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다들 부둣가에서 서성이다가 배가 들어오는 족족 그 배 앞에서 번개처럼 시작해서 번개처럼 끝나는 경매.
그렇게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하는 경매는 처음 구경했다.
메가폰을 메고 있는 험상궂은 사내가 경매사.
뭔가 좀 친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 새벽 경매장에서 만큼은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뭐를 잡아왔는고?

다라이 하나씩 들고 막 들어 온 배를 기웃거리는 새벽 어시장의 아낙들.
얼핏 보면 구경꾼처럼 보이는 저들도 모자 쓴 경매인들 못지않은 고수들이다.
직접 시장 좌판에 앉을 칼잡이들이라는 말이지.


경매가 끝나고 떠날 준비를 하는 똑딱이 어선.
배를 부두에 갖다 대서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길어봐야 고작 오분에서 십분?
뱃사람들은 앞뒤가 짧다.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배.
이제 저 배는 해안선을 따라 숱하게 흩어져있는 작은 포구 중의 하나로 스며들어서
닻을 내리고 젖은 그물을 던져놓고 긴 장화도 벗어 놓고 소금내 나는 손과 얼굴을 씻고
그리고 바닥도 없이 고단한 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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