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 꿈을 꾸었다.
전후의 줄거리야 가닥도 잡히지 않는 개꿈이지만 무엇인지 나와 대립해 있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쏘아붙인 기억은 또렷하다.

'고만 좀 하시지. 
돌아 서 있어도 등이 따가와서 아버지가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를 알것소.'

아버지가 세상을 뜬지도 벌써 십오년이다.
아직까지도 드문드문 꿈에 나타나는 아버지는 거의 예외 없이 내게 친절하지 않다.
이런 꿈을 꾸고나면 아내에게 아버지의 꿈을 꾸었노라고 말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말하지 않는다.
말 해봤자 '아이고 지겨워라 이제 좀 그만 할 때도 되지않았느냐'는 타박만 돌아오니까.
뭔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 하도 긴 세월이라 애 엄마도 지겨운가보다. 그래서 인자는 고만 혼자 삼키고 만다. 
내게는 아버지가 트라우마인 모양이다.

맨정신에야 뭐 이제는 딱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탓을 하거나 원망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잠재된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꿈에 발현이 되는 모양인데, 난들 그걸 어쩔 수가 있나.  

2.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밥을 먹던 큰 아이의 말이다.
'유정이는 오빠가 싫다던데.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 그랬어.'
작은 아이의 말이다. 유정이는 제 오빠에게 맨날 쥐어박히는 작은 아이의 동무다. 

뭔 실없는 이야기가 몇 마디 오가는 중에
'나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
농 반 진 반으로 불쑥 말했더니 애들 둘과 애 엄마까지 합세해서 아빠는 서울 할머니가 있지않냐고 일제히 타박이다.
머쓱해서 웃고 말았다.

나는 '엄마'를 이야기 한 거라니까. 서울 할머니는 서류상의 '어머니'일 뿐이고. 아니, 오히려 서류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그 '어머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버지의 妻였던 사람일 뿐. 
언뜻, 
그게 지금 내가 안고있는 안팎 곱사등이 노릇의 뿌리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아빠의 얼굴에 분칠한 가짜 엄마. 혹은 기형의 엄마. 
그래봤자 세월은 다 갔다.

3.
서울의 어머니가 분가를 할 모양이다. 
아들이 사는 집에서 어머니가 분가를 하는 모양새가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지만 몇 년 동안을 아들 눈치 며느리 눈치에 부평초처럼 딸네 집 동생네 집 아들네 집으로 떠돌이로 살던 노인네 입장에서는 그 중 쓸만한 생각이다.
전화 했던 부산의 여동생에게 잘 생각했고, 애 많이 썼노라고 치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보니 이것 저것 공연한 생각이 많다.  
가도 가도 평행선.
마음을 열지 않는 가족들에게 혈연이라는 관계는 부담일까 아니면 보험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장식일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