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도리 벗은 사내 아이
후다닥 뛰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뒤돌아보고 기웃거리다 달려 가버리고

아이 따라 느릿느릿 길 건너는 살찐 개 한 마리 너머로
어디론지 멀리 달아나는 국도

서리 맞아 주저앉은 배추밭은 뭐 하러 지키노
삭은 철조망에 걸쳐 늘어진 겨울 오후 네 시 반

다 식은 햇살 위로 낯 선 곳의 낯 선 조용함
길 보다 낮은 구멍 가게 지붕 위로 키 보다 길게 그림자가 자라나면
풀썩 무너지는 바람

때로는 나도 시린 하늘을 가로지르는 철새 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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