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에 객이 왔다.
묵은 된장같은 옛 친구 중의 하난데, 그나마 아직 안 죽고 살아있다고 삼 사년 만에 얼굴 디민거는 고맙다마는 그렇다고 이 염천에 처자식 거느리고 이박 삼일이 뭐냐. 너긋들은 한 이틀 즐거운 휴가지만 바닷가에 오막살이는 여름 내내 손님 설겆이에 물 마를 날이 없다.
게다가 예고없이 들이닥쳤다고 아내의 눈꼬리가 심상찮게 올라갔다.

아니, 얼추 늙어가는 차제에 그래도 옛 친구가 왔는데 말이야...
나도 섭섭한 김에 마주 보고 쌍심지를 올려 볼까 싶다가 나이가 벼슬이라 한 박자 늦춰 잡았다.
이 사람아, 사람이 찾을 때가 존 때니라 중얼중얼 대충 말 막음으로 덮어 놓고 얼렁뚱땅 넘어갔다. 입밖으로 꺼내다가 시비를 가려볼작시면 한 여름에 살얼음 끼지 싶어서. 그게 피아간에 도무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거지. 늙어서 좋아진 건 이런 요령밖에 없다.

아무튼지간에, 옛 친구랑 더불어 새벽 어판장에서 물괴기 사다가 회떠먹고 끓여먹고 튀겨먹고 ...
실컷 먹고 마시고 나서 심심도 하고 해서 가까운 공원에 올라가 어슬렁 거렸다.
한 잔 했겠다, 바닷바람은 살랑거리지, 밤하늘에 은하수는 흐리멍덩... 촌구석 공원에 처음 와본 된장같은 놈이 쭝얼쭝얼 한마디.

‘거.... 촌구석에 차도 많고 사람도 꽤 만쿠나’
‘........ ’
‘그럭저럭 대충 늙어가는 부부들이 어짜구....’
‘...... 부부가 아니니라’
‘...........?’
‘남녀가 앉은 거리를 보아하면 그 진위를 알 수 있거늘, 대저, 그 거리가 이격 없이 밀착되어 있음은 그들이 미혼 내지는 신혼이요, 그 사이에 어린 놈이 한 둘 낑겨 있으면 얼추 몇년 경과한 거시기 일진대... 중간에 어린 놈도 없이 늙수구리 중장년들이 이 염천에 끈적끈적 밀착 되어 있음을 보고도 그들이 대략 부적절한 관계임을 알아 채지 못하겠느냐. 니 같으며는 오늘 저녁같은 날씨에 니 마누래랑 딱 붙어서 여기저기 만지작거리고싶으냐?‘
‘올커니’
‘된장아, 다시 보아라... 세상은 아는만큼 보이나니.... ’
‘그리보니 그렇구나. 상호간에 페로몬을 양껏 발산하고 있구나’

된장이 센스는 없지 않아서 멋진 단어를 생각해 낸 덕분에 오랜만에 즐겁게 웃었다.

............
삼복의 열대야 그 끈적끈적한 바닷바람을 타고 발산하는 페로몬은 얼마만큼의 접착력을 갖고 있을까. 그리고 이제 한 고개를 넘어선 우리는 얼마만큼의 페로몬을 남겨놓고 있을까. 아니, 이런 날씨에 페로몬이 생산 되기는 될까.
게다가 만약에 누군가가 나를 향해 페로몬을 발산하고 있다면 나는 대체 그것을 알아차리고 답장 보낼 페로몬이나 갖고 있는 것일까. 된장은 가고 나 혼자 앉아서 그놈의 페로몬 찾느라고 뒤적뒤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