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포항 출발

09:30 고한역 도착

그러게 왜 먹지도 않는 아침밥은 먹겠노라고 안하던 짓을... 예상보다 날이 좋아서(?) 꽤 뜨거운 볕에 뱃속은 더부룩, 초반 컨디션이 아주 바닥이다. 처음부터 긴 오르막이라는 생각에 겁먹은 거지.  멍청하게 무턱대고 밥을 먹을 게 아니라 뱃속을 비운채로 당만 보충하고 가볍게 출발했어야 했다. 어쨌든 기껏 골라 찾아 간 식당은 실패. 그러니 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고를 일은 아니다. 밥은 정말 맛이 없었고 주인 영감의 불친절에 기분까지 잡쳤음. 콧구녕만 한 식당에서 혼자 온 손님이라고 홀대거기다가 나는 집밥 같은 밥을 원했는데 이보시오 영감님 그래도 이건 너무 집밥이잖아. (이 날 여기서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밥이 어떤 의미인지를 비로소 알았다. 대개 우리가 식당에서 기대하는 집밥 같은 밥은 형태는 집밥이되  맛과 간의 균형이 잘 잡힌 솜씨 좋은 손맛으로 지은, 심지어 깨끗하고 정갈한 밥과 반찬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식당의 밥은 정말 지나치게 집밥이었다. 저그 집에서 대충 차려먹는 집밥. 세상의 사장님 여러분, 조미료를 갖다 부어도 좋고 양념을 처발라도 좋으니 밥은 제발 좀 먹을만하게 만들어 달라고! 아침 부터 개 짜증이다.) 오죽하면 내가 밥을 남겼을까! (나는 잘 먹는다. 어지간만 하다면 집에서건 밖에서건 밥을 잘 안남긴다. 그렇게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먹는다.)
심지어 옆자리 손님 셋은 아침부터 술판 벌여놓고(소주 빈병이 벌써 여러병) 씨근거리며 떠들고 주인 영감은 손님 더 받기 싫다는 건지 사람들 밥 먹고 있는데 안에서 문걸어 잠그는 괴상한 짓까지. 세상에 하다하다 주인이 진상인 식당도 있네.
그런데 밥값 낼려고 보니 카드가 없어요.. 카드 지갑 안에는 잔액도 없는 체크카드만 덜렁. 설상가상. 아마도 어제 집앞 한강마트 갔다가 추리닝 바지 주머니에 넣어 놓은 듯.ㅜㅜ. 심지어 식탁에 앉았을 때 폰을 꺼냈더니 배터리 부족이네?. 이건 또 뭐야. (나중에 보니 자동차에 충전 케이블 불량. 엎친데 덮치고 자빠지고... ㅜㅜ)   

고한역에서 출발해서 만항재 정상까지 네비상으로 50분 나오길래 넉넉하게 1시간 잡았는데 폰 충전하느라 차 공회전 시켜놓고 몇십 분,  카메라 안 갖고 출발해서 다시 빠꾸, 좀처럼 컨디션이 오르지를 않아서 시간 지체로 또 몇십 분,  만항재 도착해 보니 1210분이었다. 예상대로라면 11시 전에 도착했어야 했다.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 곳곳에서 덜거덕 삐그덕. 

운탄고도 가세요?’ 친구들과 여럿이서 로드 타고 올라온 젊은 친구. 그렇다니까 부럽단다. 자기도 산악자전거로 한 번 탔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그러게 나도 재미있었으면 좋겠네. 그런데 나도 초행길이라 해 줄 말이 별로 없다오

조심하세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만나면 다들 하는 인사다. 자전거로 운동을 하다보면 더러 다치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런 인사는 진심이다. 산악보다는 로드가 사고는 크게 난다. 산악자전거가 자주 처박히고 넘어지고 많이 다칠 것 같지만 로드는 사고가 나면 무섭게 난다. 산악자전거는 산에서 속도가 나봤자지만 로드는 내리막에서 속도 붙으면 거의 5, 60이다. 그 정도 속도에서 낙차하는 순간 아스팔트에서 맨 몸으로 이 속도를 다 받아내야 한다. 꽤 오래 전 어느 해 겨울에 역시 자전거를 좋아하던 친구와 같이 로드 사이클로 장거리 라이딩을 하다가 친구가 낙차를 하면서 얼굴을 크게 다친 적이 있기도 하다. 거기다가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라서 자동차랑 엮이는 사고도 더러 생긴다. 그저 오버 페이스 하지 말고 조심조심 산악이나 로드나 다치지 않고 오래 타야지. 모든 운동이 다 그렇지만 자전거는 속도가 있어서 무섭다.

운탄고도는 예상보다 노면이 거칠다. 부분부분 낙차하면 데미지가 꽤 있을 것 같은 굵은 파쇄석들이 깔려 있는 구간도 많고 비가 많이 왔었는지 얕은 물골들도 있어서 내리막에서 속도가 붙으니 오히려 웬만한 싱글보다 좀 더 긴장된다. 그런 길에서는 가속도가 붙은 상태로 돌 하나 잘못 밟으면 그냥 슬립이니까. 경사각이 꽤 부담스러운 업힐도 중간중간 섞여 있다. 결국 화절령에서 체력 압박으로 잠시 멈춰서 사북으로 그만 내려갈까 갈등도 했다. 아니, 맨 다운힐이라 그러드만 가끔씩 섞여있는 업힐도 이거 꽤 만만찮구만? 평면 지도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복병처럼 나타나는  업 다운들.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포기하면 언제 다시 올라고 어쩌구 셀프 가스라이팅 시전....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맞아. 거기서 자존심 접고 중도 포기했어야 했어.

도롱이 연못 앞 개활지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화절령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체력보다는 시간이 더 문제였다. (시간 계산 오류는 중대한 문제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시간 계산을 한 거냐.) 오늘 만난 여러 명의 머피 중에 가장 큰 녀석이었다.

계획상으로는,

14:00 예미역 도착 소요시간 3시간 예정

14:56 기차로 고한역으로 출발

17:00쯤 차를 갖고 다시 예미역 도착해서 자전거 싣고 속초로 출발. 가는 길에 경로를 건의령 쪽으로 해서 해 지는 건의령을 그윽하게 감상하고 강릉에서 곰치국으로 저녁 먹고 속초로 갈 생각이었지. 하지만 그 때쯤 기차에 타고 있어야 할 나는 오후 네시가 넘도록 아직도 운탄고도 위에서 자전거로 죽어라 다운힐 중이었다.

사족:/새비재를 넘고 나서 계속되는 마지막 콘크리트 포장 길은 좀 별로였다. 차라리 비포장 임도면 재미라도 있지 브레이크를 놓아버릴 수도 없는 어정쩡한 급경사각의 어정쩡한 포장도로. 나중에는 이거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 길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함백역이라는 낯선 이정표. 내 계획에는 함백역이라는 지명이 없었는데? 왜 예미역은 안 나타나고 함백역이지? 어쨌든 운치 없고 무지막지한 다운힐 끝에 드디어 16:20분쯤 함백에 도착했다. 그리고 함백역을 찾았지만 정작 동네에는 함백역이라는 이정표는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도 모른단다. 이건 뭔 말이지?

-함백역은 어디로 가요?                                                                                                                                                         

 /길 건너 지나가는 학생(으로 보였음): 몰라요. 여기는 역 없어요.  (뭔 말이야, 오는 내내 본 이정표가 몇 갠데.)

-함백역은 어디로 가요?                                                                                                                                                           

/지나가는 아저씨: 아, 저는 여기 안 살지만 검색해 볼께요.(정말 친절한 사람.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색은 실패 )                                                  

-함백역은 어디로 가요?                                                                                                                                                           

/다리를 건너가던 할머니: 그기... 함백역은 인자는 역이 안 해요.. (^^. 할머니들의 화법은 재미있다.) 기차 탈라믄 저만치 내려가서 예미역으로 가야 돼요. 한 참 가야 돼요.

드디어 예미역이 등장했다. 그리고 함백역은 있었지만 지금은 폐역이 되었다는 것을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비로소 알았다. 그러나 마나 결국 플랜B였던 16:08분 기차도 놓쳤다. 예미역에서 고한역으로 가는 기차 시간표는.

12:22
14:56 플랜A
16:08 플랜B
21:51
다음 기차는 21:51  6시간 가까이 남았다. 나는 왜 이 다음 기차가 오후 여섯시쯤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런 낭패가 없다. 숙소까지는 언제 들어가나. 이대로라면 새벽 두세시가 돼서야 속초 도착이다. 멘탈이 바삭바삭 깨져 나간다.

버스는 없어요? 동네 가게에 물어봤더니  함백에서 고한가는 버스는 아침 시간에 하루 한 번. 이제 없다는데. 아니, 도대체.... 듣자하니 정선군에서는 예미리를 MTB마을로 조성해서 라이더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고 그렇게 지역 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어쩌고 그러드만 정작 와보니 문 닫고 영업도 안하는 썰렁한 MTB호스텔, 나 말고는 아무도 없던 자전거족, 버스도 없고 기차도 없고...
한 이삼십분 갖은 궁리를 하다가 별수 없다, 자전거로 꼬인 것은 자전거로 풀자. 결국 자전거로 고한 까지 되돌아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로는 30Km 자전거로는 2시간 쯤. 국도를 타고 우회할 생각이라 이미 체력이 바닥인 점을 감안해서 예상 시간 2시간 반을 잡았다. 흠, 늦어도 저녁 7시 8시 전후면 도착하겠군. 도대체 다음 기차가 밤 열시라는 게 말이야 방구야.

문제는 이미 좀 늦은 시간인데다가 남은 배터리가 30%라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불안한 상태. 도중에 배터리 나가면 20Kg쯤 되는 전기 산악자전거를 인력으로 밟고 가는 중노동 예약이다(...). 초반 10Km 가까운 오르막을 배터리 아낄려고 1단으로만 주행했다. 미련 곰탱이. 아마 이 때 그나마 남은 체력을 거의 소진해버린 것 같다. 체력과 배터리 잔량의 등가 교환이냐. 그나마 기 쎈 오르막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끌바로 걸었다. 그러니 예상보다 시간은 점점 지체되고 민둥산역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야간 라이딩은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라이트 안 챙김. 후미등도 없음. 믿을 건 바지 뒤쪽에 달린 야간 반사 띠 두 줄. 완전 스텔스 자전거로 깜깜한 국도를 달렸다. 특히 터널 안은 극한 체험이다.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는 거의 미사일 지나가는 소리처럼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터널을 빠져나오고 사북 가까이 쯤 왔을 때  자전거 배터리가 꺼졌다. 이제 망한거다. 20키로짜리 전기자전거는 동력이 끊어지자 천근만근이다. 자전거의 무게는 물론이고 체인으로 연결된 모터 기어까지 순전히 다리 힘으로 돌려야 한다. 되로 받고 말로 내 주는 느낌.
그 와중에 꼬맹이한테 전화가 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꼬맹이 전화를 안 받을 수는 없지. 아빠 강원도 또 갔네? 자전거 타러 왔지롱. 뭐 어쩌고 잠깐 통화하다가 아빠 지금 자전거 타는 중이라 급한 일 아니면 좀 있다 전화하께’. 그리고 잠시 후에 폰 배터리 아웃. 애초에 출발 할 때 40% 충전이었으니 여태 버틴 것만도 다행이지. 아무튼 동력 끊기고 네비까지 먹통이다. 길 잃음. 두 번 잃음. 아니, 조금 전에 표지판에 고한까지  2Km 이드만 가도가도 끝이 없네. (이 때 사실 고한 시내로 간다는 것이 엉뚱한 방향의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것도 집에 돌아와서 지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낮이면 방향이라도 가늠이 되겠지만 해는 지고 깜깜한데 동서남북이 오리무중. 도무지 분간이 안 됨. 생판 처음 온 동네에서 제대로 멘탈 털리고. 탈진. 거기다가 길 물어본 택시기사는 뭔 길을 그 따위로 알려주냐..왼쪽 길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꺾었어야 했잖아!! 그 양반 운전하는 사람 맞나? 여하튼 배터리 나간 자전거를 맨다리로 밟으면서 네비도 없이 물어물어 간신히 밤 9:30분에 고한역 주차장에 삭은 미역 꼴로 기진맥진 도착. 헤이, 7, 8시면 도착하겠다더니? 내 고집과 무모함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차라리 혼자서 야간 등반을 하는 게 백번 낫지. ..........아니야, 그래도 21:51분 기차를 탔으면 아직 도착도 안했을 거야! (오늘 촬영한 본격 원 테이크 영화 정신승리. 후회는 없다내가 주인공이다.)

자전거를 차 뒤에 달고 운전석에 앉는데 온몸의 감각이 어색하다. 늘 앉던 운전석이 뭔가 불편해서 의자를 앞으로 당기고 등받이도 세워 보고... 하루 종일 거의 열 시간을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있어서 그런가 보다. 손 발 허리 어깨 목은 물론이고 엉덩이는 거의 짓무를 지경이다. 저녁으로 곰치국을 먹겠다고? 배가 고파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태백에서 동해로 넘어가 동해시를 지나는 어느 길목에서 초코바 두 개를 샀다. 곰치국은 어딜 가고 초코바 두 개라니... .ㅜ  하지만 이제는 고속도로에 올라서 차로 달리기만 하면 되지. 얼추 시간을 보니 자정 전에는 도착하겠구만. 역시 그 막차를 안타기를 잘했어. ....@..@

그리고 아마도 동해에서 강릉 어느 사이쯤 되었을 듯. 운전 중에 언뜻 룸미러를 보는데, 어라? 자전거가 안 보이네? 후미형 캐리어라 항상 뒷유리 쪽이 가려져서 불편했는데 뒷유리가 훤하다. 오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쓸고 지나갔다. 만약 자전거를 어디엔가 흘려버렸다면, 그리고 혹시 오밤중에 다른 차가 길바닥에 떨어진 자전거를 못 피하고 사고라도 난다면.... 진짜 식은땀이 뭔지 알겠더라. 강릉 근처 어느 나들목 근처 갓길에 급히 차를 세우고 나가보니 세상에, 뒷바퀴를 묶은 벨트가 끊어져서 뒷바퀴가 캐리어 밑으로 빠지는 바람에 프레임을 잡고 있던 클립이 무게를 못이겨서 놓쳐버린 듯. 앞바퀴만 벨트에 묶여서 자전거는 차 뒤에 매달려서 질질 끌려오고 있었더라. -니가 무슨 헥토르냐. 한 일 이십 분쯤 그리 끌려 온 듯. 핸들 바 왼쪽이 그립 채로 갈려나가고 안장도 칼로 자른 듯이 갈려 나갔다. 뒷바퀴는 왼쪽 사이드블럭 깍두기가 다 닳아서 짝짝이가 되어있었다. 핸들바도 안장도  시속 100키로로 아스팔트 바닥에 갈면서 끌려왔으니 칼로 자른 듯 매끈하게 잘 갈렸더라. 심지어 안장은 가죽 리폼 한 뒤 첫 라이딩이었다고. 리폼한 보람도 없이 결국 장렬하게 전사 해버린 셀레 스트라토스... ㅜ.ㅜ (이 모든 사태 파악은 다음 날 아침 숙소 주차장에 내려가 보고서야 알게 됐음. 밤중에 자전거 올려 싣고 오기도 정신 없었다니까.) 자전거야 형편없이 상해버렸지만 그래도 앞바퀴 벨트라도 묶여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십년감수. 모골이 송연.

이 사태의 원흉. 끊어진 뒷바퀴쪽 고정 벨트
칼로 자른 듯 갈려나간 안장. 가죽 리폼 한지 며칠도 안됐는데. ㅜㅜ
역시 갈려 나간 왼쪽 그립. 핸들바도 5센치 정도 같이 갈려나갔다.
양쪽 비교. 오른쪽처럼 생긴 그립이었다.

되짚어 생각해보니 그 전에 차가 한 번 좀 다른 느낌으로 꿀렁거리기는 했었다. 그래도 설마 상상이나 했겠냐고. 단순히 길이 꿀렁거렸나보다 별생각 없이 계속 달렸는데 아마 그때 떨어진 게 아닐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찰차 하나가 번쩍번쩍 뒤에 와서 서더니 마이크로 뭐라고 떠들어 대는데 대충 들어보니 고속도로에서 서 있지 말고 나가서 정리하라는 말 같더라. 아니, 떨어진 자전거를 다시 올려야 나가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수습하고 있는 사람한테 뭔 씨도 안 먹힐 잔소리를. 신경질이 나서 개 소리 할 거면 그냥 갈 길 가라고 막 소리를 질렀는데 아마 안 들렸지 싶다. 문 닫고 앉아서 나와보지도 않더라니까. 그 정도면 순찰대가 그냥 야매로 순찰하는 거 아니냐?

아무튼 그렇게 생난리를 치고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늦었지만 맥주 한 캔과 와사비 아몬드로 오늘을 기념하고 곯아떨어져 버렸지........... 이걸 계획이라고 세운거냐? 나는 오늘부터 J가 아닌 거다. ㅜㅜ

자정쯤 도착했더니 호스텔 주인장은 이렇게 쪽지와 키만 남겨놨더라. .

그래 뭐, 그래도 살아서 돌아왔으니까.  다친 데 없이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비록 자전거는 망가졌지만 몸은 조금 피로할 뿐 무너진 곳은 없으니까. 안장이고 핸들바고 그립에 타이어에 또 어디가 어떻게 됐는 지는 아직 모르지만  단골 바이크 샵 사장님이 다 해결 해 줄테니까. 그래서 부서진 건 새로 갈아끼면 되니까. 그래서 나는 돈 만 좀 더 들면 되니까...  돈 만 .......... ㅜ.ㅜ  ...... 그래서 이딴 무용담을 자랑삼아 떠들고 있으니까.                   

그래 뭐, 사고 안났고 몸 안다쳤고 좀 놀라긴 했지만 그래 뭐, 끝이 좋으면 좋은 거지 뭐.

, 그래서 오늘 만난 머피는 모두 몇 명이었지? 그놈의 징글징글한 머피들은 어디 숨어있다 오늘 죄다 기어 나온 건지 입이 있으면 한 번 말해봐라. 여하튼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대단한 날이었다. 기념일로 지정해야지. 데이 오브 데이 오브 데이오브 데이....

(사족/ 편의점 맥주 가격 유감. 네 개를 사면 12000원인데 하나만 살라면 4500. 무슨 가격정책이 그 모양이야. 솔직히 네 캔을 안 살 수가 없잖아! 이건 아닌 척 하면서 거의 강매 수준... 맥주 과소비를 조장하는 편의점 가격정책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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