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자다가 깨 보니 큰 놈 방에 불이 켜져있더라.

'네 시가 다 됐는데 안 자고 뭐하냐' 나무랬더니
'잘꺼야'
얼렁뚱땅 부시럭거리며 뭔가 덮어 놓는다.
짐작 가는 게 있어 그런가 보다 했더니 오늘 아침에 저걸 불쑥 건네 준다.
뭐 용돈이라고는 코딱지 만큼이니 뭘 사다 놓지는 못 할 것이고
편지라도 쓰나보다 생각 했었는데 뜻밖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센스가 있는 놈이다. '심풀' 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제깐에는 꽤나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한데
아침 아홉시에 나서야 할 놈이 저거 만드니라고 새벽까지 안자고 ....
아닌 듯 슬쩍 들뜬 듯 기분이 좋다.

사람이 나서 살다 죽는 것을 어찌 짐작 할까마는
가만 생각 해 보면 미래를 짐작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른다.
누가 그러더라. 누군가에게 미래를 보여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미래를 빼앗는 거라고.  
그래 뭐, 그럴려면 말이 그런 거지 보여 줄 수나 있으려고. 그러니 그러려니, 믿고 사는 거겠지.
살아 온 날이 아까우니 살아 갈 날은 아껴서 살아야겠다.
오늘따라 묵은 사람들이 귀하다.


2006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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