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호의 삼나무 그림같은 길을 걷는다
누군가 사라졌고
거기서 새벽길까지 걸어야 한다

소가 죽었다
달구지 곁에는 죽은 소보다 더 살기등등한 사내들이
손에 손에 새벽같이 푸른 칼을 들고
지극히 안타까운 일들은 신작로의 자갈처럼 불거진다

버스를 탄다
대책 없는 문제를 골몰하듯이 나는 멀리 떠나는 버스를 탄다
사라진 누군가는 보이지 않고 거리는 아둑시니같이 고요한데
무반주 첼로 조곡이 빠른 템포로 새벽의 시퍼런 거리를 황급히 지나가면
누렇게 뜬 골목길 봉창
약에 찌든 쳇 베이커는 시름시름 죽어 가고 
넋 나간 싸구려 여가수는 숨이 넘어 갈 듯 자지러진다

my funny valentine...
you make me smile..... with my hmmmmmmm.......................

산발을 하고 거리를 헤메는  my funny valentine

맨발로 아스팔트를 걷는다
허황한 내 공간은 지붕이 없고 지붕이 없는 방에서의 황망함이란
만족과 위안을 가장한 사람들만 내 자리에 가득하다

죽은 연인을 그리는 노래
오래 전에 이미 죽어버린 오래 된 연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먼 곳에서 아이 우는 소리
죽은 어미의 시신 곁에서 우는 아이의 주린 배를 위한 달콤한 웨딩 케익

야산 마루에 걸린 살 찐 그믐달
다시 새벽길까지 캄캄하게 눈 감은 산
더러 푸르게 고요히 누운 사람들의 눈은 빛나고
다시 죽은 소 곁으로 그 달구지 바퀴에 기대어서.



어제 큰 바람에 새도 날개짓이 겨워 나뭇가지를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서너 집 건너 휘청이는 감나무 가지만 한사코 붙들고 대숲 앞의 제 둥지로 거슬러가지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린채 세찬 바람에 깃털만 부대끼고 있었다

이런 날이면 태어났던 곳으로 되돌아가기도 저만큼 힘들까
바람에 마음만 다 날려 보내고 바람 설거지 핑계 삼아 우두커니 마당에 서서 쑥대머리로 그 바람 다 맞던 날



머지않아 모두들 죽어 갈 것이다
그릇들은 새 것들로 차 오르고, 그러나 낡은 것들의 자리는 헐어 없어질 것이다
묵은 것이 자취도 없이 소멸되어 공황된 중에도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때로는 비를 뿌릴 것이며 그 이후의 모든 삶에도 따뜻한 바람을 휘감을 것이다

입춘도 지나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날쌔게 나르는 물새들

내 떠난 뒤에도 물새들은 날아 오를 것이고 백로는 강 가운데서 무심히 고기를 쪼을 것이다. 



시골길을 달리는 완행 버스에서 흘린 한 자락 구성진 유행가도
이 세상 어디엔가 꽃 피울 마음으로 채워진 꽃씨도
땅 속에 묻힌 벌레 한 마리도

죽어 있다 살아나고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진부한 이야기들도
아차, 놓쳐버린 약속의 순간도

부릅 뜬 생명도
썩어가는 육신의 사실도

우주의 섭리
신의 이야기
있어도 좋고 거짓이라도 좋은
순간순간 새벽의 등불처럼 꺼져 가는 말 할 수 없는 망각도
역사 앞에 홀연히 줄 지어 서는 아름다운 사실


1.
내 발은 비상의 발목을 붙드는 치욕이었다.

2.
그것이 이름이라면 나를 새라고 부르지 마라
나는 나르면서 잠 들수 없다.

3.
인적 없는 기슭에 몸은 썩어 흙이 되고
마른 잎 검불 사이에 깃털만 남았다
일생 바람 타고 날았어도 흔적은 땅 위에 남았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동의 합니까
당신은 오늘 밤 술 한 잔 하자는데 찬성입니까
아릿다운 찻집 아가씨
그대는 내가 커피를 주문하는데 이의 없습니까

오늘부터 내가 민주주의를 하겠다는데
만장하신 장내에 혹시 반대 하시는 분 있으십니까?




바람도 없이
고물 장수 가위 소리에 위태로운 흰 목련

봄 날은 길기도 해라
인적 없는 골목 담장 위에는
불에 덴 듯
제 풀에 희뜩 놀라는 새 들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없는 정오 쯤
빈 골목 따라 자고 있던 바람이 한 차례 먼지를 쓸고
목련은
늘어진 꽃잎 하나를 놓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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