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보고 익히고 되새겨서 힘써 빚어낸다고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 아니고 말고.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울컥하고 쏟아져버리는 이것이다. 내가 미치는 것은.
연주가 어떻고 곡의 해석이 어떻고를 따지기 전에.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그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아니, 그것이 존재하기도 전에.
무심한 척 슬쩍 당겼다가 놓아버리는 완급은 아주 넋이 달아나고 .

그의 음악은 음악 이전의 것이다. 그의 음악은...
모든 연주자를 망라해서 음악의 원형질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
인간에게 왜 음악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는 사람.

조금만 더 나은 음질로,
스테레오는 바라지도 않지만,
조금만 양호한 환경에서 녹음한 음원으로 남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나도 동의한다. 백 번 천 번이고 동의를 하지만
그나마 그의 음악이 이런 정도로나마 우리 곁에 남아있어 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아아. 카잘스.
나는 그가 느린 템포만 잡아도 무턱대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바하의 아다지오.
바하가 듣는다면 다짜고짜 덥석 껴안아버릴 것 같은 카잘스의 바하. 
그래서 이번만큼은 바하가 아닌 카잘스의 아다지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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