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술이 땡기길래 참 오랜만에 맥주를 한 잔 하고, 앗따, 낮술이라 제법이구나, 얼떨떨 해 있는데....
작은 놈이 방학숙제를 도와 달라네. 요리 숙제란다.

옳거니! 요리라면 또 내가 한 요리 하지. 어디보자 뭘 만드나.
저녁에 먹을 찌개를 만들래 했더니 싫단다. 좀 특별한 요리를 하자는데.

궁리궁리 하다가 언뜻 생각 난것이 뜬금없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수삼년 전에 봤던 꽤 괜찮았던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또 그 속에 등장하는 음식 이름이기도 하지.
그렇지. 그런 음식이 있다더라. 맞아. 게다가 토마토는 채소라던데 뭘!

마침 냉장고에는 토마토가 가득.
준비물은 밀가루, 소금, 달걀, 토마토.
어린 놈 데리고 넣어라, 저어라, 잘라라, 얼렁뚱땅 지글지글 지져냈더니..


....
.....
모양이.. 참....
뚝배기보다 장맛이더라도 어느 정도껏이라야지.
...
뭐 그래도 일단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
참...
...
마누래 오기전에 얼른 갖다 버려야겠다. 이런 젠장..


영화 속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만들어서 먹었을까?
낮술 끝머리라 요리가 이지경이 된 것일까?
아니라면,
혹시나 그린 토마토가 아닌 완숙 토마토라서 이지경일까........



덤으로,
곁다리로 출연한 이 영화는 추천.
페미 영화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참 괜찮은 영화.

캐시 베이츠.

캐시 베이츠의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대사 중 각인처럼 날아와서 박히던 말.
/'때로는 악마가 되는 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름 끼치던 공감..


딸과 헤어지는 마지막 신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던 대배우.
내가 알기로는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배우. 

.........
뚱땡이 아줌마의 크고 영롱하지도 않은 눈이 뭐가 아름답냐고?
.........
캐시베이츠의 깊고 그윽하다 못해 섹시하기까지 한 푸른 눈을 
새까만 인조 눈썹 속에 만화처럼 뗑그렇게 박아 놓은 성형 사이보그들의 유리알 눈에다가 도무지 비교하지 말지어다. 

2006.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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