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막바지에 아내의 작업실이었던 뒷방을 치우고 큰 놈의 공부방을 꾸몄다.
큰 놈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전적으로 존중한다.
모든 결정은 결국 제 몫이고 그 책임도 또한 제 몫이기 때문이다. 실패도 아니고 보류도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큰 놈은 이제 삶, 혹은 현실이라는 큰 그림을 진지하게 볼 수 있을 나이가 되었다.
작은 놈은 어제 오늘 연거푸 코피를 흘렸다.
활동량이 꽤 많아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이 부실한 것은 아닌지.
늦가을에도 살이 내릴만큼 호되게 앓아서 긴장을 시키더니.
아내와 나도 늦가을 언저리에 조금씩 앓았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 다 조금씩 더 건강해지자.
2009년이 다 갔다.
이맘때가 되면 공연히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분주해지지만
새 날이 시작 될 하루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마지막 날에 뛰쳐 나온 생명도 있고
오늘 하루를 아쉬워하며 숨진 생명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과 내일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날이다.
그러니 가 없는 시간에다 줄 긋고 매기면서 눈물 짓고 한숨 짓는 사람의 일은 때로 부질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새해다. 한 살 더 먹는구나. 꾸역꾸역 흘러가는 세월에 줄 하나 또 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