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1월쯤이었던가 외할아버지의 장례로 벽제 화장장을 갔던 적이 있었다.
장례식이라봐야 외할아버지는 내 장성하고서는 거의 왕래도 없었던데다가 101세로 한 세기를 살고 마감하셨으니 슬프고 섭섭하고 할 일도 없었고

그냥 좀 무료하고 지겨운 장례절차가 얼른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화장장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그 울음소리를 들었다.

아무런 준비된 슬픔도 없고 동기도 없는 내가 그 외마디 울음소리에 불시에 억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까닭없는 울음이 터질 듯해서 황급히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장례실의 젊은 엄마였고 영정은 네 다섯살 쯤 되어보이는 사내아이였다.

아마도 예식을 끝내고 시신을 화구 쪽으로 밀고가려던 참이었던 모양인데 그 엄마는 거의 실신지경으로 관이 놓인 수레에 매달려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외마디 울음소리를 질러내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생각만으로 눈물이 도는 몇 안되는 처참한 광경이었고 그 때를 기억하면서 글을 쓰는 지금도 역시 눈물이 난다.
세상의 어떤 아픔이나 슬픔이 그 사무치는 울음소리를 덮을 수 있을까. 아마도 없지 않을까.

사람의 세상에서 사람의 범위에 있는 한.
남의 장례식에 따라붙을 일도 아니었고 혹 그럴 염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울음소리의 충격으로 그만 얼이 빠져버렸었으니 그냥 멍하니 그 가족의 행렬를 잠시 지켜보고는 그것으로 그만이었었지만 너무 강렬했던 기억이라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그 장면이 각인이 되어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섣불리 장담 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출처: https://shaeong.tistory.com/339#rp [시대착오자의 古物箱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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