한 살 더 먹는구나. 꾸역꾸역 흘러가는 세월에 줄 하나 또 그어보자.




구계항 뒤편에서 등대를 보다.  


방파제 저녁햇살. 명태. 선명한 눈.

흥해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폐차장 풍경.

경상북도 영양군 반변천 부근에서.

영양여고 앞 농협 주유소 입구의 서리를 뒤집어 쓴 풀 사진.
목성 9호....... 주피터 85/2

28번 지방도.
근래에 큰 아이를 데디러 몇 번을 오고 가면서 점점 쌓여가는 연탄재를 보고는 한 번 그려보고 싶었는데
마침 큰 아이의 방학식 날 시간이 비었다.

삼년동안 숱하게 오고갔던 길.
이제는 많아야 두어번 오고 가면 다시 올 일이 별로 없을 길이다. 
아이나 나나 우리 식구 모두에게 일생 기억에 남을 길이다. 28번 지방도. 집으로 가는 길.
주피터 85/2

반변천 곁의 서리 맞은 과수원.
옅은 안개를 배경으로 그림자처럼 서리를 얹고 있는 나뭇가지들. 사과밭인지?
역시 주피터 85/2

영양 하원리의 사월종택 앞의 반변천.

그 아래의 억새밭.
이것은 눈으로 본 풍경이 더 좋았다. ... 좋은 풍경에 사진이 꽝이란 말이지.


모전 석탑이 있다길래 길따라 들어갔다가 산중턱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시 돌아 나오던 길.
펜타곤 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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