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동항에서 강구 앞바다.

해질 무렵의 포항 화진리.


동네 뒷산의 까치집
내내 춥다가 잠시 날씨가 풀린 틈에.

만장하신 과학자 여러분께서는 지구가 더워진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올 겨울 추운 것도 온난화 때문이라고 강변...
그럼 소빙하기가 온다는 과학자는 또 뉘신지.

뭐, 머리 아픈 이론이며 학문은 과학자들의 몫이니 저그들끼리 덥다커니 춥다커니 치고 박든지 말든지.
내사 뭐, 사람이 지구라는 천체를 그 정도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게 별로 미덥지가 않은 사람이니까.
지구를 살리자거니 뭐니 제법 근사한 주장들을 해 싸도, 그거, 결국에는 '사람 좀 살자'는 이야기지 그게.
온난화든 빙하기든 사람이란 종이 멸종하든 말든 그게 지구라는 천체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말이다.
좌우지간에 인간이란 족속의 교만은 참....... 
  

경상북도 문경 가은읍
근현대 문화재인가 뭔가로 지정이 되었다는데
보존이 아니라 방치 되어있는 폐역사

가은역사.

플랫폼에 야적되어 있는 침목.
콜타르 칠 조차 다 말라붙어서 거의 폐목..

발자국을 찍기 전에.

기차가 다니지않는 철길은 쓸쓸하다.

가은역.
한 때 驛이었었던 驛.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오래 된 철길을 좋아하고
폐역사는 더 많이 좋아하는데
일정이 예정보다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도착하자말자 다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어서 많이 아쉽고 아까웠음.
눈 내린 가은역을 언제 다시 와 볼 수는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34번 국도변의 연탄재.
포럼에 올렸더니 누군가가 '호빵모자 연탄'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유쾌한 작명 센스.

마지막 연탄재 사진은 주피터9 85미리.
나머지는 모두 미르 39미리.



밤중에 자다가 깨 보니 큰 놈 방에 불이 켜져있더라.

'네 시가 다 됐는데 안 자고 뭐하냐' 나무랬더니
'잘꺼야'
얼렁뚱땅 부시럭거리며 뭔가 덮어 놓는다.
짐작 가는 게 있어 그런가 보다 했더니 오늘 아침에 저걸 불쑥 건네 준다.
뭐 용돈이라고는 코딱지 만큼이니 뭘 사다 놓지는 못 할 것이고
편지라도 쓰나보다 생각 했었는데 뜻밖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센스가 있는 놈이다. '심풀' 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제깐에는 꽤나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한데
아침 아홉시에 나서야 할 놈이 저거 만드니라고 새벽까지 안자고 ....
아닌 듯 슬쩍 들뜬 듯 기분이 좋다.

사람이 나서 살다 죽는 것을 어찌 짐작 할까마는
가만 생각 해 보면 미래를 짐작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른다.
누가 그러더라. 누군가에게 미래를 보여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미래를 빼앗는 거라고.  
그래 뭐, 그럴려면 말이 그런 거지 보여 줄 수나 있으려고. 그러니 그러려니, 믿고 사는 거겠지.
살아 온 날이 아까우니 살아 갈 날은 아껴서 살아야겠다.
오늘따라 묵은 사람들이 귀하다.


2006년 1월 14일


2006년 설날.
아버지 산소에서 세배드릴 준비를 하는데...

너 왜 우냐?............???...

급기야는 애비 품에 안겨서 대성통곡....

할아버지 산소에 꽃이 헌 꽃이라서 그랬답니다.  

그 말에 지 엄마까지 눈이 빨개져서 울고....

결국 지 엄마 손 잡고 꽃 사러 갔다 옵니다.

나쁜 놈........
기특하기는 하다마는..... 그 덕에 애비는 불효막심하게 되어버렸잖아...

별난 놈의 효손 덕에 할아버지는 새 꽃으로 단장하고.

지 엄마 손 잡고 흔들흔들........ 이제 얼굴이 좀 나아졌습니다.

기분이 나아졌으니 할아버지한테 술도 한 잔 드리고....

            할아버지 입이 어디야?
            이제 본색으로 돌아왔습니다.


2006년 2월 1일 그해 설 날,
고향에 늦게 도착해서 갈 길 바쁘다고 대충 절만 한 번 하고 돌아올려다가
어린 놈 덕분에 크게 한 수 접혔습니다.
그러게 뭐든지 엄벙덤벙하다가는 후환이 자심합니다.

생각이 엉뚱한데다 심성이 여려서 툭하면 눈물이라 걱정이지만
애비가 보기에는 꽤 괜찮은 놈입니다.

타성에 젖어가는 때 묻은 중년... 그 김에 반성도 하고..
겸사겸사 늦둥이 새끼 자랑도 겸해서 오래 지난 글 하나 찾아 복사해서 올려놓습니다.

뜬금없이 술이 땡기길래 참 오랜만에 맥주를 한 잔 하고, 앗따, 낮술이라 제법이구나, 얼떨떨 해 있는데....
작은 놈이 방학숙제를 도와 달라네. 요리 숙제란다.

옳거니! 요리라면 또 내가 한 요리 하지. 어디보자 뭘 만드나.
저녁에 먹을 찌개를 만들래 했더니 싫단다. 좀 특별한 요리를 하자는데.

궁리궁리 하다가 언뜻 생각 난것이 뜬금없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수삼년 전에 봤던 꽤 괜찮았던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또 그 속에 등장하는 음식 이름이기도 하지.
그렇지. 그런 음식이 있다더라. 맞아. 게다가 토마토는 채소라던데 뭘!

마침 냉장고에는 토마토가 가득.
준비물은 밀가루, 소금, 달걀, 토마토.
어린 놈 데리고 넣어라, 저어라, 잘라라, 얼렁뚱땅 지글지글 지져냈더니..


....
.....
모양이.. 참....
뚝배기보다 장맛이더라도 어느 정도껏이라야지.
...
뭐 그래도 일단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
참...
...
마누래 오기전에 얼른 갖다 버려야겠다. 이런 젠장..


영화 속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만들어서 먹었을까?
낮술 끝머리라 요리가 이지경이 된 것일까?
아니라면,
혹시나 그린 토마토가 아닌 완숙 토마토라서 이지경일까........



덤으로,
곁다리로 출연한 이 영화는 추천.
페미 영화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참 괜찮은 영화.

캐시 베이츠.

캐시 베이츠의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대사 중 각인처럼 날아와서 박히던 말.
/'때로는 악마가 되는 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름 끼치던 공감..


딸과 헤어지는 마지막 신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던 대배우.
내가 알기로는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배우. 

.........
뚱땡이 아줌마의 크고 영롱하지도 않은 눈이 뭐가 아름답냐고?
.........
캐시베이츠의 깊고 그윽하다 못해 섹시하기까지 한 푸른 눈을 
새까만 인조 눈썹 속에 만화처럼 뗑그렇게 박아 놓은 성형 사이보그들의 유리알 눈에다가 도무지 비교하지 말지어다. 

2006. 8. 22
 



올 해 막바지에 아내의 작업실이었던 뒷방을 치우고 큰 놈의 공부방을 꾸몄다.
큰 놈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전적으로 존중한다.
모든 결정은 결국 제 몫이고 그 책임도 또한 제 몫이기 때문이다. 실패도 아니고 보류도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큰 놈은 이제 삶, 혹은 현실이라는 큰 그림을 진지하게 볼 수 있을 나이가 되었다.  

작은 놈은 어제 오늘 연거푸 코피를 흘렸다.
활동량이 꽤 많아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이 부실한 것은 아닌지.
늦가을에도 살이 내릴만큼 호되게 앓아서 긴장을 시키더니. 
 
아내와 나도 늦가을 언저리에 조금씩 앓았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 다 조금씩 더 건강해지자.


2009년이 다 갔다.
이맘때가 되면 공연히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분주해지지만 
새 날이 시작 될 하루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마지막 날에 뛰쳐 나온 생명도 있고
오늘 하루를 아쉬워하며 숨진 생명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과 내일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날이다.
그러니 가 없는 시간에다 줄 긋고 매기면서 눈물 짓고 한숨 짓는 사람의 일은 때로 부질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새해다. 한 살 더 먹는구나. 꾸역꾸역 흘러가는 세월에 줄 하나 또 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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