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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삭아 떨어진 철판 쪼가리 덜렁거리며 칠 번 국도를 질주하는 시골 버스를 타 보았습니까.
부시시한 곱슬 머리에 나이방이 멋진 운전 기사가 켜 놓은 라디오를 들어 보았습니까.
고래고래 시끄러운 그 라디오 소리조차 잘 안 들리게 와당탕탕 발발발발 시끄러운 고물 버스를 타보았습니까.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학교 갔다 오는 여학생은 나이방 기사에게 인사 하고

오냐 조심해서 가거라.
내일 아침부터는 일찌기 나와 기다리지 말고 점빵에 있다가 버스 오는 거 보거든 찬차이 나오니라.
니 안 오면 내 안 가지.

나이방 기사는 일일이 일러주고

아나 봐라, 머시기 아바이야, 내 여게 내린다.
차부에 딱 갖다 대지 마고 쪼매 더 가서 골목 귀티에 좀 대 도. 오늘은 보따리가 두 개라 숨이 차서.

아이고 아지매요. 어만데 대다가 걸리마 안되는데.
짐이 많으마 집에 아저씨 나오라꼬 전화 해 디리까요.

아이다. 나도라.
백줴 영감태이한테 전화해봤자 그녀러 인간 쏘가지 뵈기 싫어서.
.......그러키, 짐 많고 할 때는 좀 거드라주마 손목대기가 뭉그라지는지.

반들반들한 바닥에는 여기저기 시장 보따리에
싸리 빗자루에 쓰레받기에 쓰레기통까지 있는 멀미 냄새 가득한 버스를 타 보았습니까.

생선 냄새 기름 냄새 찐빵 냄새 땀 냄새에
찌들어 비틀어진 고달픈 인생까지 잡탕 범벅으로 자욱한 촌 버스를 타 보았습니까.
그래도 창문만 열면 동해바다 푸른 바람 왈칵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버스를 타보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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