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낯 선 도시다.
차고 매운 소주 몇 잔으로,
그 잔 속에 말아 마셔버린 단념과 낙심으로,
간절한 정욕으로 함께 부대끼던 어두운 골목길이다.   


오래 전 내 속에 죽어 수십번 썩어 문드러지고, 육탈하고,

또 썩고, 또 다시 썩어 문드러지던,

그래도 뼈를 남겨 늙은 나를 지탱하는 지독한 연인아

지금 듣고 있는가. 이 흔해 빠진 추억을.

그 지긋지긋한 통속함에 오늘은 내 그대에게 한 잔 따르지. 깊고 큰 잔으로.


그리하여 잔 들어 그 날을 기념하자. 그리고 오늘 밤은 같이 죽자.

내일 아침,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리는 숙취와 상실감으로 잠시 그대를 잊더라도
오늘 밤은 비로소 같이 죽자.

아무 딴 생각 없이 그냥 칵 죽어버리자니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