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여름이었는데
끝 없는 휴일에
비 한 방울 내리지않고
쓸다 말다 황토 길 누런 먼지만 자욱 일었는데

무슨 재미 있었는지
아무 재미도 없었는지
하얀 꽃 상여 햇빛 속에 눈 부시고

가물가물 높기만 하던 하늘
바람도 없이 하얗게 달아오르던
그날은 여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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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상여가 나가던 날의 기억이다.
나는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한여름 그 뜨겁던 날에 짚 앞길에 세워진 트럭에 얹혀 있던 하얀 상여와 굴건 제복의 군상들만 남아있을 뿐, 그 이전과 이후의 모든 기억이 잘려 나간 것 처럼 이 날의 기억만 도드라지게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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