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드가 돌덩어리가 됐단다.
컴퓨터가 지 몸뚱이에 돌덩어리 달지 말란단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뭔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단다.
덕분에 글 수백편과 사진 수천장이 날아갔다.
워낙에 대형사고라서 그런지 실감이 안난다.
다행히 그동안 꾸역꾸역 블로그에 채워 놓은 것들과 이전에 드나들던 방에 남아있는 글들을 끌어모으면 글은 어지간히 메꿀 수는 있겠는데 올 초부터 반년 동안 찍었던 사진들은 영원히 사라진 셈인가.
혹시나 뭔 기계에 걸어서 돌려내면 데이터들을 다소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아 손이 오그라지는 걸 보면 아마도 그만한 돈을 들여서 찾을만 한 데이터들은 아닌가보다.
황망한 중에도 배가 고픈 걸 보면 뭐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으려나보다.
어쨌든 날아간 것들 찾을 길은 막연하고 텅텅 빈 컴퓨터 들고 앉아서 인터넷만 뒤적거리자니 꽤 허전하다.
돈으로 환산하지도 못할 찌끄레기들, 그거 붙들고 앉아 있으나 마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거 꽤 어지간한 뒷심이었는데.
되지도 않을 거 붙잡고 맴맴 돌지 말고 일찌감치 찬물 마시고 정신 채리라는 오마니 뜻인지도 모르겠다.

뭐, 
하도 황망하다보니 이리도 재 보고 저리도 기대보고 그런 거지 뭐.
짝에도 못 쓸 깡통.
후대에 물려 줄 중대한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돌판에 새길 일이다.
하다 못해 점토판에 그려서 꿉어 놓든지.
이제 세상은 되돌릴 수 없는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는 다 낡아 부서져도 흔적은 남는다.

아날로그 만세.
대를 이어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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