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가도 한 두 번 갈까말까 한 고향이 가자 하니 한 주일에 두 번도 갈 일이 생긴다.
엊그제 성묘 갔던 길을 또 되짚어 다녀 왔다.
가는 김에 기억을 더듬어 엊그제 길 잃었던 곳을 찾아 복기를 해 봤다. 

1022번 지방도.
물금역인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눈맛이 시원한 것이 좋구나.
이런 맛에 한번 쯤은 길도 잃어 볼만 한 것인가. 이래서 사는 건 재미있다. 언제 어디로 튀어서 누구를 만나게 될 지 누가 알아? 삶의 굴곡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눈 아래 아슴하게 뻗은 철길을 보고 차를 세운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경부선.
타이밍이 잘 맞아서 꽤 그럴싸하게 황혼녘의 들판을 달리는 열차를 볼 수 있었다.
달리는 기차를 보면 공연히 나도 그 속에 있고 싶어진다. 나도 기차 속에서 후랑크 소세지랑 맥주 마시고 싶다.

산골 야경.
아주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가 내리막 길에 들어서면서 본 산 아래 마을.
생각하지 못했던 각도에서의 야경이라 묘한 느낌이었다. 
그 시각 그 길을 지나치던 몇 대의 차들은 껌껌한 산비탈에서 카메라 들고 왔다갔다하던 나를 뭘로 생각했을까?
색다른 시각때문인지 이 마을을 낮에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마음 먹은 김에 돌아 오는 길도 이리로 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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