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볼 사이도 없이 3월이 다 갔다. 보낸 기억이 없는데 언제 다 갔노.
4월은 그러지 말아야지. 그나마 벌써 닷새는 지나버렸고. 
벼르던 성묘는 꿈도 못 꾼 채로 한식이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말 쯤에나 도모해 볼까.

동네 윤집사님 댁의 매화.
처음엔 배꽃인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그러게 꽃도 모르면서 뭔.

동네 뒷쪽의 갈대밭. 갈대는 다 져서 쭉정이만 남았다.
조금 지나면 여긴 아주 올챙이 소굴이다. 물반 고기반.
이제 곧 논에 물 담으면 산천이 떠나가라 개구리들이 울어제낄거야. 
그럼 제대로 봄이 왔다는 것이고 머지 않아 곧 여름이 된다는 이야기지.


마당의 연산홍.
철쭉은 벌써 만개했던데 얘는 왜 늦는지. 꽃은 똑 같던데 말이지. (내가 보기엔... )

읍내 오일장에 다녀 오는 길에 오십천변에서.
봄볕이 노곤하니 자전거도 한 잔 걸치고 삐딱하게 낮 잠 한 숨....................






참 오랜만에 해를 봤다.
푸른 색의 하늘도 오래간만이다.
이삼월은 내내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 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어제는 폭설. 여기저기 교통 대란에 휴교...
날씨가 따뜻한 덕에 한나절 해프닝으로 그쳐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게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 陽光...
띵띵 얼어있던 운동장이 녹았다.
봄은 원래 좀 질척하다.

푸석한 뒷뜰에 새싹도 돋았다.

하늘

양지 바른 곳은 제법 수북하다.

무너진 울타리 곁의 산수유. 어쩐지 물빠진 듯 조금 흐리다.

봄을 기다리는 꽃밭.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한시적이지만 환경이 다소 바뀌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몸과 마음이 부대끼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익숙해지면 더 나아지겠지.

나도 숨 쉬고싶다. 


비 오는 날이면 누구나 다 찍는다는 사진.
그렇더라도 비 오는 날이면 또 이런 사진을 만들고 싶지.
우연히 내다 본 창 밖의 풍경일 수도 있고
유리창의 물자국. 비가 만들어 주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펜타곤 30/3.5


느릿느릿 시작하던 감기가 한 열흘 되더니 슬그머니 몸살까지 간다.
머리는 무겁고 으슬으슬 추운데다가 콧물 재채기 기침...
며칠 전 부터는 후각 세포가 기절을 해버렸는지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다. 당연히 음식이 맛이 없다.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서 바깥 나들이를 못하겠더란 이야기다.
갱신이 귀찮아지니 맨 자리 보전하고 누워서 시난고난... 
정신 좀 차리자 싶어서 공연히 주변에 있는 구닥다리들을 챙겨 보기로했다.

그럴듯하게 이름하여 아날로그 :Analog : 미국식으로는 애널러그. 영국식으로는 애널로그.
/연속적으로 변하는 물리량. 혹은 상사체(相似體, 相似形) .....  짐작이 갈듯 말듯 도무지 무슨 말인지 요령부득. 

좌우지간에 내게 있어서 아날로그란 물건의 방식이거나 물건이다. 쉽게 말하면 구닥다리. 혹은 고물.  

말 그대로 아날로그. 렌코 L75.
세상에 나온지 족히 삼십년은 더 되었을 아이들러 방식의 고물.
그래도 여태 써 본 것들 중 가장 깊은 소리를 만들어 주는 물건. 
아이들러인데도 럼블이 잡히지 않는 신통한 놈. 다만 고무가 경화되었는지 스타트가 느려서 고민 중.
데논 D103과 록산 코러스 두 개를 꼬마 방문객들의 해작질에 날려 먹고는 이제는 고만 번개표 슈어 55로 귀화.
아이고, 인자는 이만 하면 됐지 뭐.     

이건 아마도 사십년은 더 되었을 듯. 스코트 7591 PP. 아마도 극장용?
수삼년 전에 퀵실버 KT88 모노블록에서 다운그레이드 이후로 장수 중.
탄노이3838은 그럭저럭 울려주지만 마루에 있는 AR4X를 만나면 볼륨을 웬만큼 올려도 더 이상 오도가도 못하는 약골. 저능률 밀폐형한테는 꼼짝을 못한다.
그러게 힘이 좀 부족하고 지나치게 온순한 게 흠이지만 이것 역시도 이제는 별 불만이 없다.
불만도 없지만 사실은 이제는 크게 관심이 안 간다.... 잡음 없이 소리만 나면 된다는 거지.
초단관의 스펙도 모르고 여태 듣고 있는 걸 보면 바야흐로 득음? 아니면 아주 거렁뱅이 신선이 돼 가는 걸까? @@...

탄노이 3838과 저역을 잘라버린 그룬디히 풀레인지.
통은 사제 알텍용을 강제 귀화... 내부 공명 방지용으로 이불 솜 한 채씩...
싸 보이는 외장을 콩기름으로 그럴싸하게 위장..
딱이 귓 속을 파고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지간 한 놈들은 그다지 눈에 들지 않을만큼의 제 자리를 지켜주는 괜찮은 놈. 이것 또한 나이는 한 삼십년 족히 먹었을 고물.  


4륜은 4륜이되 4륜 구동을 위해서는 뻰찌 들고 앞바퀴의 허브를 비틀어야하는  명실상부한 아날로그.
4,5년 전쯤 차를 끌고 온 후로 아직까지 한 번도 세차를 안 해 줬다는(사실은 별로 세차를 하고싶은 마음이 들지않는...) 전설(?)을 간직한, 그래도 기특하게도 큰 고장 없이 여태 잘 구불러댕기는 듬직한 고물. 
혹한기만 되면 수시로 방전에다 연료 경화로 아침마다 끌끌거리는 것이 고민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포항 시내의 카메라 샵에서 우연히 눌러 본 셔터의 감촉을 뿌리치지 못하고 궁리 끝에 따로 구한 니콘 F3.
내구성이며 기계적인 정확도는 차지하고서라도 정말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그 말초적인(!) 셔터감이라니!!
지금은 흑백 필름을 물고 앉아서 가뭄에 콩 나듯이 출사 중... 필름은 도대체 언제 빼냐.......
펜탁스와 마운트가 호환되지 않으니 당연히 렌즈 구성이 중복이다.... 다만 조만간에 m42 어댑터를 구해서 기존 렌즈를 공유하면 그럭저럭...

한 이십년 보듬고 있던 곰팡이 자욱한 캐논 AE1을 갖다주고 바꿔 온 펜탁스 MX.
배터리가 없어도 노출계를 제외한 전 기능이 작동 가능한 이 놈은 상시용이면서 비상용이다.
유사시의 보험이기도 하고...

야시카 일렉트로 GX.
이건 순전히 인터넷의 예제 사진을 보고 그 느낌에 현혹돼서 충동구매한 물건.
잘만 길들이면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사진을 뽑아 주리라는 희망 품고있는..... 아직까지는 품고만 있는  구닥다리.  


챙겨보니 뭐 오갈 데 없는 구닥다리 고물 인생이구만 뭘.
좀 더 챙겨보면 구석구석 뭔 먼지 뒤집어 쓴 고물들이 좀 더 나올 것 같기는 한데 오늘은 이까지만.
책상에 한참 앉아있다보니 허리도 쑤시고 머리도 지끈지끈...
약이나 뭐 그런 걸로 쓱싹 없어지지 않는 걸 보면 혹시 감기몸살도 아날로그인지...
해 질 무렵의 구계항.
무료하게 지나가는 주말이 답답해서 무턱대고 나섰다가
별 신통한 구도도 찾지 못하고 신간스런 찬바람에 시달리기만 하다가 그냥 들어왔다.

///
도무지 촛점 잡기도 힘들고 생긴 모양도 정 안들던 쇳덩어리.
저질 시력으로는 판독도 잘 안되던 깨알보다 작은 조리개 숫자에 뻑뻑한 조리개 링.

까딱했으면 일찌감치 장터에 매물로 나갔었을 목성이 이제는 조금 손에 익는다.
목성과 같이 손에 잘 안 잡히고 구불러 다니는 렌즈 몇 개를 묶어서 장터에 내놓으려다가
이런저런 바쁜 일들에 쫓겨서 미뤄 왔던 덕에 지금은 그럭저럭 대충 자리를 잡고 앉은 셈이지.

그러게 뭐니뭐니해도 렌즈가 수중에 오래 남아있으려면 모양이며 스펙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결과물이라야 하는데
이 놈은 생긴 것도 수류탄인데다가 어쩌다 개방으로 찍어보면 부옇게 떠 버린 그림.
이건 뭔 쓰지도 못할 2.0... 순 사기꾼 로스케들 같으니...
거기다가 조금만 삐끗하면 촛점 나가버리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나한테는 참 까다로운 놈이다.
그나마 그럭저럭 화각에 조금씩 적응도 하고 초점도 나아지기는 했는데 늘 만만찮기는 여전하다.



2010년 1월 19일 영덕 오일장.
날씨가 너무 좋아서 혼자 다니기 아까웠음.

적당한 포커스 아웃은 대부분의 피사체를 아름답게 상상하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


물 좋은 물미역. 물미역은 스치기만 해도 갯내음이 확 끼쳐야한다.
명태 코다리 팔던 아주머니는 잠시 한가한 틈에 커피 한 잔!

생선 가게.
햇빛이 투과 되어서 예쁘게 보이지만 동족의 입장에서 보면 참 거시기한 풍경이겠다.
그러게 뭐니 어쩌니 해도 사람만큼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끔찍하게 잔인한 종족도 없는 셈이다.

처형(?) 당한 건어물 아래로 바삐 오가는 세상의 엄마들.
뭐, 별 수 있나. 목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는 먹고 살자는 거지. 먹고 살되, 될 수 있으면 맛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새우.


아직 숨이 붙어서 다리를 꿈틀거리던 홍게.
뒷배경이 너무 많이 날아가버렸다. 조리개 불량.


K135/2.5


조사리 마을 앞에서 바라 본 영일만.
МИР 37mm F2.8
조사리 방파제 풍경도 좋았고 꽤 높은 파도도 좋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렌즈 바꿔 끼우기 싫었음.
그래서 그냥 끼워져있던 37미리 하나로 개도 잡고 닭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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