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듣노라면
안개가 멋들어지게 휘감고 지나가는 아일랜드의 삐딱한 초원은 사라지고 시뻘겋게 갈라터진 아프리카의 황무지가 나타난다.
솜털이 뽀송뽀송한, 까만딱지도 몇 개 앉은 동화 속의 아일랜드 목동은 사라지고
기계충 먹은 머리통에 파리 몇 마리 달고 앙상한 가슴팍에 풍선처럼 부른 배.... 먼지투성이에 눈꼽 낀 아프리카의 깜둥이 소년이 생각난다.

웅성웅성 객석에 소란스럽던 희멀건 양키들도 쥐죽은 듯 자지러지고
지그시 눈 감은 벨라폰테는 그 때쯤 바작바작 타 들어가는 아프리카의 하늘 아래 서 있었을까.
하마도 졸고 코끼리도 지겨운 그 뜨거운 아프리카의 말라 비틀어진 초원에 그렇게 서 있었을까.

사자에 뜯긴 얼룩말의 시체 위에 잉잉 쉬파리처럼
강바닥도 타들어가는 가뭄에 제 허물처럼 말라 비틀어진 배암의 시체처럼
지겹게 뜨겁기만 한 아프리카의 사나운 평원 한 귀퉁이에 배고파 징징 우는 그 못난 깜둥이 아이처럼 그렇게 서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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