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1

아내는 중3 담임이다.
그런데 어제 뇌물을 받아왔더라. 모 고등학교에서 저그학교에 좋은 애들 좀 많이 보내달라고 주는 뇌물이다. 그 뇌물이 그 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습때 구운 빵이라더라.

작년에도 먹어봤지. 이거.... 중독된다.... 옆에 놔두면 종일 짤라먹게 된다.

엔간한 빵집들은 명함도 못내민다. 가히 파운드 케익의 종결자다. 
빵 옆에 거뭇거뭇한 가루 같은 것은 빵 누룽지다. 빵 중에 저 부분이 제일 맛있다.


빵2

국민학교 다닐무렵 나는 해질녘이면 남강다리 끝에 서서 퇴근하는 누나를 기다렸다.
집구석에 일찍 들어가봤자 좋은 일도 없고해서 그랬다.
짧은 겨울 해가 넘어가고 땅거미가 어둑할때쯤 칼바람에 꽁꽁 얼어서 시퍼렇게 동태가 되어 있노라면 누나는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종종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그 곁의 밀림제과점으로 나를 데려가서는 빵을 사주곤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난로 옆자리에 앉아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쏟아지는 졸음과
연탄 난로 위에서 펄펄 끓던 보리차와
그리고 접시에 담긴 고급빵 (제과점 빵을 그리 불렀었다.) 몇개는 천국보다 달콤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단팥빵과 노란 크림이 들어있는 반달빵을 제일 좋아한다.  제아무리 무슨빵 무슨빵 해싸도 그 빵이 아직도 제일 맛있다. 정말이다. 언젠가는 사과파이도 먹어볼 참이다. 그 시절 누나가 사주던 사과파이를 딱 한번 먹어봤는데 그 맛이 남아 있으려는지.



빵3

그 시절 이십원짜리 카스테라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쯤 돼야 하나씩 맛보는 카스테라였다. 눈곱도 떼지않은채로 비닐 봉지를 벗기고 ..... 처음에는 바닥에 붙은 종이도 같이 씹어 먹었다... 이런 제기랄, 빵에 종이는 왜 붙어있다는 말이냐.
...... 맹세코 처음 두세번만 그랬고 그 다음부터는 잘 벗겨 먹었다. 그리고 그 벗긴 종이는 구멍이 날때까지 이빨로 긁어 먹었다. 빵 누룽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 그런지 내 아이들도 날 닮아서 빵 누룽지를 좋아하더라.
하지만 나는, 카스테라며 파운드케익에 붙은 누룽지를 독점하는 어린놈들을 보면 간혹 슬프다. 빵 누룽지는 왜 어린 놈들만 먹어야 하냐고. 빵 누룽지 그거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서 내 허리둘레는 줄지를 않는 것이냐.

 

빵4

그래서 나는 빵을 보면 누군가가 생각난다.
카스테라에 붙은 누룽지 종이를 보면 지금은 안계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고 신나게 빵 누룽지를 긁어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또 아버지를 생각한다.

둥근 단팥빵이나 노란 크림의 반달빵을 보면 지금은 혼자 된 작은 누님이 생각 나고
칼바람 불던 남강다리 끄트머리가 생각나고
그 달콤한 빵을 녹이던 그 뜨겁던 보리차가 생각이 나고
그 보리차를 마시면서 가물가물 쏟아지던 졸음이 생각난다.

....
...내 허리 둘레는 정말 빵때매 줄지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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