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안잡혀서 병원 응급실에 간 우리집 꼬맹이.
그 옆 침대에 누워 손등에 링겔을 꽂고 있던 어느 할머니 가족.
뭔 일인지 심사가 사나운 할머니/
썩을녀러 손. 밥 좀 사오라캤드마 배도 안고픈데 뭔 밥을 벌써 묵냐고
지 배애지가 부르마 넘 배고픈 중도 모린다.(아마도 조금 전에 응급실을 슬그머니 빠져나간 할아버지를 말하는 듯)
일생 저란다. 야아야 나가서 머라도 좀 사오이라.
며느린지 딸인지 나가서 밥 사옴.
여전히 심통이 난 할머니/
간호원! 이거 안 빼주나. 이거를 빼 조야 밥을 묵지.
며느린지 딸인지/
어머이. 고마 그래 묵으소. 밥 묵는다꼬 그거를 또 빼고 꼽고 그라것나.
할머니/
이래 가꼬 밥을 우째 묵노. 아나 봐라 간호원!! 이거 좀 빼 주라카이!!!
예의 바른 간호사1/
할머니, 이거는 이러쿵 저러쿵 그래서 꽂고 계셔야 합니다. 꽂은 채로 그냥 밥 드시면 돼요.
할머니/
이거를 이래가꼬 밥을 무라꼬!!! 손목대기에다가 줄로 칭칭 감고 이래 우찌 밥을 묵으라꼬!! 줄을 빼야 밥을 묵지!!
예의 바른 간호사1/
그냥 드셔도 아무 상관 없으니까 앉아서 식사하세요.
신경질 난 할머니/
그랑께 이거를 밥 물때까지마 좀 빼도라카이. 손에다가 줄을 감고 밥을 우째 무그라꼬!!
멀찌기서 보고있던 예쁘장하고 야무지게 생긴 간호사2 쪼르르 잰 걸음으로 와서/
할매! 그거는 빼모 안된다. 안 빼고 묵어도 안 죽는다. 자꾸 떠들지 말고 고마 무라!!
갑자기 기 죽은 할머니/
운냐. 알았다.
너무 웃겨서 입만 딱 벌리고 소리도 못내고 뒤집어 지는 며느린지 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