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해를 봤다.
푸른 색의 하늘도 오래간만이다.
이삼월은 내내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 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어제는 폭설. 여기저기 교통 대란에 휴교...
날씨가 따뜻한 덕에 한나절 해프닝으로 그쳐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게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 陽光...
띵띵 얼어있던 운동장이 녹았다.
봄은 원래 좀 질척하다.

푸석한 뒷뜰에 새싹도 돋았다.

하늘

양지 바른 곳은 제법 수북하다.

무너진 울타리 곁의 산수유. 어쩐지 물빠진 듯 조금 흐리다.

봄을 기다리는 꽃밭.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한시적이지만 환경이 다소 바뀌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몸과 마음이 부대끼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익숙해지면 더 나아지겠지.

나도 숨 쉬고싶다. 


비 오는 날이면 누구나 다 찍는다는 사진.
그렇더라도 비 오는 날이면 또 이런 사진을 만들고 싶지.
우연히 내다 본 창 밖의 풍경일 수도 있고
유리창의 물자국. 비가 만들어 주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펜타곤 30/3.5


1.
아버지 꿈을 꾸었다.
전후의 줄거리야 가닥도 잡히지 않는 개꿈이지만 무엇인지 나와 대립해 있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쏘아붙인 기억은 또렷하다.

'고만 좀 하시지. 
돌아 서 있어도 등이 따가와서 아버지가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를 알것소.'

아버지가 세상을 뜬지도 벌써 십오년이다.
아직까지도 드문드문 꿈에 나타나는 아버지는 거의 예외 없이 내게 친절하지 않다.
이런 꿈을 꾸고나면 아내에게 아버지의 꿈을 꾸었노라고 말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말하지 않는다.
말 해봤자 '아이고 지겨워라 이제 좀 그만 할 때도 되지않았느냐'는 타박만 돌아오니까.
뭔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 하도 긴 세월이라 애 엄마도 지겨운가보다. 그래서 인자는 고만 혼자 삼키고 만다. 
내게는 아버지가 트라우마인 모양이다.

맨정신에야 뭐 이제는 딱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탓을 하거나 원망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잠재된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꿈에 발현이 되는 모양인데, 난들 그걸 어쩔 수가 있나.  

2.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밥을 먹던 큰 아이의 말이다.
'유정이는 오빠가 싫다던데.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 그랬어.'
작은 아이의 말이다. 유정이는 제 오빠에게 맨날 쥐어박히는 작은 아이의 동무다. 

뭔 실없는 이야기가 몇 마디 오가는 중에
'나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
농 반 진 반으로 불쑥 말했더니 애들 둘과 애 엄마까지 합세해서 아빠는 서울 할머니가 있지않냐고 일제히 타박이다.
머쓱해서 웃고 말았다.

나는 '엄마'를 이야기 한 거라니까. 서울 할머니는 서류상의 '어머니'일 뿐이고. 아니, 오히려 서류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그 '어머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버지의 妻였던 사람일 뿐. 
언뜻, 
그게 지금 내가 안고있는 안팎 곱사등이 노릇의 뿌리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아빠의 얼굴에 분칠한 가짜 엄마. 혹은 기형의 엄마. 
그래봤자 세월은 다 갔다.

3.
서울의 어머니가 분가를 할 모양이다. 
아들이 사는 집에서 어머니가 분가를 하는 모양새가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지만 몇 년 동안을 아들 눈치 며느리 눈치에 부평초처럼 딸네 집 동생네 집 아들네 집으로 떠돌이로 살던 노인네 입장에서는 그 중 쓸만한 생각이다.
전화 했던 부산의 여동생에게 잘 생각했고, 애 많이 썼노라고 치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보니 이것 저것 공연한 생각이 많다.  
가도 가도 평행선.
마음을 열지 않는 가족들에게 혈연이라는 관계는 부담일까 아니면 보험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장식일까.  



 


느릿느릿 시작하던 감기가 한 열흘 되더니 슬그머니 몸살까지 간다.
머리는 무겁고 으슬으슬 추운데다가 콧물 재채기 기침...
며칠 전 부터는 후각 세포가 기절을 해버렸는지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다. 당연히 음식이 맛이 없다.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서 바깥 나들이를 못하겠더란 이야기다.
갱신이 귀찮아지니 맨 자리 보전하고 누워서 시난고난... 
정신 좀 차리자 싶어서 공연히 주변에 있는 구닥다리들을 챙겨 보기로했다.

그럴듯하게 이름하여 아날로그 :Analog : 미국식으로는 애널러그. 영국식으로는 애널로그.
/연속적으로 변하는 물리량. 혹은 상사체(相似體, 相似形) .....  짐작이 갈듯 말듯 도무지 무슨 말인지 요령부득. 

좌우지간에 내게 있어서 아날로그란 물건의 방식이거나 물건이다. 쉽게 말하면 구닥다리. 혹은 고물.  

말 그대로 아날로그. 렌코 L75.
세상에 나온지 족히 삼십년은 더 되었을 아이들러 방식의 고물.
그래도 여태 써 본 것들 중 가장 깊은 소리를 만들어 주는 물건. 
아이들러인데도 럼블이 잡히지 않는 신통한 놈. 다만 고무가 경화되었는지 스타트가 느려서 고민 중.
데논 D103과 록산 코러스 두 개를 꼬마 방문객들의 해작질에 날려 먹고는 이제는 고만 번개표 슈어 55로 귀화.
아이고, 인자는 이만 하면 됐지 뭐.     

이건 아마도 사십년은 더 되었을 듯. 스코트 7591 PP. 아마도 극장용?
수삼년 전에 퀵실버 KT88 모노블록에서 다운그레이드 이후로 장수 중.
탄노이3838은 그럭저럭 울려주지만 마루에 있는 AR4X를 만나면 볼륨을 웬만큼 올려도 더 이상 오도가도 못하는 약골. 저능률 밀폐형한테는 꼼짝을 못한다.
그러게 힘이 좀 부족하고 지나치게 온순한 게 흠이지만 이것 역시도 이제는 별 불만이 없다.
불만도 없지만 사실은 이제는 크게 관심이 안 간다.... 잡음 없이 소리만 나면 된다는 거지.
초단관의 스펙도 모르고 여태 듣고 있는 걸 보면 바야흐로 득음? 아니면 아주 거렁뱅이 신선이 돼 가는 걸까? @@...

탄노이 3838과 저역을 잘라버린 그룬디히 풀레인지.
통은 사제 알텍용을 강제 귀화... 내부 공명 방지용으로 이불 솜 한 채씩...
싸 보이는 외장을 콩기름으로 그럴싸하게 위장..
딱이 귓 속을 파고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지간 한 놈들은 그다지 눈에 들지 않을만큼의 제 자리를 지켜주는 괜찮은 놈. 이것 또한 나이는 한 삼십년 족히 먹었을 고물.  


4륜은 4륜이되 4륜 구동을 위해서는 뻰찌 들고 앞바퀴의 허브를 비틀어야하는  명실상부한 아날로그.
4,5년 전쯤 차를 끌고 온 후로 아직까지 한 번도 세차를 안 해 줬다는(사실은 별로 세차를 하고싶은 마음이 들지않는...) 전설(?)을 간직한, 그래도 기특하게도 큰 고장 없이 여태 잘 구불러댕기는 듬직한 고물. 
혹한기만 되면 수시로 방전에다 연료 경화로 아침마다 끌끌거리는 것이 고민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포항 시내의 카메라 샵에서 우연히 눌러 본 셔터의 감촉을 뿌리치지 못하고 궁리 끝에 따로 구한 니콘 F3.
내구성이며 기계적인 정확도는 차지하고서라도 정말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그 말초적인(!) 셔터감이라니!!
지금은 흑백 필름을 물고 앉아서 가뭄에 콩 나듯이 출사 중... 필름은 도대체 언제 빼냐.......
펜탁스와 마운트가 호환되지 않으니 당연히 렌즈 구성이 중복이다.... 다만 조만간에 m42 어댑터를 구해서 기존 렌즈를 공유하면 그럭저럭...

한 이십년 보듬고 있던 곰팡이 자욱한 캐논 AE1을 갖다주고 바꿔 온 펜탁스 MX.
배터리가 없어도 노출계를 제외한 전 기능이 작동 가능한 이 놈은 상시용이면서 비상용이다.
유사시의 보험이기도 하고...

야시카 일렉트로 GX.
이건 순전히 인터넷의 예제 사진을 보고 그 느낌에 현혹돼서 충동구매한 물건.
잘만 길들이면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사진을 뽑아 주리라는 희망 품고있는..... 아직까지는 품고만 있는  구닥다리.  


챙겨보니 뭐 오갈 데 없는 구닥다리 고물 인생이구만 뭘.
좀 더 챙겨보면 구석구석 뭔 먼지 뒤집어 쓴 고물들이 좀 더 나올 것 같기는 한데 오늘은 이까지만.
책상에 한참 앉아있다보니 허리도 쑤시고 머리도 지끈지끈...
약이나 뭐 그런 걸로 쓱싹 없어지지 않는 걸 보면 혹시 감기몸살도 아날로그인지...
해 질 무렵의 구계항.
무료하게 지나가는 주말이 답답해서 무턱대고 나섰다가
별 신통한 구도도 찾지 못하고 신간스런 찬바람에 시달리기만 하다가 그냥 들어왔다.

///
도무지 촛점 잡기도 힘들고 생긴 모양도 정 안들던 쇳덩어리.
저질 시력으로는 판독도 잘 안되던 깨알보다 작은 조리개 숫자에 뻑뻑한 조리개 링.

까딱했으면 일찌감치 장터에 매물로 나갔었을 목성이 이제는 조금 손에 익는다.
목성과 같이 손에 잘 안 잡히고 구불러 다니는 렌즈 몇 개를 묶어서 장터에 내놓으려다가
이런저런 바쁜 일들에 쫓겨서 미뤄 왔던 덕에 지금은 그럭저럭 대충 자리를 잡고 앉은 셈이지.

그러게 뭐니뭐니해도 렌즈가 수중에 오래 남아있으려면 모양이며 스펙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결과물이라야 하는데
이 놈은 생긴 것도 수류탄인데다가 어쩌다 개방으로 찍어보면 부옇게 떠 버린 그림.
이건 뭔 쓰지도 못할 2.0... 순 사기꾼 로스케들 같으니...
거기다가 조금만 삐끗하면 촛점 나가버리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나한테는 참 까다로운 놈이다.
그나마 그럭저럭 화각에 조금씩 적응도 하고 초점도 나아지기는 했는데 늘 만만찮기는 여전하다.



2010년 1월 19일 영덕 오일장.
날씨가 너무 좋아서 혼자 다니기 아까웠음.

적당한 포커스 아웃은 대부분의 피사체를 아름답게 상상하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


물 좋은 물미역. 물미역은 스치기만 해도 갯내음이 확 끼쳐야한다.
명태 코다리 팔던 아주머니는 잠시 한가한 틈에 커피 한 잔!

생선 가게.
햇빛이 투과 되어서 예쁘게 보이지만 동족의 입장에서 보면 참 거시기한 풍경이겠다.
그러게 뭐니 어쩌니 해도 사람만큼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끔찍하게 잔인한 종족도 없는 셈이다.

처형(?) 당한 건어물 아래로 바삐 오가는 세상의 엄마들.
뭐, 별 수 있나. 목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는 먹고 살자는 거지. 먹고 살되, 될 수 있으면 맛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새우.


아직 숨이 붙어서 다리를 꿈틀거리던 홍게.
뒷배경이 너무 많이 날아가버렸다. 조리개 불량.


K135/2.5


조사리 마을 앞에서 바라 본 영일만.
МИР 37mm F2.8
조사리 방파제 풍경도 좋았고 꽤 높은 파도도 좋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렌즈 바꿔 끼우기 싫었음.
그래서 그냥 끼워져있던 37미리 하나로 개도 잡고 닭도 잡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