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골 이발소는 신신이용원입니다.
서너평 되는 홀에 이발소 의자 세 개 놓고 직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반백머리 올백한 남편이 이발하고 오목조목 수더분한 아지매가 세발합니다.
수돗물 찰랑찰랑 시멘트 물덤벙에 구멍 열 개짜리 플라스틱 물조리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 흔한 순간 온수기 아직도 안 쓰고 여직 솥에 불 피워서 물 데웁니다.
빨랫비누로 두 번 감고 샴푸로 한 번 감겨 줍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닥닥닥닥 면도칼 벼르는 가죽 피대도 달려 있었습니다.
요새는 없어져서 조금 서운하지만 가죽 피대 없어도 면도 날은 잘 듭니다.
북적북적 비누거품 수삼년 된 두컵짜리 신문지 잘라서 어깨에 턱! 올려놓고
성인 조발에 면도하고 스팀타올까지 9천원에 모십니다.
도끼다시 바닥에 3인용 고물 쇼파
만화책 열댓권에 신문은 중앙일보.
이 칠 장날 줄 잘 못서면 앉을 자리도 없습니다.
그래도 여름에는 에어컨 나오고 겨울에는 히타 나옵니다.
이발 하고 세발 하고 머리 털고나면 담배 한가치 줍니다.
얄부리 비싼 담배 에쎄 한가치 줍니다.
두달만에 이발 가서 이 참에 담배 끊었다니까
아이고 서애임 대단하니더. 끊을 수만 있다면 끊어야지요. 나도 당최 안끊어져서.
덥은데 이양 가실라능교.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더.
아니, 아니, 대답 들으나마나 아지매는 얼른 드가서 달디 단 진한 커피 한 잔 푸르르 끓여 나옵니다.
집에는 시원치요. 서애임 집은 산 밑에 동네라 밤에는 시원할끼라요.
우리집은 시내 아스팔트 길에 세멘 집이라 밤새 선풍기 돌아가니더. 엊그제 농장에 갔다가 밤에 산기운이 을매나 선하든지. 시골 노인들 촌에 살다가 도회지 아들네 가면 이양 세상 베리는 기 다 뜻이 있디더. 암만 돈 많다고 에어컨 바람 씌아서 졸끼 머 있능교. 나도 요새는 선풍기 바람에도 삭신이 시리서.
면도하느라 누워야 보이는 엽서 넉장만한 새 그림 물어보니
저 그림 말인교. 우리 아아가 그린기라요.
어려서 그리는 재주가 있더니 대학도 미대를 가고.
딸자랑 늘어지면 부리부리 눈초리가 가물가물 가늘어집니다.
지 잘 살면 됐지요. 나도 이짓 을매나 더하겠능교. 얼릉얼릉 키와서 시집 보내고 묵고 살 걱정 없거등 고만 접어야지요. 그래도 아직은 손이 안떨린께.
나보다 두어살 윗줄에 얼굴도 두툼하고
손도 두껍고 팔뚝도 두껍고 하다 못해 눈두덩도 두껍은 이발소 사나이
언제나 싱글싱글 그 얼굴이 그 얼굴 화 내는 꼴을 못보는데
반백이라 희끗한 저 머리만 아니면 제법 동안이라 대엿살은 족히 아래로 보겠는데
세상에 염색은 꿈도 안꾸는지 저 희끗한 머리는 언제나 길지도 짧지도 않게 꼭 그만큼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혹 이덕화처럼 대머리에 가발인가. 설운도도 글타더라.
행여나 만에 하나 그래보이지는 않더라마는 가발도 반백가발이 어디 있기는 있는지
만약에 가발이 아니라 제 머리라면 허구헌날 반질반질 올백 머리
아니, 중도 제 머리 못깎는다는데 중머리도 아닌 하이칼라 저 머리는 대체 뉘가 깎아주노.
새까만 파마머리 아지매가 깎아주나?
그것 참, 생각을 두다보니 벼라별 게 다 궁금타요.
내사 궁금커나 말거나 제 머리 제 알아서 깎든지 말든지. 참 별일도 다 있어.
신신 이용원
2007. 8. 18.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