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주변머리가 없다보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놓친 그림이 참 아깝지만
남의 얼굴 몰래 찍어다가 내가 만든 그림이라고 걸어 놓을 수도 없고.
또 그랬다가는 요즘 같은 대명 천지에 언제 어느 시에 덜미를 잡혀서 망신을 당할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배 고물 쪽에서 밥을 먹고 있던 아주머니 서너 분을 꼭 집어넣고 싶었지만
결국 소심증으로 곁에 섰던 자전거만 집어 넣고 말았다.
남의 고달픈 일상이나 그다지 내보이고싶지 않을지도 모를 모습들에다가 뜬금없이 내 그림좀 만들자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그렇고 몰래 찍어 놓고 이 그림 내가 찍었으니 내가 가져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도 참 버성버성한 일이라 결국은 그리 되고 말았다.
풍파에 시들어 가는 어촌 아지매들의 깊은 얼굴이나 몸짓을 담지 못한 것은 꽤 많이 아깝지만
뭐 그래도 삐딱하게 자세 잡은 자전거나 뻘겋게 녹 슨 돛대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구만 그래.
사람들이 질색을 하건 말건 코끄트머리에다가 렌즈 들이대고 철퍼덕거려야 참 제대로 사람 찍었다고 어깨가 펴 질지는 모르겠지만
내사 원체가 소심증이라서 말이지.....
마미야 세코르 sx 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