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무슨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당첨 됐다던가 뭔가.
이른 아침 바쁜 시간에 후닥닥거리던 와중에 섞어 들어서 그런지 유네스코가 뭐 어쨌다는 걸로 알아들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아니고 좀 쉰내가 나는 이야긴가보다... 

수십년 식민지로 진물까지 다 빨리고 전쟁까지 겪은 알거지에서
오륙십년 만에 뚝딱거리고 올라선 벼락부자라 그런지
일면 대단한 구석도 없지는 않지만 곳곳에 구멍 투성이인 우리나라.
이거야 뭔 봉이 김선달이 한테 털린 등신인지 아니면 요즘 유행 따라 이것도 뭔 꼼수가 있는 건지...

밥 먹는 자리에서 그런저런 기념으로 우리 제주도에 놀러나 갔다 오까 어쩌까 했던 이야기가 그 덕에 좀 시들해져버렸다. 뭐 그래도 올 가을에 큰 낙심을 한 큰 놈도 그렇고 여태 큰 나들이 한 번 못해 본 작은 놈도 그렇고 이래저래 이번 겨울에는 작심하고 제주도 나들이도 한 번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 놈의 뉴세븐원더슨지 뭔지가 오히려 초를 친 것 같아서 말이지... 

늦가을에 비가 내렸다.
늦가을 비는 겨울을 끌고 다닌다. 많이 추워졌다.

 
그렇게 웅크리고 겨울을 견디다보면 또 한 살 더 먹게 되겠지.
무상하다.  

큰 놈이 친구들과 놀겠다고 집을 한 나절 비워 달라길래 그 김에 카메라를 싸 들고 하루를 탕진했다. 
....
온종일 전봇대만 보고 온 것 같다.
세상에 전봇대만 있을 턱이 없으니 보는 눈이 그까짓 눈인 거지. 염병.


흥해 덕장리 안쪽의 한적한 길


그 길목의 마을


동네 어귀의 과수밭





동네 입구.


 
경주 천북 근처 저수지. 라면 끓여 먹었던 곳.



K135/2.5 




큰 눈이 벌써 세 번째.
몇 번을 벼르다 주저앉고 벼르다 주저앉고.... 
그래도 그다지 눈이 흔한 곳이 아니라 또 언제보랴 하는 마음에 작정하고 동네 한 바퀴.

펜타콘 50.8 / 노출은 기억 없음. 어차피 데이터 들이대고 찍는 타입도 아니고...
골방에 들어 온지 족히 몇 달은 지난 듯 남의 방처럼 버성버성하다. 참.... 

계통 없는 가을 사진 몇 장

꽤 춥던 날 남의 집 굴뚝 

영덕에서 강구로 가는 7번 국도
꽤 그럴듯 해 보여서 차를 세워놓고 유난을 떨었지만 다 날렸음.


오십천 둑길

학교 뒷 동네.
저 놈의 장독대에 언젠가는 접근해 보리라 마음만 먹고 세월만 벌써 몇 달.

운동하러 가는 길의 천전산 임도.

역시 같은 장소의 강아지 풀.

일없이 새벽에 잠깬 김에.
그나마 눈곱도 안 떼고 즉흥적으로 나섰다가 시간을 못 맞춰서 도착하자 해는 올라 와버리고.
급한 마음에 뾰족한 수가 없어 대충 날렸더니 뭔 근하신년 달력 닮아버렸다.

목성 9호.
천덕꾸러기 목성 9호... 뭐 그냥 볼 만하네.

이건 삼곤이.
이때 쯤은 일출이 아니라 아침 햇살... 

18-55 번들.
이건 정말 일출이 아니라 그냥 굿모닝!

여름 나고 참 몇 달만에 제대로 잡아 본 카메라였음. 
다음에는 세수하고 나와야지.  

퇴근 길에 라디오를 듣는다.
17년 매미라는 게 있단다.
북 아메리카 어딘가에 서식한다는 이 매미는 17년을 땅 속에서 구불다가 단 하루를 매미로 살면서 그 날, 필사적으로 짝짓기를 하고
그리고는 그날로 모두 수명을 다 해서 숲 속 동물들에게 단백질로 섭취되고 만다더라.

과연 세상에는 참 기이한 것들도 많고 신기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참 그렇다.
사람도 매미처럼만 생각한다면 무엇이 두려울까보냐는 말씀이시다.

글쎄다.
그야말로 택도 없는 바른말씀이시다.
지가 매미가 되어보지 않고서야 매미의 심사를 어떻게 미루어 짐작한다는 것인지.
어두운 땅 속에서 17년을 꿈틀거리는 것이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참 그야말로 벌레같은 일생이겠지만
정작 그 긴 세월을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그 매미의 자연스러운 일생이라면 그걸 누구 맘대로 고통스러운 인고의 세월이라고 딱지를 붙일 수가 있냐는 거다.
매미의 입장에서 날개를 가진 성충으로 변신하는 것이 과연 찬란한 최후를 위한 그것인지 뉘가 장담을 해. 
혹시라도 매미한테 물어봐서 그게 오히려 종족 보존을 위한 고통에 겨운 변신이더라고 진저리를 친다면 어쩔거냔 말씀이지.

별 생각없이 내던진 라디오 한마디에 괜히 열불 낼 일도 아니긴 하지만
참, 이렇건 저렇건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매미 입장이 돼 보지도 않았으면서 섣불리 잘난 척은 좀 하지들 말든지.
지나 내나 지구 껍데기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주제에 
사람이란 짐승은 과연 얼마만큼까지 오만하고 독선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학교 국기 게양대 아래 힘빠져 주저앉은 매미.
17년 매미와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우리 동네의 보통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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