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안잡혀서 병원 응급실에 간 우리집 꼬맹이.
그 옆 침대에 누워 손등에 링겔을 꽂고 있던 어느 할머니 가족.

뭔 일인지 심사가 사나운 할머니/
썩을녀러 손. 밥 좀 사오라캤드마 배도 안고픈데 뭔 밥을 벌써 묵냐고
지 배애지가 부르마 넘 배고픈 중도 모린다.(아마도 조금 전에 응급실을 슬그머니 빠져나간 할아버지를 말하는 듯) 

일생 저란다. 야아야 나가서 머라도 좀 사오이라. 


며느린지 딸인지 나가서 밥 사옴.

여전히 심통이 난 할머니/
간호원! 이거 안 빼주나. 이거를 빼 조야 밥을 묵지. 

며느린지 딸인지/
어머이. 고마 그래 묵으소. 밥 묵는다꼬 그거를 또 빼고 꼽고 그라것나.

할머니/
이래 가꼬 밥을 우째 묵노. 아나 봐라 간호원!! 이거 좀 빼 주라카이!!!

예의 바른 간호사1/
할머니, 이거는 이러쿵 저러쿵 그래서 꽂고 계셔야 합니다. 꽂은 채로 그냥 밥 드시면 돼요.

할머니/
이거를 이래가꼬 밥을 무라꼬!!! 손목대기에다가 줄로 칭칭 감고 이래 우찌 밥을 묵으라꼬!! 줄을 빼야 밥을 묵지!!

예의 바른 간호사1/
그냥 드셔도 아무 상관 없으니까 앉아서 식사하세요.

신경질 난 할머니/
그랑께 이거를 밥 물때까지마 좀 빼도라카이. 손에다가 줄을 감고 밥을 우째 무그라꼬!!

멀찌기서 보고있던 예쁘장하고 야무지게 생긴 간호사2 쪼르르 잰 걸음으로 와서/
할매! 그거는 빼모 안된다. 안 빼고 묵어도 안 죽는다. 자꾸 떠들지 말고 고마 무라!!

갑자기 기 죽은 할머니/
운냐. 알았다.

너무 웃겨서 입만 딱 벌리고 소리도 못내고 뒤집어 지는 며느린지 딸인지... 



다만 때때로 그럴 뿐이다. 
神이 있다면 나 또한 神에 가까이 다가 가고싶다.
하지만 세상의 일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소부재 전지전능의 人格神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는 神에게 묻고싶다.
그 시각에 이 아이 곁을 지켜주지 못할만큼 바쁘고 긴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부디,  
사람의 궁리로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심오한 섭리로 이 아이가 겪어야 할 일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그래야겠다면 이 아이가 납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만.
최소한 나를 납득 시킬 수 있는 언어만이라도.
  
이 글을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까.
잠 들기가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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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봤다. 처음부터 보지는 못하고 끝에서 대여섯회 쯤 봤나보다.
어느 날 책상 앞에 앉아서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인터넷이 버벅거리는 바람에 짜증이 나서 텔레비전을 켰는데 마침 재방송 중이었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던데'
애 엄마가 그 얼마 전에 무슨 이야기 끝에 곁말로 흘리던게 기억나서 자리 잡고 앉았지. 
어디 얼마나 재미 있는지 한 번 보자 하고.
.........
뭐, 그럭저럭 괜찮긴 했는데.... 도무지 집중이 안됐었다. '허당' 때매...
1박 2일의 부작용인가?
맨날 나와서 어벙한 짓만 하던 녀석이 인상 쓰고 나와서 분위기 잡는게 도무지 몰입이 안된다는 말이지.
그래도 연기는 꽤 하드만. 전문 연기자들에 비해서 전혀 손색 없이.
하여간에 끄트머리를 시청했던 소감은 최소한 내가 싫어라하는 국산 드라마의 단골 설정들이 '덜'하더라는 것.

지상파에 케이블에 수십개 채널에서 하루 종일 돌려대는 국내외 드라마만 해도 아마 수십개는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드라마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드라마들.
필연적인 이유 없이 배배 꼬였거나
전혀 현실감 없는 황당한 설정과 같은 '편'으로 설정된 사람들끼리의 참, 말도 안되는 '오해'들도 그렇고 
이야기의 전개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하등 쓸모 없는 갈등. 
조마조마한 대목에서 싹둑 잘라 다음회의 시청률을 확보하는 고전적인 꼼수야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성립 자체가 의심스러운 억지스러운 상황을 위기 일변도로 밀고 나가거나 
천편일률, 하나같이 주인공을 좌절 일보직전까지 밀어부쳤다가 마지막에 후닥닥 대반전시키고
얼렁뚱땅 권선징악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명색 '작가'들의 납작한 사고방식때문이다. 지겹거든.
그래서 때로는 그 '작가'라는 분들의 머리 속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의 이야기를 쓸려면 사람을 알고 써야지.
캐릭터의 일관성조차 제대로 지켜주지않는 작가가 뭔 작가냔 말이지.
실컷 장황하게 일 벌여놓고 일 좀 꼬였다고 대번에 낯 색을 바꾸고 등 돌리고....
그러다가 오해 풀렸다고 하루 아침에 '감동적으로' 끌어안고 눈물 짜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성격이나 사는 방식이 그리 자반 뒤집듯 하지는 않지.
사람으로 사람들과 더불어서 세상을 산다는 건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거든.
식구들은 그런 날더러 그냥 보여주는대로 보지 않고 그런 걸 따지고 드냐면서 참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는데
그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왜 견디면서 봐야하는지.
그렇다고 내가 싫으니 너희도 보지 말아라는 말도 아닌데 '나는 그렇다'라는 생각조차도 듣기 싫다는 것인지,
이러쿵 저러쿵 결론이 날 이야기도 아니고
아니, 별 것 아닌 드라마 몇 편 보다가 가족끼리 앉아서 날 세우고 심지 세우게 생겼다 싶어 그만 중동무이 하기는 했지만, 개개의 취향이나 생각이 왜 비난을 받고 평가를 받아야 하냐는 말씀이지.   

뭐 어쨌든 그랬었다는 이야기니 일단 각설하고,
내가 본 대목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은 호감이었다.
뭐 그렇다고 젊은 애들 나오는 멜로 드라마가 수삼년 전의 모래시계나 얼마 전 나 혼자만 기를 쓰고 챙겨 봤던 대왕세종같은 무게로 느껴지기는 어렵겠지만, 일단은 '나쁜 놈'들이 일을 꾸미고 쑥덕거려도 일단 중심 캐릭터가 흔들리지 않아서 이야기의 흐름이 위태롭지는 않더라는 정도의 호감이다.
아, 물론 여차해서 구태의연하게 또 오해, 갈등, 시련 모드로 들어가면 그 길로 돌려버릴 참이었지만.

지금은 챙겨 보는 드라마가 없다.
기억에 남아있는 드라마는 사랑과 야망. 여명의 눈동자. 모래 시계. 허준. 대장금. 하얀 거탑. 대왕세종. 베토벤 바이러스 정도다.
그 중에서 정말 몰입해서 챙겨봤던 드라마는 사랑과 야망. 여명의 눈동자. 모래 시계. 하얀 거탑. 대왕세종 정도.
허준은 동의보감을 읽었던 관성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그저 그랬고 큰 아이의 채근으로 보기 시작했던 대장금은 그보다는 조금 나은 편. 베토벤 바이러스는 본격 음악 드라마라는 주장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중간은 그럭저럭 하더니 뒷부분의 이야기가 아주 산으로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황당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모래시계와 하얀 거탑. 그리고 약간 허술했지만 대왕세종.


지금은 챙겨 볼 드라마도 없고 사실은 드라마 자체가 그다지 큰 관심거리는 아니다. 
위의 것들 중에 처음부터 작정하고 챙겨 본 드라마는 하나도 없고 '재미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중간 쯤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 대부분이고 보다가 뒷심이 빠져서 중동무이 한 것도 있으니 뭐, 식구들이 비난했듯이 나는 참 재미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챙겨 보는 게 거의 없다.
밥상 앞에 앉아서 되는대로 채널 돌리다보면 꼭 하나 둘씩 얻어 걸리는 1박2일이나 NCIS(이거 뜻밖에 참 재미있다. 캐릭터들이 다 살아 있지) 외에는 아직 그다지 챙겨 보고싶은 게 없다.
사는 게 드라마틱 하지 않으므로 해서 모쪼록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드라마 하나 쯤은 챙겨 보고싶다.
얼추 이만큼 살아오다보니 살아가는 즐거움이 반드시 심오하거나 고상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더라. 꿩 잡는 게 매라는 이야기지. 바라건대, 멜로건 사극이건 스릴러건 상관 없으니 부디 구질구질하게 쥐어 짜고 비틀고 하지 말고 조금은 선 굵고 반듯한 드라마 한 두개쯤 보면서 살자. 즐거운 것을 기다리는 것은 엔돌핀이다.
당신들이 만드는 것이 어떤 분야이건 상관 없이 머리를 삶으면 귀는 절로 익는 법이다. 제발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그놈의 귀때기만 붙들고 이리 저리 비틀지는 마시고.







나는 조금 독한 담배를 좋아했었다.
들척지근한 향이 들어있는 담배를 혐오했고 가늘고 긴 담배 역시 혐오했다.

환희, 은하수, 88, 디스...
내가 좋아했던 국산담배 목록이다. 담배 값 순위로 보면 얼추 2등 아니면 3등...
1 등 짜리는 너무 싱겁거나 얄궂은 향 때문에 싫어했다. 

어째서 순수한 담배 그것만으로는 고급 담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일까?

어쨌든 삼십년간 애연가였지만 그 테두리를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는 간혹 말보로 레드를 좋아했다. 말보로 레드는 아주 간이 잘 맞아 썩 마음에 드는 담배였다.


그렇다고 아주 독한 독초를 좋아한 것도 아니어서 일전에 골초 중의 골초였던 어느 지인에게 얻어 피워 봤던,
유럽 선원들이 피우는 아주 귀한 담배라면서 몇 가치 피워 본 필터도 없는 지땅 이라는 프랑스 담배는 과연 사내중의 사내들인 선원다운 분위기가 없지 않아서 꽤나 단순하고 거친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컥컥 맵기만 해서 좀 거시기했었고, 꽤 비싸다는 쿠바제 시가도 몇 번 물어봤지만 독하기만 했지 별 매력은 없었다.
소싯적에는 겉멋에 떠서 빨뿌리 담배도 시도를 해봤었지만 그도 귀찮고 신통찮아 던져버렸으니 아마도 나는 애연가이기는 하되 근사하고 낭만적인 로맨티스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물한 살 무렵에 피워 물기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담배가 싫어지고 담배를 피고 있는 내 자신이 지겨워져서 이제 필 만큼 피웠으니 인자는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뭘 해. 생각과는 달리 담배는 과연 참 끊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고 이 핑계 저 핑계 서너 달 뭉기적거리다가 어쩌다 집안에 생각지도 못한 우환이 생기는 바람에 그걸 빌미로 그냥 작심하고 싹둑 끊어버린 셈이지.
한동안 금단증상으로 애를 먹기도 했지만 삼십년 끽연력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간 셈이라고 생각한다.


엊그제 누이동생의 가족이 휴가차 잠시 다녀갔는데 매제가 피는 담배 갑을 열어 슬쩍 생담배 냄새를 맡아보니 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련한 향이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강렬하지는 않아서 별로 걱정은 아니되고.
끊을 때도 꼭 끊지 못하면 어떠리라는 절대 절명이 없어 그런지 오히려 못 이기고 다시 피게 되면 어쩌나 하는 근심도 없어 부담이 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첫 한 달 남짓 금단증상을 제외하고는 아주 수월하게 지났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성공한 셈이지만.


단, 건강을 위한 금연이라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가 싫은 것이,
담배를 끊으면서 늘어 난 체중이 족히 5, 6Kg는 넘는데 이 살을 빼기가 참 만만찮다는 이야기다. 솔직한 심정으로 담배와 늘어난 체중,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내게 더 해로운 것인지는 판단 보류다.
뭐 그렇다고 허릿 살을 빼기 위해서 일껏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 물 생각은 없으니 그것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데 좀 우스운 것이,
요즘도 아주 가끔 담배에 관한 꿈을 꾸는데, 언젠가는 말보로 한 갑을 사 들고 들어 온 꿈을 꾸었다.
그 말보로는 하드케이스가 아닌 종이 껍데기였고 조금 구겨져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꿈속에서도 주머니 속의 담배를 꺼내서 베개 위에 던지면서,

'왜 등신같이 유혹에 못 이겨 담배를 샀을까'
 
그리 책망한 것으로 보면
그래도 금연에 대한 강박은 어느 만큼은 있었던 것 같다.
뭐 그리 대단한 한탄은 아니었고 가볍게 그저 그랬다는 정도였지만.
기억에 그 꿈속에서 그 담배를 한가치 피워 물었던 것 같기도 한데 잠을 깨어 생각해보니 뭐 그리 유혹을 못 이겨 전전긍긍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이런 젠장, 낫살이나 먹어서 뭔 개꿈만 꿔 대는 거냐, 거 참 아리송하고. 그것 또한 뭐 매사가 그렇듯이 그저 그러다 말았지.


시방도 뭔 일거리 꼬여버리거나 잘 안 풀리면,
혹은 무척 속상한 일이 생기거나 갑자기 헛심이 들거나 하면,
그래서 언뜻 담배 한가치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어제 매제가 피는 담배 냄새를 맡아보고는 내 금연 일기도 한 번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래 전에 써 두었던 걸 꺼내서 각색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체물?
내사 워낙에 곰팡내 나는 구닥다리다보니 그것마저도 가장 고전적인 흡연 대체제 은단이올시다.
일제로 알고 있는 카올을 좋아했었는데 인자는 너무 독해서 싫고 그냥 약방에 가서 은단 주슈 하면 꺼내 주는 삼천 원짜리 정력은단이면 그만이지 뭘.
......그렇다고 해서 딱이 정력하고는 별로 상관은 없는 듯 하니 그다지 눈 크게 뜰 일은 아닌 듯 하고. 뭐, 인삼 냄새는 좀 나드만.


뭐 어차피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담배를 끊었고,
끊은 지가 사년이 넘었으니 얼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담배를 버리면서 얻은 체중은 담배보다 버리기가 더 힘이 든다는 이야기이며,
다만, 궁리가 궁할 때는 아직도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이,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담배는 십년을 끊어도 장담을 못한다든지,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일생 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주 근거 없지는 않겠더라는 생각이다.

기념으로,
한 때 드나들던 인터넷 동네에서 내가 참 좋아했던 감각을 가졌던, 

껍데기라는 필명을 쓰던 이가 담배를 예찬했던 말도 하나 남겨 놓자.



君子三辯

소슬 비 오는 초저녁 처마 밑에서 슈퍼마켓표 의자 걸치고
길게 연기 뿜으며 보던 뿌연 하늘.

쨍쨍한 날 지열 그득한 논밭에서 들풀, 잡초 일구다 땀 절인 코팅 면장갑 벗고
소나무 그늘 막걸리 한 사발에 곁들인 한모금의 담배.

술 취한 날 놀이터 유아용 그네 타다 양말에 흙 튀고 모래 성겨
뭐 원망하며 하늘대고 쏘듯 내뱉는 그 연기.  

-
껍데기



담배를 버리면서 살아가는 낙 중의 하나도 같이 버렸다는 이야기지.
오늘 낮에 누이동생 가족이랑 점심을 먹으면서 했던 농담처럼,
수 년 전에 도진 위장병으로 인자는 술도 무섭고 담배도 끊었으니 머리만 깎으면 나는 중이다....
장욱진 선생의 말씀을 흉내 낸 뭐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어거지이든지.



양촌리 출신 장관이 작품을 하나 만든 모양이다.
원체 연기자나 가수들에 열광해 본 적도 없고 그 사람들의 본색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그냥저냥 매끔하게 생긴 얼굴에 더러 교양프로그램에 나와서 대본 들고 제법 건전하게 한마디씩 해쌓길래
앗따 그냥반, 이름도 뭐 있어보이게 그럴싸 하더니 머리도 꽤나 있나보다 그러고 말았지.

그러다가 한 이삼년 전쯤인가
무슨 TV 프로그램에서 무슨 국토 순례를 한다고 배낭 매고 나와서는 한 마디 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느닷없는 애국심 멘트를 늘어놓길래 얼추 짐작이 가데.

 
하여간에 그 때 느낀 것이, 아하, 이 사람, 이미지하고는 참 마이 다른 사람이구나. 
별로 관심이 안 가는 연기자여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랄 것도 없었지만, 

그렇지. 늘 보던 사람도 가까이 겪어보면 모르던 얼굴이 보이는데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그런데 뜬금없이 국토 순례는 왜 하지?......

그러고 난 뒤 얼마 안 있어서 연예란이 아닌 정치 사회면에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덜커덕 한 자리 차지하시드만. 
꼭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걸 보고는 그 때 그 국토 순례를 보면서 느꼈던 의아함이 얼추 해소가 되는 듯 해서 그냥 혼자 피식 웃고 말았던 적이 있었네만.
 
여하튼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잘 생긴 배우 장관이 이번에는 회심의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한늬우스라는 구닥다리 문화의 부활에는 흥미가 있다는 말씀이지. 
안그래도 요즘 들어서 유소년기의 향수에 못이겨 이런저런 기억들을 더듬어 보고 있는 차에 아주 거국적으로 나랏돈 들여서 그 때 그 시절의 문화적 향수를 자극해 주겠다는 데야 고마운 일이고 말고.
다만 대한늬우스의 부활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속이 빤히 보이다못해서 요새 말로 손발이 다 오그라 드는 삼류 꽁트를 기획했다는 것이 기가 막힐 따름이지.

하도 떠들어 쌓길래 궁금해서 찾아봤지. 홍보가 아니라 코메디라길래. 

.......


'덮어놓고 사다보면 그으지꼴을 못면한다'는 11번가 광고가 백배쯤 더 재미있다. 
대한늬우스가 코메디가 아니라 그런 걸로 환심을 사 보겠다는 발상이 코메디라니까.
2009년의 민도를 너무 알로 봐도 너무 낮춰봤다. 물 갖고 장난 치기 전에 주변 참모들 물갈이나 좀 하지 그랬냐고.
.......이거 오래 가면 애먼 개그맨 애들 한 둘 잡을 수도 있겠는데.       



추신/
호흡이 짧아서 그래.
그 놈의 사대강인지 오대강인지를 홍보를 하고싶어서 목구멍에서 손이 올라 오더라도
그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 냈다면 일단은 한 숨 고르고 난 뒤에 좀 더 호흡을 길게. 
차후에야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일단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꺼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진짜 '코메디'를 선물했더라면 모르긴 해도 훗발이 꽤 괜찮았을걸? 그런 서비스 정신으로 한 일년 쯤 끌고 갔더라면 말이지.

아, 
인제는 늦었지. 만회하려고 발사숭을 해봤자 이미 간 다 봤네. 긔네 아니네 굳이 애 쓸 것 없다니까.


   


白丈禪師는 一日不事면 一日不食이라는 계율을 만들고 지킨 선사이다.
어느 날 선사가 밭에 나가 제자들과 일을 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한 제자가 큰 소리로 웃더니 손을 털고 절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선사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장하다! 저 놈이 드디어 진리의 문에 들었구나.’


그날 저녁 선사는 그 제자를 불러 물었다.


“제자야 너는 어떤 도리를 깨쳤길래 그렇게 크게 웃었더냐?”

“.......저는 일을 하던 중 배가 고파 참을 수가 없었는데 그때 마침 밥을 먹으라는 북소리를 듣고 신이 나서 웃었습니다. 그래서 절에 돌아와 밥을 먹었을 뿐입니다.“

선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
덕망 높은 선사도 때때로 헛다리를 짚는 모양이다.
나같은 불한당이 그 스승이었다면 속으로 생각하기는 뭘 생각해,
손 털고 일어서는 놈을 그 자리에서 붙잡아서는, 이런 싹수 없는 놈, 일 안하고 어딜 내빼냐...... 대번에 패대기를 쳐버리지.

남의 속내를 짐작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며 선문답이라는 것이 갑남을녀, 장삼이사가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뜻도 되겠다.
또한, 때때로 선문답이랍시는 글들을 보노라면 그 뜻이 필요 이상으로 심오한 데가 있다.
그렇지.
말 그대로 참 심오하기는 한데, 거기에서 나는 참 궁금한 것이 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은 고사하고 지가 하는 말 뜻이라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아예 둘 다 제 생각만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남보기에는 그럴싸하게 도통한 시늉만 하고 있든지.

내가 눈 앞에 놓인 밥그릇밖에 못보는 잡놈이라 그런지도 몰라.
아니면 밥그릇 포장하는 기술이 모자라든지.
뭐 어쨌든 바람 먼지 자욱한 이 사바세계에서는 그 놈의 아리송한 선문답은 안봤으면 해서 말이지.
사람이 사람이다보니 살다보면 서로 꼬이기도 하고 뒤틀리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언성 높이고 삿대질 할 때도 있지. 더러 툭탁거리기도 하고.
그런 때 뒷구멍에 슬그머니 고개 내 밀고는 뭔가 있음직해 보이되
실은 밥도 아니고 막걸리도 아닌 소릴 툭 던져놓고
저 혼자 뒷짐 지고 먼산 보는 사람이 있지.
옆에서 보자하면 참 거시기 하다.


평소에 패싸움은 개싸움이라 치부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것보다는 차라리 좀 시끄럽더라도 멱살잡이가 낫다.
개새끼 소새끼 눈탱이 밤탱이가 돼도 최소한 사람 냄새는 나거든.
꼭 할 말이 없거나 내공이 딸린다면 입 닥치고 조용히 있어주면 그것으로 좋을 때도 많아.
거룩하거나, 혹은 심오한 선문답은 도사들끼리만 했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
아니면 이 좋은 봄날에 절구경이라도 가서 먼 산 보고 하든지.
국어학자 여러분들 케케묵은 사이시옷 하나 찾아내신다고 고생 진땅 하셨습니다.
월급 받아먹고 일안한다 소리 들으까봐서 애 많이 쓰시는구만.

연전에는 무우가 길다고 싹둑 짤라 무로 만들어놓더니  
짜장면 불어터질까봐 자장면으로 바꿔놓고.. 큰 일 한다 큰 일 해..
말은 괴물이 돼서 살아 날뛰는데 글은 화석이 돼가는구나.

거, 만장하신 박사 여러분들,
장맛비 궁리할 시간 있거든 '틀리다'와 '다르다'가 다른지 틀린지 그거나 바로 붙들어매노면 좋겠구만.
또 있네.
일을 않했는지 안했는지 그것도 좀 살펴 보든지 말든지.
어이가 없는 건지 어의가 없는 건지 그런 것도 좀 챙겨 보고 말이지...  


씰데읍는 시비나 걸어쌓는 걸 보니 일 없냐고요?
우요일이라 빈둥빈둥 테레비를 보자하니
그놈의 '장맛비' 써놓고 억지로 발음하시느라고 쎄가 빠지길래 백줴 깝깝쯩이 나서 그러요. 머, 뜰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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