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쨍 하니 아깝지만
날씨가 매워서 챙겨들고 나서기는 싫고
세수도 안 한채로 파카 하나 뒤집어 쓰고 집 뒤의 대 숲으로.

빛이 대나무 사이사이로 새어 들어와서 재미있는 그림이 됐다.

위엣 것을 부분 크랍.
햇살이 댓닢을 비추니 별 것 아닌 데도 괜히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사진은 빛 장난.

내친 김에 앵글을 쳐들어봤다.
역시 빛도 과하면 좀 호들갑스럽다.

생긴 모양으로는 살풍경하고 배타적인 모습이지만 어쩌다 만나게 되면 추억처럼 다시 되돌아 봐 지는 유리병 담장.
이제는 변두리 낡은 집들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어진 풍경.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이 나즈막한 담장위의 깨진 유리병을 두려워하랴만,
그래도 6,70년대 방범의 총아였던 유리병 담장.

20번 지방도를 타고 올라가던 중 잠깐 멈췄던 작은 어촌 마을.

이론이나 기술에 관한 한 깡통에 가깝지만 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이런 '느낌'을 남겨두기 위해서다.
풍경, 혹은 정경의 정서적인 변용이 사진에서도 가능한 지는 모르겠다만.....


마을 이름은 기억이 안남.
Pentacon 50mm F 1.8


미르 37미리로 찍은 아침녘의 대 숲.

채 녹지 않은 서리 때문에 색이 묘하게 나왔다.
포럼에 올렸더니 누군가는 콘탁스 ND와 흡사하다던데, 그런가?
콘탁스 ND.... 충분히 매력있는 사진들이더라만 관리나 유지, 어느 편도 나와는 그다지....

댓닢이 수묵화처럼 삐쳐 날아 간 것이 아주 상쾌했던,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진.


MIR 37mm F2.8 Russia... 



잘려진 선 몇 가닥.
대개의 경우 사람이 먼저 떠나기 마련이지만, 전기와 전화와 물이 끊어지면 집은 죽는다.



Pentacon 30mm F3.5 /Pentax K10D

잠깐동안 그야말로 '필'이 꽂혀서 간절히 구하던 '목성 9호'를 드디어 손에 넣었다.
아마도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85미리...
하지만.......
일견 투박하면서도 선이 굵고 질박한 맛이 없지는 않으나
점점 나빠지는 시력 때문인지
아니면 포커스 구간이 좁은 탓인지 내공 탓인지 제대로 촛점이 제대로 가서 맞은 그림은 거의 반타작이다.
그나마 눈이 빠지도록 들여다보고도 그렇다니...

이가리 포구


멀리 포항 신항만이 보이는 어느 어촌의 방파제.

갈매기가 많은 날 강구항.

웬 갈매기가 사단 병력으로 몰려와서 법석이었다.
사람 사이를 함부로 날아다니는 바람에 사람이 새를 피해야 했을만큼.

경매를 기다리는 사람들.
배가 들어 와서 즉석 경매가 끝나면 낙찰 받은 물고기들을 저 노란 수레에 담아 싣고 자신의 가게나 좌판으로 바쁘게 달려간다.
어부는 아니지만 물고기에 관한 한, 저들도 전문가다.

뭐가 어쨌든 로스케 주피터 9호.. 이 눈이 빠질듯한 포커스.......
하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니 조금 더 만져 보자. 
나쁜 사진쟁이는 있어도 나쁜 렌즈는 없다던데!! 
....
그렇다면 나는 나쁜 사진쟁이일까 아닐까.......



새로 들여 왔으니 많이 들여다봐야지.
목하 사랑 땜 하는 중.
사진 정리하다가 마미야 55미리로 찍은 것인줄 알았다.  

이웃 마을의 빈 집.
동해안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뭔 무망한 작업을 하노라고 한 두달 빌려 썼던 그 방이다.
그 때는 참 그거 뭐 대단한 것인 줄 알았는데.
세월 가고 나이 들고 이제는 하릴없이 박스 속에 묶여져 삭아가는 종이 뭉치를 보면 참 씁쓸하기도 하고.... 
뭐 아무튼 이제는 비어버린 집을 보니 세월도 무상하고 사람도 무상하고...

부흥리 다리 밑에서 노다지 쭈그리고 앉아서 찍었던 사진.
그렇고 그런 노을이더니 뒤집어보니 그럭저럭 분위기가 없지는 않네.
전신주며 언덕받이에 잔물결이 잔잔하니 부디 속여 먹는 그림이라 여기지는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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