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없는 가을 사진 몇 장

꽤 춥던 날 남의 집 굴뚝 

영덕에서 강구로 가는 7번 국도
꽤 그럴듯 해 보여서 차를 세워놓고 유난을 떨었지만 다 날렸음.


오십천 둑길

학교 뒷 동네.
저 놈의 장독대에 언젠가는 접근해 보리라 마음만 먹고 세월만 벌써 몇 달.

운동하러 가는 길의 천전산 임도.

역시 같은 장소의 강아지 풀.

일없이 새벽에 잠깬 김에.
그나마 눈곱도 안 떼고 즉흥적으로 나섰다가 시간을 못 맞춰서 도착하자 해는 올라 와버리고.
급한 마음에 뾰족한 수가 없어 대충 날렸더니 뭔 근하신년 달력 닮아버렸다.

목성 9호.
천덕꾸러기 목성 9호... 뭐 그냥 볼 만하네.

이건 삼곤이.
이때 쯤은 일출이 아니라 아침 햇살... 

18-55 번들.
이건 정말 일출이 아니라 그냥 굿모닝!

여름 나고 참 몇 달만에 제대로 잡아 본 카메라였음. 
다음에는 세수하고 나와야지.  

퇴근 길에 라디오를 듣는다.
17년 매미라는 게 있단다.
북 아메리카 어딘가에 서식한다는 이 매미는 17년을 땅 속에서 구불다가 단 하루를 매미로 살면서 그 날, 필사적으로 짝짓기를 하고
그리고는 그날로 모두 수명을 다 해서 숲 속 동물들에게 단백질로 섭취되고 만다더라.

과연 세상에는 참 기이한 것들도 많고 신기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참 그렇다.
사람도 매미처럼만 생각한다면 무엇이 두려울까보냐는 말씀이시다.

글쎄다.
그야말로 택도 없는 바른말씀이시다.
지가 매미가 되어보지 않고서야 매미의 심사를 어떻게 미루어 짐작한다는 것인지.
어두운 땅 속에서 17년을 꿈틀거리는 것이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참 그야말로 벌레같은 일생이겠지만
정작 그 긴 세월을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그 매미의 자연스러운 일생이라면 그걸 누구 맘대로 고통스러운 인고의 세월이라고 딱지를 붙일 수가 있냐는 거다.
매미의 입장에서 날개를 가진 성충으로 변신하는 것이 과연 찬란한 최후를 위한 그것인지 뉘가 장담을 해. 
혹시라도 매미한테 물어봐서 그게 오히려 종족 보존을 위한 고통에 겨운 변신이더라고 진저리를 친다면 어쩔거냔 말씀이지.

별 생각없이 내던진 라디오 한마디에 괜히 열불 낼 일도 아니긴 하지만
참, 이렇건 저렇건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매미 입장이 돼 보지도 않았으면서 섣불리 잘난 척은 좀 하지들 말든지.
지나 내나 지구 껍데기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주제에 
사람이란 짐승은 과연 얼마만큼까지 오만하고 독선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학교 국기 게양대 아래 힘빠져 주저앉은 매미.
17년 매미와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우리 동네의 보통 매미.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다는 칠곡 다부동.
굳이 찾아 다니지 않고서야 이미 수십년이 지나버린 지루한 풍경에서 그 때의 흔적을 찾을 수나 있을거라고.
정작 눈에 띄던 전쟁기념관(?)인지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 그냥 지나쳐버리고 국도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무슨무슨 고지라는 작은 이정표만 목격하고 왔을 뿐이다.
그마저도 비가 와서 그냥... 게으름이다.

막연하나마 내가 생각하던 다부동과는 전혀 다른 그림만 만들고 말았다.
게을러 터진 성질머리까지... 병통이지.

사랑해요. 그래서 아파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대구 예술대 들어가는 길목에서.


뭔가 좀 아릿한 기다림 같은 느낌이길 바랬는데 포럼에 올렸더니 여고 괴담 호러 샷이란다. 이런.



끼워 넣은 글 때문에 아주 여고생 취향의 삽화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그리고 내게는 참 진부한 구도이지만
그 진부한 이유가 참 수시로 갖다 대는 구도라서 그렇다.
굳이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찍었던 걸 보면 뭐 이런 따위의 구도가 내 배짱에 잘 맞는 모양이다. 
뭐 때아닌 낙엽들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기도 했고. 
그래. 좀 그러면 어때서.


비가 와서 다 번들. DA 18-55.
번들은 쓸 수록 좋은 렌즈라는 확신이 점점... 다만 약간 핀이 어긋나서 불만.
그래서 나는 번들도 수동이다.

 

나른하고 따분한 오후에 포토샵에 사진 한 장 걸어놓고 식곤증 쫓아내기...
그나마 컴퓨터가 느려 터져서 신경질 나는 중.

어쨌든 졸음을 이기는 수단과 방법.
1. 장난감 갖고 놀기
2. 화 내기.
3. 그냥 안버티고 자 버리기.

교훈.
대낮에 식곤증으로 꼴사납게 꾸벅꾸벅 졸지 말고 밤에 잘 자자.



여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안다.

흙이 달구어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 하다. 실내에서는 다행히도 아직 뜨겁지 않아서.
2층 복도 뒤쪽으로 보이는 좀 지겨운 풍경.
계통 없이 노출 된 푸석푸석 마른 언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빳빳한 녹색 식물들은 정말 지겹지 않은가.

뒷쪽으로 보이는 문이 바람에 닫히기 전에 찍으려고 카메라 가질러 주차장까지 허겁지겁...
아니나 다를까 이내 문은 쿵 닫혀 버렸지만 다행히도 삼각대 대신 손각대를 선택한 덕에 그새 몇 장은 건질 수 있었다. 

결코 예쁘거나 멋진 사진은 아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뜨겁고 지겨워서 숨이 턱 막힐 그런 그림도 만들어보고 싶다. 
... 그럴려면 정말 숨이 턱 막힐만큼 뜨겁고 지겨운 여름이 와야하는구나. $ㄲㅆ^%^&^%&%@#......


zenit 300/4.5 




사람이 주변머리가 없다보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놓친 그림이 참 아깝지만 
남의 얼굴 몰래 찍어다가 내가 만든 그림이라고 걸어 놓을 수도 없고.
또 그랬다가는 요즘 같은 대명 천지에 언제 어느 시에 덜미를 잡혀서 망신을 당할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배 고물 쪽에서 밥을 먹고 있던 아주머니 서너 분을 꼭 집어넣고 싶었지만 
결국 소심증으로 곁에 섰던 자전거만 집어 넣고 말았다.
남의 고달픈 일상이나 그다지 내보이고싶지 않을지도 모를 모습들에다가 뜬금없이 내 그림좀 만들자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그렇고 몰래 찍어 놓고 이 그림 내가 찍었으니 내가 가져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도 참 버성버성한 일이라 결국은 그리 되고 말았다.      


풍파에 시들어 가는 어촌 아지매들의 깊은 얼굴이나 몸짓을 담지 못한 것은 꽤 많이 아깝지만
뭐 그래도 삐딱하게 자세 잡은 자전거나 뻘겋게 녹 슨 돛대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구만 그래.
사람들이 질색을 하건 말건 코끄트머리에다가 렌즈 들이대고 철퍼덕거려야 참 제대로 사람 찍었다고 어깨가 펴 질지는 모르겠지만
내사 원체가 소심증이라서 말이지.....

마미야 세코르 sx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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