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현장이지 드라마가 아니다.

국화 꽃 몇 송이 배경에 깔아놓고

넋 나간 사람들 슬로비디오로 드라마 찍지 말라는 말이다.

음악은 그런 곳에 쓰라는 물건이 아니야

이 얄팍한 싸구려 개자식들아.


윗 글과 같이 아주 불량한 글을 게시판에 쓰게 된 개인적인 심사를 풀어내고 싶어졌습니다.


몇 년 전에 씨랜드라는 곳에서 어린 애기들이 참혹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매스컴이란 매스컴은 거의 씨랜드라는 이름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는데 이 사람들이 그 와중에 무슨 시청률 경쟁을 하자는 것인지 별별 쑈를 다하다가 급기야는 그 잿더미로 변한 아비규환의 현장을 느린 화면으로 천천히 훑어가면서 배경에 제 딴에는 아주 슬프디 슬픈 음악을 깔아 두었더랬습니다.


나도 음악을 끔찍하게 좋아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날 그 화면에 배경으로 깔린 음악은 나도 자주 듣고 좋아하던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아주 역겹게 느꼈었습니다. 그러다가 잿더미 속에 뒹굴고 있는 색깔 고운 김밥을 보는 순간 오만 갖가지 상상과 영상과 그 음악이 순간적으로 한꺼번에 겹쳐지면서 정말 토할 뻔 했습니다. 평소에도 꼴같잖은 영상에 그럴 듯하게 포장용으로 깔아두는 음악은 혐오했었습니다만 그날 그게 마침 그렇게 된 거겠지요.

그래봤자 뭐 거룩하고 숭고한 뭔가를 가진 사상가도 아니고 깡촌에 처박혀 사는 어릿한 촌놈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눈과 귀를 의심하고 싶은 참사 현장에 얼렁뚱땅 음악 깔아서 드라마 짓고 앉았을 생각 밖에 못하는 싸구려 미디어들을 보면 거의 살의가 느껴질 만큼 기분이 더러워집니다.


게다가 그 사람들의 그런 감각은 싸구려일 뿐만 아니라 머리도 아주 나쁜 것으로 짐작 되는 것이,
대체 지극한 슬픔을 그따위 인위적인 배경 음악으로 연출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주제에도 벗어나고 뭐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정말 지극한 슬픔은 적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음악으로 대체 될 수 있는 슬픔은 제아무리 슬픈 음악이라도 최소한 그 슬픔의 심연에는 접근하지 못한다는 고집을 갖고도 있습니다.


굳이 화면에 잡힌 슬픔을 최대한으로 효과 있게 나타내야겠다면 참혹한 현장과 남은 유족들의 피 말리는 오열을 담담하게, 마이크에 잡힌 소리들만 내보내든지, 오히려 차라리 모든 소리를 지워버린 채로 천천히 보여준다면 그 막막한 절망의 느낌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을 것이고 말도 안 되는 배경음악이나 선곡하느라 쓸데없는 머리 굴리고 있는 경쟁 방송사들과는 한결 차별화 된 격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지요. 그러게 어째서 세월이 이렇게 흘러도 똑 같은 사건에 똑 같은 사후 약방문에 똑 같은 수준의 배경음악이 반복 되는 거냐는 말입니다.


안팎으로 궂은 일이 겹쳐서 김에 좀 휩쓸렸나 봅니다.

난데없이 화를 버럭버럭 내서 송구스럽기도 하고 뭐 잘났다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냐고 핀잔을 들을까 눈치도 보입니다만 아무튼 그놈의 배경음악도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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