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의 구계항.
무료하게 지나가는 주말이 답답해서 무턱대고 나섰다가
별 신통한 구도도 찾지 못하고 신간스런 찬바람에 시달리기만 하다가 그냥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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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촛점 잡기도 힘들고 생긴 모양도 정 안들던 쇳덩어리.
저질 시력으로는 판독도 잘 안되던 깨알보다 작은 조리개 숫자에 뻑뻑한 조리개 링.

까딱했으면 일찌감치 장터에 매물로 나갔었을 목성이 이제는 조금 손에 익는다.
목성과 같이 손에 잘 안 잡히고 구불러 다니는 렌즈 몇 개를 묶어서 장터에 내놓으려다가
이런저런 바쁜 일들에 쫓겨서 미뤄 왔던 덕에 지금은 그럭저럭 대충 자리를 잡고 앉은 셈이지.

그러게 뭐니뭐니해도 렌즈가 수중에 오래 남아있으려면 모양이며 스펙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결과물이라야 하는데
이 놈은 생긴 것도 수류탄인데다가 어쩌다 개방으로 찍어보면 부옇게 떠 버린 그림.
이건 뭔 쓰지도 못할 2.0... 순 사기꾼 로스케들 같으니...
거기다가 조금만 삐끗하면 촛점 나가버리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나한테는 참 까다로운 놈이다.
그나마 그럭저럭 화각에 조금씩 적응도 하고 초점도 나아지기는 했는데 늘 만만찮기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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