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신을 경배하며 바하를 연주하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하늘의 천사들은 모여서 모짜르트를 노래할 것이 틀림 없다.‘
‘길고 긴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모짜르트의 음표 서너개가 주는 감동이 더 크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내게는 모짜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밖에 주시지를 않으셨나이까.’
......그리하여.........
‘나이가 들 수록 시도 때도 없이 모짜르트가 좋아지더라.’
‘궁극에는 모짜르트에 이르리라.’
‘모짜르트, 그 천진함에 눈물이 난다.’
‘나이가 들 수록 시도 때도 없이 모짜르트가 좋아지더라.’
‘음악은 모짜르트에서 시작해서 결국엔 모짜르트로 돌아온다.’
모짜르트 모짜르트 모짜르트 모짜르트 모짜르트 모짜르트 모짜르트 모짜르트........
...........
내노라는 연주가들이며 평론가등등,
음악 꽤나 긁어댔거나 들었다는 할배들이 방덕모자에 빨뿌리 물고 끄덕끄덕 하는 말씀이십니다.
앞집 뒷집 영감 할마이 할 것 없이 나이가 들 수록 시도 때도 없이 모짜르트가 좋아진답니다.
그것 참.
알다가도 모를 말씀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참 마음에 안드는 말씀입니다.
어째 사람이 덜되어 그런지 아니면 그 빵떡모자 할배들만큼 근사하게 늙지를 못해 그런지 나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모짜르트가 그리 썩 눈물겹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의례 그래야만한다는 우격다짐으로까지 눈치뵈이는 모짜르트 예찬론을 듣다보면,
-아니, 그렇다면 모짜르트가 그리 사무치지 않는 나는 쎄가 빠지게 반평생 음악을 들어왔거나 말거나 얼추 좀 모지래는 반편이나 팔푼이란 말씀이지? 이런 떠그럴!
-아니면 대충 낫살이나 먹을만큼 먹었으면 의무적으로 모짜르트를 좋아하든지 아니면 대세를 거스르지 말고 대충 모짜르트에 경도되는 척이라도 하란 말씀이지? 염병!
아니, 그렇다고해서 헤블러 아줌마가 연주한 변주곡집이나 하스킬 할매의 소나타 등속조차도 그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짜르트라서 심취한다기보다는 헤블러라서, 하스킬이기때문에, 굴드니까, 그래서 귀 기울여 듣는다는 혐의가 훨씬 더 짙을 뿐이긴 합니다만.
난들 제아무리 먹통 귀를 가진 잡배라 한들 그 선율이나 화성의 아름다움조차 모르겠습니까? 일찌기 하스킬과 그루미오의 소나타 듀오를 두고 어느 지인은 건반과 현의 넘나듦이 하도 오묘하고 절묘함에 거의 섹스를 방불케한다는 표현을 한 바 있고 나 또한 그 사람의 그 썩어 문드러질만큼 짙은 감성에 무릎을 치고 탄복한 적이 있을만큼 공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모짜르트는 왜 내게 그 이상의 사무침을 허락하지 않는가.
고적한 밤이면 습관처럼 꺼내 듣는 바하만큼,
낙심한 날, 반술에 취해 억장으로 무너져내리던 브람스만큼,
격정으로 휩쓸려 눈 감고 한숨 쉬던 브루흐만큼, 그리 절절히 젖어오지를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
이몸의 성품이 고결하지를 못해 그런가.
잡배라서 그런가.
베토벤. 아.. 과연 베토벤이지요.
흔해빠진, 상투적이다못해 읍내 오일장 좌판에서 울려퍼지는 뽕짝 메들리에서도 더러 떨이로 팔아제끼는 그놈의 베토벤은 이제 어지간히 지겨워질만도 한데 까까머리때 처음으로 카라얀의 땡판으로 얼떨떨 음악 세례를 받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곁을 내 주지않던, 내게는 이미 절실함을 떠나 그 이름만으로도 귀에 딱지가 앉아버린 베토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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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잘났습니다. 어쩌자고 하나같이 B란 말이냐고요.
요한 세바스찬 B하.
루드비히 반 B토벤.
요한네스 B람스.
막스 B루흐.
그러게. 또 모르지요. 모짜르트도 볼프강 아마데우스 B짜르트였다면 나도 일찌감치 모짜르트로 돌아왔을까요? 뭐, 그래 보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도 알파벳 대문자 하나에 목숨걸고 작두타는 박수무당은 아닌가봅니다만.... 벤자민 브리튼, 안톤 브루크너 처럼 같은 B짜 항렬이라도 썩 탐탁찮은 위인들도 없지않으니 말씀입니다.
브리튼은 내사 질겁을 하는 근대 이후의 난해음악 작가이므로 일단 제껴놓고서라도 더러더러 종교적이며 숭고하며 경건하기가 그 짝을 찾기 어렵다는 그놈의 브루크너 교향곡에 적셔볼라고 어느 한 때 기를 쓰고 그 길고 긴 교향곡을 생짜로 붙들고 씨름을 해봤으나 B짜 돌림이라 어딘가에 분명히 내 속살과 맞아떨어지는 주파수가 있으리라 지레짐작으로 덤볐던 기대와는 달리 단 한곡도 맨살을 만져보지 못하고 나가 떨어져버린 가슴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뭐 어쨌든. 나는 지긋한 나이가 되면 그 체온이 저절로 느껴진다는 모짜르트를 아직 근접하지 못했으니, 그렇다면 내가 아직 파릇파릇하여 지긋한 나이가 아니든지, 아니면 지긋한 나이인데도 나이값을 제대로 못한 얼치기 광팔이인지 그건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안다고해도 굳이 그걸 여기서 밝혀서 얼굴 값을 바겐세일하고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요. 하지만 여전히 내심 찜찜하고 뒤숭숭한 것은 사실입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바하가 더 좋아진다든지 늙어가면서 베토벤을 재조명하는 재미로 산다든지 브람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침잠하여 적셔볼만한 거시기라든지 브루흐의 감성에 눈물짓지 못하는 순간 청춘은 끝장이라는 둥의 그럴싸한 말씀들은 아니 들리고 어째서 주최측의 농간도 아니면서 하나같이 내 마음에는 별로 안드는 모짜르트만 찬송하고 있냐는 말씀이란 말이지요...
그래 뭐, 아무튼 좋습니다.
그대들이 끝끝내 그놈의 천진하고 순진무구한 모짜르트를 찬송하거나 말거나 나는 내 아름다운 청년시절부터 초지일관 나를 길러 온 저 아름다운 B씨 들에게 감사하며 오늘 밤도 변함없이 경배드리려 함이니, 바하의 그 끝모를 심연의 깊이라든지 베토벤의 퀴퀴한 살냄새에 브람스의 무젖은 청승. 곁다리로 끼어든 브루흐까지 그 누구라도 내 생각에 찬동하여 한다리 담궈보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이불 속 구들장 내어드리고 말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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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 기왕에 그리 될려거든 내 혈액형마저 우연히 'B'였다면 얼마나 근사할 뻔했을까요?
그렇게만 됐더라면야... 유시유종, 시종일관, 수미상관, ..........
뭐 어쨌든 그럴싸하게 아구가 딱 맞아떨어지지않았겠냐고요. 그렇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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