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기 시작할 때 부터 엷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비가 올 듯도 했지만.
산정에 올라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바다에서 뭍으로 안개가 흐르기 시작했다.

바다 안개가 뭍으로 흘러드는 모습은 볼만하다. 
그 양이 하도 어마어마해서 때로는 만화같은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무슨 생물체처럼 무리 지어서, 혹은 진득한 액체처럼 슬금 슬금 낮은 곳부터 흘러드는 해무,
혹시나 그 흐르는 안개 속에 전설의 바다 용이 숨어 드는 것은 아닐까, 만화같은 상상도 잠시 해 보고.
아, 정말 다 말라 붙은 상상력이라니.

어쨌든 안개는 꽤나 매력있는 거시기다. 분위기 잡기로는 밤안개가 그 중 으뜸이고.
내 고향은 안개가 많다. 밤안개도 잦고.
하지만 고향은 멀고 오래 되었으니 오늘은 그냥 밝고 건전하게 새벽 안개로 만족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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