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충치 때우고 아빠 따라 MX 수리 하러 카메라 샵에 갔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은 우리집 열 살짜리 꼬맹이.
진열장 속에 오래 전에 잠깐 만져 봤던 미놀타 XD5가 보이길래 사장님과 몇 마디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꼬마야, 너 이거 장난감으로 쓸래?"


상태가 그다지 좋지를 않아서 찾는 사람도 없는데다가 팔아봤자 그거 몇 푼이나 되겠냐며 선뜻 꼬맹이 손에 쥐어 주십니다. 새 스트랩에 필터에 필름 두 통까지 끼워주시면서 하도 이뻐서 주는 거니 아빠한테 사진 잘 배워서 아빠 따라 다니라고 껄껄 웃으십니다.
파인더에 먼지가 좀 있고 셔터 스프링이 좀 헐거운 느낌이지만 제 짝인 로코 1.4까지 붙어서 그린 모드까지 다 되는 쓸만한 물건입니다.
뜻밖의 선물에 어리둥절 인사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꼬맹이는 아주 입이 귀 밑에 걸렸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셔터를 몇 번 눌러보더니 녀석이 바짝 졸라댑니다.

"아빠, 카메라 배워줘요."

'철퍼덕!' 하는 셔터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든답니다. 뭔가 느낌이 다르답니다.
...... 일 났습니다.
오후 내내 졸리다 못해 대충 간단하게 설명을 한 뒤 저녁나절에 같이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몇 컷 눌러대는가 싶더니 어럽쇼, 제법 자세가 나옵니다.


이거, 카메라 샵 사장님이 제대로 사고 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월요일에 학교에서 식물원 관찰학습 간다는데 들고 갈 거라고 아주 기세가 등등합니다.
마침 기숙사에 있는 큰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 줬더니 우와 대박이라며 부러워합니다.
뭐, 별로 좋은 물건은 아니더라도 큰 놈 것도 준비를 해 뒀으니 이제는 큰 아이 휴가때면 온 가족이 카메라를 짊어지고 단체 출사를.....
아..
애 엄마는 도무지 기계 만지는 걸 좋아라하지 않으니 그럼 애 엄마는 그냥 똑딱이 있는 걸로....
......
얄팍한 지갑에 필름 카메라가 세 대라....
돌아가는 판세가 앞으로 주머니 꽤나 털리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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