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날아오르는 갈매기를 보고 바닷가로 달렸는데
갈매기는 다 놓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니 날씨는 춥고
그냥 심심한 돌만 찍었다.
새 식구를 들였으니 사랑 땜을 해야지.
삼곤이로 찍어 보니 맨날 보는 돌도 좀 달라 보이네. 삼곤이에 눈이 멀었나보다.

그냥 뻥 뚫린 바다 그림 세 장.



덕분에 현역으로 열심히 견마지로를 다 하던 16 45랑 50.7은 팔려 나가고 렌즈가 광각 쪽으로 쏠렸다.
16 45가 나간 자리는 번들2가 대타로. 

동네 앞의 갈대밭.
예제 사진에 올라 온 갈색 톤에 혹해서 들여 온 구식 렌즈.

갈색 톤이 무겁고 초점이 잘 맞은 부분은 기분 좋을만큼 예리하게 잘 잘라진다.

동네 앞의 갈대밭.
정체불명의 홀애비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을 배경으로..

강구항.
테스트 겸해서 역광으로 눈싸움. 대놓고 마주보지만 않으면 괜찮은 듯.


강구항.
강풍으로 발 묶인 오징어 배들.

역시 강구항.

풀. 아니면 바다. 아니면 동네 주변.
좀 다른 것도 담아 보고 싶은데 짬이 안 난다. 
삼곤이는 내 체질에 잘 맞는다. pentacon 35/3.5  


24mm 를 구하기로 했다.
16-45를 갖고 있지만 제아무리 뛰어나다느니 어쩌니 해도 줌은 줌일 뿐이다.
나도 칼날같은 광각을 갖고 싶다는 말씀이지.
시그마 24mm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심한 후핀.

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판매자와 핀 확인차 두 번을 주고 받는 줄다리기 끝에 반품. 송료만 날렸다.
궁여지책으로 다시 시그마 28-70을 사들였지만 역시 광각에서 후핀.<- 단렌즈를 사자고 시작하고서는 이게 무슨 헛짓인지. 마음이 후달리면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습성. 
그래도 이번에는 구매하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해 두었으므로 그다지 신경 곤두서는 일 없이 반품.
역시 송료는 날렸다.

시그마가 맞지 않는 것인지 자동 렌즈가 맞지 않는 것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근 열흘간의 밀고 당기기 끝에
'시그마', 혹은 '자동렌즈', 라면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만큼 정이 뚝 떨어져버렸다. 
 점점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가급적 자동렌즈를 구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래도 미더운 건 역시 구식 수동 렌즈다.

그렇게 거의 2주일을 허비 한 끝에 찾아 낸 것이 타쿠마 24.

기대 반 걱정 반 끝에 받아보니 이게 도대체 40년 묵은 렌즈가 맞는지.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깨끗하다.
캡과 케이스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마운트의 나사산에 도색도 벗겨지지 않은 물건.
액운은 시그마가 갖고 가고 이번에는 운이 닿았나보다.
결과물도 마음에 닿는다. 좋은 렌즈다.

며칠을 집 주변만 뱅뱅 돌다가 오일장 근처의 오십천변으로 첫 나들이를 했다. 

대궁만 남은 것들 중에 겨우 찾아 낸 분홍색 코스모스

상투적인 테스트. 키다리 강아지 풀

달걀 후라이 개망초. 왜 푸른 빛이 돌지? 

이름을 모르는 식물.  
아무래도 구식 렌즈라 역광에는 좀 약하다. 플레어 발생.

갈대밭인 듯?

역시 강아지 풀.

늪? . 늪이라기에는 너무 작은 물 웅덩이. 그렇다고 연못도 아니고.


이상으로 M42 Super Takumar 24mm F3.5와의 첫 대면 끝.
조리개라든지 셔터 스피드는 기록이 남지 않은 관계로 생략.
시간상 한낮이라 썩 마음에 드는 그림은 없지만 그럭저럭.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빛 좋은 시간에 다시.
16-45는 이제 편히 쉬든지 아니면 팔아 묵든지.



다시 보면 달리 보이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개가 처음 본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물 가 풍경들이 눈에 삼삼하길래 두 번을 더 갔지만
만들어진 그림들은 어쩐지 재탕이란 느낌이거나 아니면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그림이라는 냄새만 난다.

흑백 변환으로 조금 깨끗해 진 그림들.
살다 보면 키도 크고 살도 붙어 몰라 볼 경우도 많지만
사람이건 사물이건 역시 대체로 첫 인상이 맞는 거야.



해가 들길래 또 챙겨 나갔다.
어제도 갔다 오고는 또 조급증이다.
꼭 해 드는 날이 다시 안 올 것 같이 말이지.
오늘은 작정을 하고 아예 자전거를 갖고 나간다.
강 하구에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자전거로 읍내까지 간다. 편도로 삼십 분 쯤 된다.
어제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하늘이었지만 그래도 간혹 내밀어 주는 저녁 햇살로 그림 몇 장을 만들었다.

마른 나무와 물 그림자

강아지 풀 무리.
헬리오스 44k 58/2.0

강아지 풀 근접.
별로 평도 좋지않은 이 싸구려 러시아 렌즈가 나는 참 마음에 든다.
펜탁스 50.7이 찬밥 신세다. 팔아 먹어버릴까.

역시 이 렌즈는 역광에 취약하다.
해를 마주보지도 않았는데도 플레어가 한다발이다.
이 또한 즐기려면 즐기지 못할 것은 없지만 기피하고 싶을 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한 컷.

구름 사이로 내 민 순간 놓칠세라 서둘러서 한 컷.
그런데 그림이 왜 이리 우중충하다는 말이냐.

.
.
.

사진은 누가 찍었는데 대체 누구를 탓하는 것이냐.



하루 내 구름이 낮아 우중충하더니 저녁 나절에야 날이 들길래 오십천변으로 나들이를 한다.




유년 시절의 내 고향도 이런 강변이 있었다.
지금은 모두 시멘트로 발라버려서 섭섭하지만.
강변에 이렇게 살이 붙어 있으면 속이야 어떨지 알 수는 없지만 우선은 살아있는 강이라는 느낌이 있다.

맨 아래 그림이 그 중 마음에 든다.
해가 좋은 날에 다시 와 보기로 한다. 부디 코스모스가 지기 전에.



왕거미에게는 저녁 식사지만
고추잠자리에게는 삶의 끝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을 또 다른 그들은 보지 못 할 수도 있다.
혹은 그들은 서로 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神의 존재가 의심스러울 때가 많지만
때로는 내가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은 떨쳐버리기 어렵다.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 놓은 것들은 위대하지만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은 믿을 수 없을만큼 작은 존재다.

혹, 내세가 있다 하더라도
이승의 기억과 집착을 고스란히 가져가지 못한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허구에 가깝다.
그렇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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