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강원도 여행 마지막 행선지로 꼽았다가 시간이 꼬여서 생략했던 곳. 칠곡 가실성당.  아침부터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좀 늦었더니 도착해서 보니 주차장에 차가 한가득이다. 미사 시간에 겹쳤나보다. 그런데 세상 황량한 동네에 뭐 이런 성당이 있다고? 찾아 들어오는 길이 하도 허전해서 진심 또 길 잘 못 들었나 하고 의심했었다..

당황스러웠던 가실 성당 입구 찾기. 시가지는 커녕 맨 농장에 물류 창고에 오가는 차도 거의 없어서 길을 잘못든 줄 알았다.
길에는 인적도 없고 도로 주변도 정돈되지 않아서 어수선했음

아무튼 미사 시간에 얼쩡거리기는 좀 눈치 보이니까 낙동강 자전거길을 먼저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는 걸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선물같았던 낙동강 풍경. 그리고 잘 만들어진 자전거 길. 입구 찾느라 한 이삼십분 쯤 헛걸음. 가실 성당에서 강변도로로 나와서 하류쪽으로 한 오십미터? 그 쯤에서 바로 합류할 수 있었는데 생각 없이 네비를 켰더니 상류쪽으로 한 시간을 가라네. 강이 뻔히 보이는데 자전거 길로 들어 갈 수가 없다니. 어떻게 다시 되돌아서 찾긴 했는데 이럴 때는 길 안내도 없고 참 난감하다. 

무슨 접안시설 같은데 뭔지 잘 모름. 아무튼 낙동강.

바로 그 앞의 쉼터에서 물 마시고 쉬었음.

반환점 칠곡 보. 말 많고 탈 많던 4대강 사업의 결과물. 그래서 괜히 한 번 흘겨보았는데 정작 현지 사람들은 공원 조성해 놓고 잘 즐기고 있는 듯 보여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꽤 넓은 잔디 공원에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애기들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바글바글.... 왕복 삼십여km를 아침 점심을 거른채로 달렸더니 체력도 좀 딸리고 라인을 타는 것도 서툴다. 오랜만에 나와서 그렇겠지 뭐. 낙동강 자전거 길에는 생각보다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다고 아주 없지도 않았다. 드문드문 이런 저런 라이더들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음. 전기 자전거로 유유자적 음악 들으면서 즐기던 사나이, 아저씨, 좀 시끄럽긴 했어요^^. 멋진 패션으로 혼자 스프린트하던 긴머리 아가씨. 헬멧이 불편한지 가다 서다 고쳐 쓰던 아주머니, 거의 선수급으로 스퍼트 하던 로드 사이클 친구들,  그래블 바이크에 커다란 가방을 양쪽으로 달고 종주 중인 듯 보이던 외국인 커플, 심지어 블레이드를 타고 나온 젊은 친구도 있었다. 미니 벨로 비슷한 자전거로 유쾌하게 안뇽하쎄요 인사하던 외국인 친구들도 있었고. 모쪼록 자전거는 자기 페이스대로 신나게. 도로에서건 산에서건 오버페이스만 안하면 돼.

라이딩을 마치고 다시 찾아 온 가실성당. 주차장의 차들이 거의 빠지고 없는 걸 보니 나이스 타이밍!

한 눈에 보아도 세월이 느껴진다. 어쩌면 세월을 버거워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음.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소박했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뒤편의 소소한 부속 건물들

이게 기도실이라고? 벌칙인가? ... @..@

신발을 벗고 들어오시오! 손으로 꼼꼼하게 몇 번 덧칠한 듯한 회색 페인트의 소박한 본당 정문. 손잡이도 반들반들 옛날 동글이 황동 손잡이다. 열쇠구멍도 있었음! 성당 정문마다 걸려있던 밧줄은 종을 칠 때 쓰는 줄이겠지?

미사가 끝나고 불도 꺼져서 차분히 가라앉은 참 좋았던 본당. 기도 하는 분이 있어서 조심스러웠지만 너무 좋았던 탓에 빈 손으로 그냥 나올 수는 없었다. 기도 중에 부시럭부시럭 죄송했습니다.  

그 와중에 노골적으로 기독교스러웠던 스테인드 글라스. 오래 된 성당에 좀 생뚱맞을 정도로 쨍한 색이었다.

안 가 본 곳은 없나? 곁눈질로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갑자기 웅성웅성 인산인해.... 

텅 비었던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네 대. 천주교 성지라더니 순례자들인가. 절묘한 타이밍으로 빠져나왔다. 하마터면 인파에 휩쓸려다닐 뻔. 조용하고 평화로운 가실 성당을 혼자 돌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

왜관 읍내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 들어가기 직전 입구에서 신호 걸린 김에 원경 하나.

옛 성당이란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꽤 기품있는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사방의 문들이 다 잠겨 있어서 내부는 볼 수 없었음. 낡은 문에 손잡이만 새것. 혹시나 빈 틈이 있나 기웃거려봐도 여기저기 출입문마다 그렇던데 아마도 출입을 못하게 잠궈놓기 위해 새로 설치한 듯. 내부 색유리 예쁘다고 자랑도 했드만 좀 열어놓지.... 

오래 묵은 건물들. 예쁘다.

새 건물. 말 그대로 수도원같아. 후드를 뒤집어 쓰고 헐렁하게 발목까지 내리닫이 검은 사제복을 입은 냉정한 얼굴의 과묵한 수도사같은 건물.

어느 친구가 여기서 소울 스테이를 했었노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1박 3식에 8만원, 미사 참석은 자율. 그냥 편안하게 머물다가 홀가분하게 떠나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괜찮아보이기는 한데 위치가 워낙에 시내 안쪽이라 좀 번잡한 느낌. 그다지 매력적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또 모르지. 어느 날에 갑자기 필이 온다면야...  밥도 맛있다는데!

나오는 길에 도리사를 다시 들렀다 갈까 갈등하다가 수도원 뜰에 나란히 앉아있던 분들의 권유로 들렀던 구상 문학관. 전부터 그다지 호감이 가지는 않는 시인이어서 조금 주저했었는데 오늘 역시도 그러했다. 문학관의 벽면과 배너로 전시 해 놓았다는 건 나름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굳이 이 시인의 눈을 빌려서 세상을 보고싶은 생각이 없다. 그럴싸한 어휘들을 모아 나열해놓은 문학 동호회의 아마추어 습작들과 뭐가 다른지를 모르겠다. 뭐, 순전히 내 마음이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르시다면 당신이 옳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