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정리를 하다 버리려했던 사진을 만지다가 얻은 그림.
반영을 뒤집어서 채도를 빼버렸다.
내 눈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내가 싫어라 하던 시각적으로 불편한 그림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 자신과는 교감이 되는 그림이지만, 하지만 역시 내가 노려서 얻은 그림이 아니라는 것.


제조사 PENTAX Corporation
모델명 PENTAX K10D       
소프트웨어 andoWKS15..........
수정날짜 2009:06:09 09:29:16
셔터스피드 1/800 초
조리개 F4.0
노출모드 Aperture priority
ISO 감도 100
Exif 버젼 "0221"
촬영날짜 2009:05:21 16:31:34
노출보정 EV 0.00
측광모드 MultiSegment
플래시 Off, surpressed
초점거리 29.00 mm
색공간 sRGB
화이트 밸런스 Manual
35mm환산 초점거리 43.00 mm
콘트라스트 Hard
채도 Low
샤프니스 Normal
Macro Distant view
이미지 크기 1476528462 x 268568624


DA16-45





간혹 지나치는 국도변의 휴게실.
그다지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상호나 그림의 구성이 영락없는 60년대식이다.
그런 저런 연유로해서 어쨌거나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싶은 곳 중의 하나.
혹시라도 저 간판 귀퉁이의 그림처럼 근사하게 생긴 처자가 무료한 초여름 한 낮
목이 빠져라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으니까.

최백호의 노래처럼 궂은 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 취해서 
더우기나 저렇게 입만 열면 하트가 쏟아져 나오는 못견디게 사랑스러운 처자와 함께라면 말이지.



참 구시대스럽기는 하지만 그 깊은 정취가 그다지 살아나지 않는 얄팍해 보이는 그림에다가
윗쪽의 오고파 아가씨에 비해서 그다지 색시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나름의 기품도 느껴지지 않고...
게다가 좀 사나워보이기까지 하잖아? 잘 있다가 수 틀리면 홱 틀어질 것 같은 그런...
맞아. 내 타입이 아니야...

하지만 요즘 세상에 어디가서 또 저런 쨍한 이전개업 현수막을 볼 수 있으랴 싶어서 일단은 낙점.
그래도 굳이 읍내의 정다방까지 저 아가씨를 만나러 가고싶은 생각은 그다지 열심이지 않아서
정 다방의 긴머리 아가씨는 다음에 신속 배달로 만나기로 하고 일단은 패스.



얼마 전 부산 다녀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이제 막 사고가 난 듯 도로공사 무쏘에서 직원들이 막 뛰어내려서 차량 통제를 시작하던 참이었지요.
이른 아침이라 한적한 길에서 과속을 하다 졸았는지 차종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앞뒤로 완전히 깨져버린 차 바깥으로 튕겨져 나온 그 여자는 길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머리 쪽이 많이 손상되어 아마도 그 자리에서 죽은 듯 했습니다.

도로공사 직원의 경광봉 지시에 따라 갓길 쪽으로 돌아서 서행을 하는데 그 시신은 일 차선에 부서진 차체들과 뒤엉켜서 머리를 분리대 쪽으로 향하고 엎드린 자세였습니다. 머리 쪽으로는 거의 형체를 분간할 수 없었고 옷 아래쪽으로 맨발인 채로 던져진 하얀 종아리가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어리둥절 고개를 빼고 보려는 것을 황급히 제지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뒷자리에 있던 큰 아이는 결국 보고 말았는지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 사람도 뭔가 바쁜 일로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을 텐데 하늘에 매인 명이 무엇이길래 저렇듯 허망하게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하는지, 사고현장의 처참함도 그랬지만 사람이 그런 시각에 그런 모습으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뭔 쓸모없는 잡념이 며칠간 꽤 많았습니다.

몇 년 사이에 내 주변으로 부쩍 죽음이 많아집니다.
사고무친 우리 식구가 어머니처럼 의지하던 앞집 할머니가 훌쩍 세상 버리고 가셨고
팔자 기구한 큰 누님의 외아들 서른두 살 조카 놈은 뇌종양으로 불의에 쓰러져 두 해를 못 넘기고 세상을 떴습니다.지인의 돌배기 어린 딸은 세상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떠났습니다.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마음에 이른 아침 고속도로에서 낯모르는 이의 죽음까지 목격을 하고 보니 심사가 몹시 편찮았습니다.

오십이면 지천명이라는데 이게 대체 하늘이 내린 수명을 짐작한다는 것인지 또한 그리하여서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글자 그대로 그 어떤 하늘의 명을 알아듣는다는 말인지,
그렇다면 하늘의 명이라는 것이 대체 사람의 생명과 운명을 좌우하는 절대의 힘 말고 또 다른 어떤 무엇이 있는지, 쉰이라는 나이가 바야흐로 그러한 무거운 명제들을 충분히 감당하고 삭일 수 있는 대단한 나이라는 건지..

누군가의 말처럼 나이에 맞는 치레를 하는 것인지, 그 나이 치레가 그런 것인지는 나도 이렇다 할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만 지천명이 내가 여태 알고 있던 그런 뜻에 다름 아니라면 나는 아직 지천명을 받들어 모실 그릇이 못되는 모양입니다. 불혹도 버리고 지천명을 받들어야할 지경에 아직 세상에 대한 의혹도 다 버리지 못해 전전긍긍이지요.
그릇이 그 모양이다 보니 살다가 수틀리면 하늘에다 대고 말뚝질도 서슴치 않는 잡종입니다만 이러 저러이 허망하게 꺾이는 목숨들을 보자 하니 대고 먹이는 감자에도 힘이 빠집니다.

생각이 많습니다.
술에 물 탄 듯 흐리멍덩하게 수삼 년을 살다가
요새 들어 별별 잡념에 온갖 상상까지 다 하고 꿈자리까지 뒤숭숭한 것이 아주 개떡 같습니다.
자다 깬 땡중이 붙들고 놓지 못하는 화두처럼 세월이 내게 왔다가는 것인지 내가 세월 속에 왔다 가는 것인지 어리둥절한 생각만 어수선합니다.




아마도 내가 알기로는 가장 경제적인 형태의 상업 간판.
제작시 공간과 무게, 크기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유지 보수 또한 매우 간편한 바,
건물의 흥망과 그 수명을 같이 하는...

포항시 청하면 청하 5일장터
깨진 유리문 안을 들여다보면
온갖 잡동사니들이 먼지를 두껍게 뒤집어 쓴 채로 방치 되어있는 걸로 봐서 이미 오래 전에 폐업 한 듯.
점포는 사라져도 간판은 남아있음. 마땅히 재조명 받아야 할 매우 매력적인 광고 형태...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 못잊어 횟집 간판.
현존하는 횟집.

다만 지금은 이 담벼락은 매우 현대적(?)인 노랑 페인트로 말끔히 도색되고 말았음.
개인적으로,
그런 야만적인 도색행위는 극력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함.
대체 이런 기가 막힌 문화의 흔적을 왜 지우냔 말이지.


유명무실.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보다는 조금 진화한 구호.
남몰래 고민 말고 자수하여 광명 찾자는 개인용.
그럼 이건 가족 친지용.
한 때 백주 대로의 괴물이었던 무소부재의 그것. 격세지감.




7번 국도 진입로에서 창수에서 영해로 넘어 오는 918번 지방도를 내려다보면서 본 일몰.
이것 역시 이맘 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림이다.

한 달에 한 번 외출하는 큰 놈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다.
멀리 떨어진 기숙사에 아이를 혼자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좀 그렇다.
삼 년 가까이 반복 해 오는 일이다. 이제 반년 남짓이면 이 일도 차츰 기억 속으로 잦아 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놈이 다시 집에서 같이 지지고 볶고 부대낄 날도 그리 많지 않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진학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큰 놈은 이제 집을 떠난 셈인지. 그런 저런 생각으로 늘 생각이 많은 길이다. 918번 지방도.




졸음 운전은 무섭다.
큰 아이를 데리러 가던 중 졸음에 못이겨서 선바위 공원 앞 길 가의 쉼터에다 차를 세웠다.
간혹 시간이 맞는 주말이면 기숙사에 있는 큰 아이를 불러 내서 도시락을 먹던 곳이다.
졸음을 쫓기 위해서는 아예 의자를 젖히고 한 숨 자든지, 아니면 재미있는 장난감을 갖고 놀면 된다.
경험상,
간혹, 감당할 수 없이 화가 난다든지 하는 경우에도 졸음은 잘 깨지만
안전 운전이나 만수무강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권장할 일은 못된다.

오월에 무슨 단풍이 드냐고?
싹이 날 때부터 빨간 잎으로 나는 저런 수종이 있다는 건 나도 안다. 그림이 닝닝해서 그냥 제목을 그리 붙여 본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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