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를 치우라고, 탁자 위를 좀 치우라고 잔소리 좀 고만 해.
뭔 장사 집 점포도 아니고 진열장 정리하듯 말끔하면 그게 뭔 사는 재미라고.
대충 밀어 놓기도 하고 우루루 쌓아 뒀다가 또 들고 나가기도 하고 뭐 그렇게 사는 거지

그냥 내 가진 것들 쳐다만 봐도 배가 부르니까
이것들 다 엇다 쓰는 거냐고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안 쓰는 것들 내다 버리자고 야금야금 밀고 들어오지도 말고
재 놓은 물건때매 방구들이 꺼져도 좋고 꺼진 방구들에서 귀신이 나와도 좋으니까 가만 좀 내비 둬.
삼대 구년 거들떠도 안보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듣고싶은 비니루 LP도 있고
꿈자리 사나워 오밤중에 벌떡 일어나서 그게 뭐더라 뒤적거려보고싶은 삼십년 묵은 문고판도 있는 법이야.

그럴리가 있겠냐만
살다가 어느 날 돈 많이 생겨서 근사한 새 집 지어 이사 간다하면 그 때는 또 모르되
이 집 방구들 깔고 앉아 사는 동안에는 그냥 좀 편하게 살다 가게 내비 도.

그렇게 치우고 싶거든 니꺼나 좀 치워.

오늘은 뭘 하고 내일은 또 뭘 하냐고 내 방에 부지런쟁이 일귀신 불러 들여서 업고 댕기지 말고

사람이 오거나 가거나 밀어놓고 앉을 자리만 있으면 그만이지 뭔 손님맞이를 한다고

아 글쎄 있는대로 생긴대로 보고 듣고 살면 된다니까.  
부디 관절이 늘어질 때까지 게으름 피고 앉았다가 그냥 찬 물에 밥 말아서 마른 멸치나 고추장에 찍어서 먹자니까. 내 살도 썩어나가는 삼복에 이 눅눅한 장마철에 글쎄 웬 지청구는 그리 팔자로 늘어지냐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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