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라디오를 듣는다.
17년 매미라는 게 있단다.
북 아메리카 어딘가에 서식한다는 이 매미는 17년을 땅 속에서 구불다가 단 하루를 매미로 살면서 그 날, 필사적으로 짝짓기를 하고
그리고는 그날로 모두 수명을 다 해서 숲 속 동물들에게 단백질로 섭취되고 만다더라.

과연 세상에는 참 기이한 것들도 많고 신기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참 그렇다.
사람도 매미처럼만 생각한다면 무엇이 두려울까보냐는 말씀이시다.

글쎄다.
그야말로 택도 없는 바른말씀이시다.
지가 매미가 되어보지 않고서야 매미의 심사를 어떻게 미루어 짐작한다는 것인지.
어두운 땅 속에서 17년을 꿈틀거리는 것이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참 그야말로 벌레같은 일생이겠지만
정작 그 긴 세월을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그 매미의 자연스러운 일생이라면 그걸 누구 맘대로 고통스러운 인고의 세월이라고 딱지를 붙일 수가 있냐는 거다.
매미의 입장에서 날개를 가진 성충으로 변신하는 것이 과연 찬란한 최후를 위한 그것인지 뉘가 장담을 해. 
혹시라도 매미한테 물어봐서 그게 오히려 종족 보존을 위한 고통에 겨운 변신이더라고 진저리를 친다면 어쩔거냔 말씀이지.

별 생각없이 내던진 라디오 한마디에 괜히 열불 낼 일도 아니긴 하지만
참, 이렇건 저렇건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매미 입장이 돼 보지도 않았으면서 섣불리 잘난 척은 좀 하지들 말든지.
지나 내나 지구 껍데기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주제에 
사람이란 짐승은 과연 얼마만큼까지 오만하고 독선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학교 국기 게양대 아래 힘빠져 주저앉은 매미.
17년 매미와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우리 동네의 보통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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