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와 수시 지원 상의하러 학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도서관.
서고에서 책 뒤적거리던 중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하늘은 갑자기 컴컴해지고
열려있던 창으로 마구 튀어들어오는 빗물에 도서관 사서는 창문 닫느라고 허겁지겁.
나는... 그 틈에 슬쩍 한 컷.

삽시간에 홈통으로 물이 콸콸 쏟아지고.
닫힌 창문으로 둔해진 빗소리 때문에 어수선한 바깥 풍경은 무성영화가 돼버렸다.  
....
어쨌든 쾌적하고 조용한 건조한 실내에서 창 밖으로 소란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보는 건 공연히 기분 좋은 일이다.  

도서관을 나서서 굴다리 지나가다보니 굴다리 아래에 꼼짝없이 갇힌 꼬맹이들이 보인다.
자전거 끌고 나들이 나왔다가 오도가도 못하고 소나기에 붙잡힌 모양이다.
마침 애 엄마는 점포정리 파격세일 옷집에 갑자기 볼 일이 생기고
나도 갑자기 볼 일이 생각나서 얼른 굴다리로 되돌아왔다.
다행히도 꼬맹이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비는 언제 그치냐.
아이들은 집에 가고싶어 마음이 급하고 나는 비가 그칠까봐 마음이 급하다.


결국 더 기다리지 못하고 빗 속으로 나가는 아이들.

내가 좋아하는 대상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가 있어서 잠깐 행복했다.
비. 아이들.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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